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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싱인더레인 Nov 30. 2021

Episode10. 문제 분석의 시간

왜 안 된 걸까. 뭐가 문제지.

 동결 1차 피검사 결과 2.**, 2차 결과 4.**

 2차도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1차 피검사를 하고 얼마 뒤 생리를 시작했다. 생리 시작한 날 바로 난임 병원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잡았다. 난임 생활을 시작하면서 생리일을 항상 기다렸다. 아! 물론 이식을 한 뒤에는 생리가 찾아오지 않길, 임테기의 두 줄만 기다렸지만... 생리를 해야 병원 일정을 잡을 수 있기에 거기에 맞춰 내 마음의 준비도 마쳤다.


 2차 과정은 1차보다 더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시험관 과정도 한 번의 경험치가 쌓였다고 선생님이 한 마디 꺼내시면 그 뒤의 말이 자연스럽게 예상되었다. 2차 땐 난포가 제 속도대로 커줘서 안심인가 했더니, 이번엔 자궁내막이 덜 두터워졌다며 주사를 한 대 처방해주셨다. 자궁내막이 준비되고 난포가 터지는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이식 날짜를 잡고, 이식을 하고, 피검사를 했다. 피검사하기 전까지 착상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이것저것 다 했다. 추어탕, 소고기, 야채를 질릴 정도로 먹었고, 1차 때보다 더 늘어난 먹는 약, 질정과 주사는 알람을 맞춰 꼬박꼬박 투약했고, 최대한 몸의 움직임을 조신하게, 집에 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양말 벗기인 내가 수면 양말을 하루 종일 신고 있었다.


 그래도 안 되었다. 그나마 위안인 건 피검사 결과가 2점 늘었다는 거? 의사 선생님께서 내 나이에 자궁 상태, 배아질도 좋은데 한 번도 아니고 이렇게 두 번이나 실패한 건 뭔가 다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다. 네? 다른 문제요?


 "배아를 공격하는 세포(일명 nk세포)의 문제일 수도 있고, 엽산 대사 이상일 수도 있고, 혈전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이건 구체적인 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난 이미 시험관 카페에서 이것들에 대한 정보를 접했기 때문에 덤덤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내가 이 단계까지 오게 되었네..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한마디 덧붙이시는 게 아닌가.


 "그리고 최종적으론 배아 자체의 유전자 이상일 수도 있어요. 이런 경우엔 난자 채취를 다시 해서 5일 배양 후에 유전자검사센터로 보내서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pgs검사*) 정상적인 배아만 이식합니다. 그런데 정상적인 배아가 안 나올 수도 있어요. 그럼 다시 채취해야 합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다른 환자의 사례를 보여주시는데 5일 배양 10개가 나온 경우도 그중에 정상 배아가 2~3개인 사람도 있었다. 물론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이건 난이도 최상위급 아닌가.. 5일 배양까지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중에서 정상배아가 나올 확률도 이렇게 낮다니... 물론 난임 병원을 다니시는 분들의 결과라서 더 그렇겠지만 충격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료실에서 나와서 피를 7통 정도 뽑고, 50만 원 넘는 거금을 결재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아까웠다. 돈이, 시간이, 내 몸이.. 억울했다. 언제쯤 이 시간이 끝날까. 검사 결과를 듣기 전 싱숭생숭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일부러 관련 내용은 찾아보지 않고, 바쁘게 보냈다. 검사 결과상 이상이 없다고 나오면 오히려 배아 자체의 문제가 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말하기 이상하지만 '이상'이 나오길 바랐다. 


 2주 뒤 전화로 듣게 된 반착검사 결과.


 내가 알아듣기 쉽도록 선생님께서 간략하게 말씀해주셨는데, 크게 3가지 부분에서 다 조금씩 문제가 있다고 했다. 우선 '혈전 문제', 항응고인자 단백질 C,S 검사로 확인하는데, 항응고인자는 과도한 혈액 응고를 막는 역할을 해서 정상범위보다 수치가 낮을 경우 혈액순환이 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혈액 순환이 안 된다는 건 태반 형성에 어려움이 있어서 임신 유지가 힘들다고. 평소 손발이 찬 사람은 이 혈전 문제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나는 항응고인자 단백질S가 수치가 낮게 나왔다고 하시면서, 이식할 때 '아스피린'을 처방해주신다고 했다. 좀 더 고차수로 넘어가게 되면 '크녹산, 헤파린 주사'를 처방한다고 한다. 혹시나 싶어서 이 '혈전 문제'와 백신의 '혈전 이상 반응'이 관계가 있는지 찾아보았는데, 연관 관계는 없다고 한다.


 'NK세포검사'에도 이상과 정상의 경계선 점수가 나와서 다른 사람들보다 점수가 높은 편이라고 했다. NK세포는 자궁 내 암이나 병균이 침입했을 때 공격하는 고마운 세포이기도 하지만, 임신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점수가 높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배아를 공격해야 할 외부 세포로 간주해서 착상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의학적으로 의견이 분분해서 참고로 하는 수치인 것 같다. 수치가 높으면 면역을 떨어뜨리기 위해 인트라리피트 혹은 면역글로불린 주사와 스테로이드 제재인 소론도정을 처방해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엽산대사검사(MTHFR검사)' 이 검사를 통해 나올 수 있는 결과는 3가지인데, CC형,  CT형, TT형이다. 정상인 경우는 'CC형', 효소활성도가 떨어지는 것이 'CT, TT형'이다. 나의 경우 'CT형'인데, CT형이 꽤 높은 비중으로 나온다고 한다. 미리 활성형 엽산을 먹어두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아무튼 이렇게 나의 실패 원인 분석은 끝이 났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몸을 따뜻하게 하는 습관 유지하고,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과 주사를 꾸준히 투약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것! 

착상 전 유전자 검사(PSG검사)란 시험관 아기 시술 중 배아의 할구 일부를 떼어 내서 착상 전에 모든 유전자를 검사하고 정상적인 배아를 선택하는 첨단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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