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댄싱인더레인 Nov 27. 2021

Episode9. 기다림의 시간

임테기의 유혹

 나는 시험관 시술과정 중에 '난자채취' 이외에는 이 기다리는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 이틀 동안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 안에만 있으면서 식사를 하거나 씻고할 때 빼고 거의 누워지냈다. 휴직을 했기에 이렇게 안정을 취할 시간을 길게 가질 수 있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이 시간엔 '착상'에 온 정신이 가있어서 힘들었다.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려 클래식도 듣고, 명상도 하고, 잔잔한 영화도 보고 해봤지만 문득문득 '착상이 잘 되고 있을까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었다.


아침, 저녁 정확한 시간에 맞춰 넣어야 하는 질정과 주사(프로게스테론)가 있어 그 생각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다. 주말엔 남편과 함께 있어 그나마 괜찮았지만 평일에 혼자 있으면 더 그랬다. 내 몸에서 일어나는 증상에 과도하게 집중하고 예민하게 반응했다. 증상이 안 일어나도 문제였다. '착상이 되었다면 이러이러한 증상이 보여야 되는데 왜 안 느껴지지'...그런 생각이 수시로 들었다. 


그러나 결국 또 난임카페에 접속하게 되었다. 임테기 반응 사진을 올려두고 '이게 임신이 된 걸까요?' 질문을 올리는 사람도 제법 있는 편인데, 뭔가 부러웠다. 그러다 이식 후 며칠 뒤에 결과를 알 수 있을까 궁금해졌고, '임테기'를 써봐야겠다 결심했다. 병원에선 임테기를 굳이 미리 해보지 말라고 안내하는 편인데 두 줄 반응이 안 나왔다고 질정과 주사를 끊어버리게 되면 혹시나 모를 가능성을 0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라 한다(시험관 시술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가 '프로게스테론'을 충분히 공급해주는 것이라 함). 


그래도 궁금함이 점점 더 커져서 예전에 사둔 임테기를 써봤는데...아니었다. 매직아이로도 안 보이는 단호한 한 줄이었다. 이때까지만해도 임테기가 불량일 수도 있고 아직 이른 시기여서 그런가 위안을 삼았다. 카페에 보니 어떤 분이 5일배양으로 이식한 뒤 얼리임테기를 써봤더니 반응이 나오더라고 글을 올려두었길래 '아 나에게 지금 필요한 건 얼리임테기구나'싶어서 여러 가지 얼리임테기를 구입해 7일차에 해보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에 간 뒤 임테기 반응을 기다렸는데, 내 눈엔 뭔가 흐릿한 줄이 보이는게 아닌가! 남편을 깨워서 보라 했더라 안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지. 안경을 쓰라하고 전등도 다 켰다. 그래도 안 보인단다....다시 해봐야하나...'임테기 노예'가 된다는 말이 이거구나 싶었다. 


또 하나를 더 꺼내서 해봤다. 이건 정말 자비없이 한 줄이었다. 아 아니구나..그때부터 내 마음이 착 가라앉았다. 내일 병원 가서 피검하면 알게 될텐데 임테기를 괜히 해봤다 싶기도 하고, 아예 병원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도 들고, 이 과정을 또 해야하나 두려움의 감정까지 몰려왔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기 때문에 다음날 병원에 갔을 땐 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의사선생님께서 이 정도 배아질에 자궁 내막 상태면 될 확률이 70% 이상인데 왜 안 되었지 난감함을 표현하셨을 땐 거의 울 뻔했다. 왠지 모르게 또 서러워졌다. 확률의 힘을 믿고 시작한 시험관. 확률이 그리 높은데도 안 된 것이라면 언제쯤 아기를 만날 수 있을지 막막해졌다.


작가의 이전글 Episode8. 우리 이제 만날 수 있을까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