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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댄싱인더레인 Nov 18. 2021

Episode6. 만반의 준비

자궁내시경과 코로나 백신 접종

 난자 채취를 마치고, 한동안 컨디션이 안 좋았다. 복수가 찰 수도 있다길래 수시로 포카리스웨트를 마시고 누워 지냈다. 그래도 시험관 과정 중 가장 걱정했던 부분을 끝내서 홀가분했다. 3번 정도 이식할 수 있는 수정란 개수가 있다고 하니 그 안엔 충분히 성공하겠지 싶기도 했다. 수정란이 분열 속도와 모양에 따라 상, 중, 하급으로 나뉜다는 설명과 함께 내 수정란의 등급을 들었을 땐 뭔가 시험을 치고 난 뒤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 든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


 난자 채취를 하고 나면 채취 개수와 난소의 상태에 따라 바로 신선 이식을 진행하기도 하고, 한 달 쉬었다 동결 이식을 하기도 한다. 나는 자궁내시경 시술도 받고 나서 이식할 예정이어서 '동결 이식'을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식까지 시간이 남았기에 코로나 백신 접종도 하기로 결정하고 1차 접종을 받았다.


 자궁내시경은 위내시경처럼 자궁 안의 상태를 보고 필요할 경우 혹(용종)을 떼내는 시술인데 나는 그전에 초음파를 할 때부터 선생님께서 용종이 제법 크다고 떼어내고 이식하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바로 진행하게 되었다. 자궁내시경도 수면 마취를 한 뒤 실시되는데, 난자 채취하고 난 뒤 몸 상태에 비해선 훨씬 가뿐했다. 혹을 떼어냈다는 기분 탓일까? ㅎㅎ 그래도 1~2주는 무리하지 않고 푹 쉬어야 된다고 해서 운동도 쉬고, 가벼운 일상생활만 했다. 이제 나는 거의 아기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여기면서.


그러고 나서 대망의 마지막 단계인 백신 2차. 화이자 백신 1차를 7월 말에 맞고, 예정대로라면 3주 뒤 2차를 맞아야 했는데 갑자기 백신 수급 상황 때문에 2차를 맞는 게 5주 뒤로 밀려버렸다. 이렇게 되면 이식 직전에 백신을 맞게 되는데 뭔가 불안했다. 백신 맞고 나서 열이 날 수도 있고, 열이 나면 배아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뭔가 이런 상황이 부당하다고 느꼈다. 괜히 화가 났다.


시험관 시술 과정을 거치면서 내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게 쉽지 않음을 수시로 느낀다. 그런데 당연히 일정대로 맞게 될 줄 알았던 백신 일정마저 틀어져 버리다니! 며칠 정도 백신 2차를 맞을지 말지 고민했다. 시험관 관련 카페나 블로그에서 글도 찾아보고, 남편과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그런데 결국 정해진 답은 없었다. 내가 정해야 했다. 코로나 백신의 경우 임신부에 대한 정확한 임상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고, 병원마다 맞는 시기에 대해서도 일관된 안내를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결국 내 몸의 주기에 맞춰 결정하기로 했다. 만약 생리가 늦게 나오면 이식 시기도 더 뒤로 미뤄지는 것이니, 백신 맞고 일정 시간을 확보한 뒤 이식을 하면 안전할 것 같았다. 자궁내시경 뒤에 생리가 늦춰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렇게 애매한 시간들이 지나가고, 다행히 생리가 조금 늦춰져 백신 2차를 맞기로 했다. 1차만 맞고 아기를 갖기엔 혹시나 임신 상태에서 코로나에 걸리면 어떻게 될지.. 두려운 마음이 컸었는데 다행히 2차도 맞을 수 있게 된 것이다. 2차까지 맞고 나니 이제 모든 게 다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참 원래도 일희일비 잘했지만, 나의 기복을 또 한 번 느끼게 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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