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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싱인더레인 Nov 25. 2021

Episode8. 우리 이제 만날 수 있을까2

시험관 동결 1차

 그날의 아침이 밝았다. 꿈을 내 마음대로 꿀 수 있다면, 좋은 꿈(태몽 같은? 아니면 아직 배 안에 자리 잡진 않았으니 돼지꿈이라도....)을 꾸고 싶었지만 별다른 일 없이 아침을 맞았다. 컨디션 좋은 것만 해도 어디야. 긴장되는 마음을 다독이며 병원 갈 준비를 마쳤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오전이라 차를 타고 병원 가는 길은 한산했다. 그런데!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병원 안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앉을자리가 없는 것이었다. 겨우겨우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앉았는데 대기 시간이 엄청났다. 긴장의 시간은 점점 쌓여만 갔다. 난임 병원을 다니면서 힘든 적도 많았지만, 한편으론 나처럼 이렇게 아이를 갖기 위해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다 보면 동지애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긴 대기시간, 먼 거리를 차로 왕복하면서 가끔씩 느껴지는 현타. 그런 것들을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이들도 마찬가지 상황일 텐데... 그런 생각.


 1시간 30분을 기다리고 나서야 시술 대기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시술 대기실에서 한꺼번에 다섯 명을 호명했다. 한 마디 나누진 못했지만 마음속으로 '다들 잘 되시길' 기도하며 옷을 갈아입었다. 침대에 누워서 기다리는 동안 '콩주사'를 맞았다. 주사약이 비급여고 비싼 편이라 이식 1회차엔 처방하지 않는다 하셨는데 그냥 놔달라고 했다. 뭐든 가능성을 높이는 것들을 최대한 하고 싶었다. 주사약을 맞은 지 한 20분쯤 되었을까? '시술실로 이동하실게요'라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아 이제 드디어 만나는구나' 심장이 두근거리고 긴장 반 설렘 반의 상태가 되었다.


시술실에 들어가서 누워있는데, 배아 사진을 모니터에 띄워 보여주었다. 휴대폰으로 사진도 찍어주셨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난자 채취 때와는 다르게 이식 시술은 수면 마취도 하지 않았고, 일찍 끝났다. 이식이 끝나면 1시간 정도 누워서 안정을 취하고 담당 선생님과 면담하는데, 선생님께서 이식이 잘 되었다는 말과 함께 일주일 뒤 임신한 상태로 만나자고 하셨다. '저도 정말 그러고 싶어요. 선생님' 이 말을 속으로 삼키며 진료실에서 나왔다. 앞으로 일주일... 정말 짧고도 긴 시간이 되겠구나 생각하면서.



 이식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부터 나는 공주 대접을 받는다. 남편이 차를 조심조심 몰아서 집에 안착하면 그 뒤부터 나는 얌전히 침대에 누워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드라마를 연속으로 본다. 식사를 준비하고, 다 먹고 난 뒤 설거지를 하고, 방 정리를 하는 건 고맙게도 남편이 해준다.


 이때 중요한 건 '이식'에 대해서 떠올리지 않는 것이다. '이식 후 주의사항, 착상에 도움 되는 음식' 그런 정보들은 이식받기 전에 인터넷 검색(특히 난임 카페에서)을 통해 미리 다 파악해두었다. 난임 카페에는 정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보가 많아서 종종 들어가는데 계속 보다 보면 본디 걱정이 많은 나는 정보를 수집하는 게 아니라 걱정을 수집하는 느낌이 들어서 이식하고 나서는 들여다보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이 결심은 며칠 뒤 '임신 초기 증상, 시험관 임테기 몇 일째 반응'이 긍금해지는 바람에 가볍게 깨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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