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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싱인더레인 Nov 23. 2021

Episode7. 우리 이제 만날 수 있을까1

시험관 동결 1차

난자 채취(신선 1차) 이후, 자궁내시경과 백신 접종을 하면서 동결 이식을 준비했다. 동결 이식은 자연주기와 인공 주기로 또 나눠지는데, 생리주기가 일정한 사람은 자연주기로 진행하고, 생리가 불규칙해서 배란일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경우 인공 주기로 진행된다. 나는 생리주기가 일정했기 때문에 선생님께서 신선 1차 이후 두 번째 생리 시작일로부터 11일째 되는 날 오라고 하셨다. 그 전까진 자유의 몸이었기에 많이 돌아다녔다. 이제 당분간 못 만날지도 모르는 친구들도 만나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회 티켓도 끊어서 가고


그렇게 바쁘게 지내다 두 번째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데 이번에 난포가 크는 속도를 보니 배란이 안 될 수도 있겠다고 하시는 게 아닌가. 이게 무슨 날벼락... 나는 사실 계획쟁이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계획을 세세하게 짜는 편이라 이때 이식을 하면 이때쯤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언제 출산할거다까지 다 그려놓고 있던 상황이었다. 9월에 임신하면 6월 출산. 딱 결혼한 지 4년 만에 아이를 낳는다고 내심 좋아하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일! 아예 이식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이때부터 머릿속에 별의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다.

왜! 배란은 일정 시기에 딱딱 맞춰 잘됐던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러다 문득 백신을 맞은 사실과 함께 백신을 맞고 난 뒤 생리를 늦게 하거나, 부정출혈, 생리양 증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후기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나도 그런 건가... 그냥 백신 일정 미뤄졌을 때 2차는 맞지 말걸 그랬다. 도대체 뭣이 중헌디! 이런 생각.


다행히 선생님께서 난포 키울 때 맞는 주사를 일정량 처방해주신걸 맞고 난 뒤 병원에 다시 갔더니 배란될 기미가 보인다고 하셨다. 나는 6일 배양 수정란을 이식할 예정이었기에 배란된 날로부터 5일 뒤에 이식 날이 잡혔다. 임신 소식을 들은 것도 아닌데 이때는 뭔가 감회가 새로웠다. 아가야! 드디어 우리 만나는 거야?


이식 날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로 잡혔다. 이번엔 몸에 무리가 되면 안 될 것 같아 시댁에 못 간다고 말씀드렸다. 그전까지는 사실 걱정하실까 봐 난임 병원을 다닌다는 사실을 말씀드리지 않았었는데, 이번엔 명절에 못 가게 되니 어쩔 수 없이 말씀드려야 될 것 같아서 어렵게 입을 뗐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고생이 많다. 너무 마음 졸이지 말고. 마음 편하게 가져라'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긴 말씀은 안 하셨지만 뭔가 마음이 울컥했다.


이렇게 몸 준비, 마음 준비를 다 끝내 놓고 추석 연휴엔 친정에서 편하게 보냈다. 결혼하고 나선 명절은 쉬는 날이 아니라 일 년 중 가장 고된 날 중 하나가 되어버렸었는데, 이렇게 부모님 집에서 편하게 누워있으니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었다. 하지만 편한 중에도 이식일만 생각하면 잘 되어야 할 텐데.. 순간 긴장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날의 아침이 밝았다.


<2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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