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

by 온지엽

홀든은 동생이 죽고 나서 주차장의 모든 창문을 맨손으로 부쉈댔다. 아픈 줄도 모르고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나도 대치동 살 때 내 팔뚝을 손톱으로 파고, 이로 물어뜯었다. 그러나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흉터가 남아서 엄마가 좀 봤으면 했는데 그렇게 깨-끗하게 나을 수가 없었다. 그것도 매번. 하지만 내 친구가 그 손목을 보고 이 자국이 뭐냐고 물었다. 난 넘어져서 돌이 박혀서 그렇다고 했다. 엄청 아팠다는 말도 했다.

홀든은 회전목마를 타고 있는 여동생 피비의 모습을 보며 너무너무 기뻐한다. 아주 그냥 너무너무너무 행복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었다고 한다. 뭔 미친놈인가 싶은데 사실 나도 회전목마를 좋아한다. 놀이공원에 간지는 오래됐지만 (아마 7년은 됐을 거다) 난 10대에도, 20대 초반에도 다른 건 안 타도 회전목마만은 반드시 타야 했다. 그 회전목마를 타야 놀이공원에 간 의미가 비로소 부여가 됐다. 그래서 홀든을 아예 이해 안 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급발진하듯이 회전목마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근데, 내가 기억하기로는 홀든이 몸이 좀 안 좋다. 애가 머리는 좋은데 시험을 못 쳐서 퇴학을 당해버린다. 그래도 홀든은 금수저라서 아주 비참하지는 않다. 아직은. 아무튼 그 애가 그렇게 괜찮은 애인데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덜이이기는 해도 안에 든 게 많은데 현실의 한국인이 허구의 미국인 십 대 보고 가슴을 치고 바닥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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