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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 Sep 08. 2022

아기새가 모두 떠난 둥지에서 어미새는 무엇을 할까

평소와 같은 즐거운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막내가 어른이 되면 혼자 살고 싶다는 말을 했다.

나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었다.

막내는 당연히 엄마랑 계속 같이 살고 싶을 거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막내에게 어이없는 질문들을 퍼부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한거야? 우리 집이 너무 좁아서? 엄마가 뭐 잘못한 거 있어? 뭐가 마음에 안들어?”

한참 사춘기인 막내는 나의 과민한 반응에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아니, 그냥 혼자 살아보고 싶다고. 누구든지 그렇지 않아? 그리고 엄마랑 잘 안 맞는 것 같아.”라고 대답했다.


나는 다시 한 번 더 큰 충격을 받고 말까지 더듬으면서 대꾸했다.

“엄마랑 뭐가 안맞아, 뭐가? 엄마가 널, 너를 얼마나 예뻐하는데.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고. 너가 어른 되어서 바쁠 때에도 엄마가 계속 돌봐줄 수 있는데.”

예민한 사춘기의 막내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엄마가 이러니까 더 안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 당장 나간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 맨날 이렇게 반응하니까 제대로 대화를 할 수가 없잖아.”


대화가 안 통한다는 말까지 나왔으면, 그 순간엔 더 이상 대화를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행복하고 즐거운 식사 시간이었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달랐다.

입맛도 없고, 침묵 속에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식탁을 어떻게 정리했는지 기억도 안난다.


방에 들어와서 혼자 누워서 많은 생각을 했다.

아이들은 이제 내가 필요가 없는 걸까.

20년만에 처음으로 더 살아갈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가족이 없이 완전히 혼자였던 나는 사랑을 주고 받을 존재가 없으니 늘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사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인간이 아니라,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했고, 이 세상에서 더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했다.


큰아이 덕분에 처음으로 엄마가  20   순간, 나는 드디어  세상에  자리가 생긴 기분이 들었고,  후로 지금까지 정말 수많은 고난을 으면서도 죽고 싶다는 생각은 다시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온갖 행복 호르몬이 분출하는 행복한 엄마로 20년을 보낸 후 오늘 알게 된 진실은 아이들은 모두 독립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나와 다른 존재라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아이들이 필요한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심지어 내 사랑에 숨막혀 할 때도 있고, 그래서 독립을 원하는 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없어도 성숙하고 똑똑한 삼남매는 씩씩하게 잘 살 수 있을 테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저녁해가 지고 점점 푸르스름하게 변해가는 창 밖을 기운 없이 바라보며 멍하니 계속 생각했다.

내 눈에 아직 너무나 귀엽고 작은 아기새 같은 막내가 내 품을 떠나고 싶어 한다.

아기새는 날개가 커져서 아주 높이 그리고 멀리 날아갈 꿈에 부풀어 있다.

너무 귀엽고 소중한 아기새들이 평생 나와 한 둥지에서 살 거라고 믿었는데, 생각해 보니 말도 안되는 억지였다.


날개가 커지고 날 수 있게 되면 당연히 더 넓은 세상으로 날아가야 한다.

내가 아무리 맛있는 애벌레를 듬뿍 잡아다 주고 둥지를 포근하게 유지해 준다고 해도, 둥지 안에서 내다보는 세상이 아무리 멋지다고 해도, 아기새들이 혼자 힘으로 직접 날아다니면서 세상을 경험하고 느낄 수 없다면 아기새들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아주 작은 아기 시절부터 소중하게 품고 최선을 다해 나보다 더 크고 멋진 날개를 가진 존재로 잘 키웠다면, 원하는 곳으로 멀리 그리고 높이 날아갈 수 있도록 잘 보내주는 것도 어미새의 중요한 임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아기새들이 떠난 둥지는 너무 허전할 것이다.

텅 빈 둥지에서 어미새는 무엇을 해야 할까?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흘렀다.

창 밖으로 희미하게 몇 개의 별빛이 보였다.

도시의 하늘에서도 가끔 별이 빛난다.


“아 맞다. 어미새도 날개가 있잖아!”


어미새도 이미 충분히 크고 멋진 날개를 갖고 있는데, 아기새들에게 집중하느라고 날개가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어미새도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나의 아기새들아, 그 동안 행복한 엄마로 살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크고 멋진 날개를 가진 새로 훌륭하게 잘 성장해줘서 고마워.

우리 이제 더 넓은 세상을 마음껏 자유롭게 날아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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