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by 온지엽

나는 애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다. 살아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온전히 살아있는 것도 아니다. 반쯤은 죽어있는데 죽은 것도 아니다.

일단 확실한 건 생물학적으로 나는 deceased의 정반대에 차갑고 딱딱한 준 시체 상태로 뉘어져 있다는 것이다. Vital은 매우 불안정하지민 pulse는 아직 잡힌다. 반면 심리학적으로는 deceased다. 정신의학적으로는 모르겠다. 나는 정신과 의사가 아니다. 하긴 나는 심리학자도 아니지만 나는 내가 심리적으로 죽었다고 느낀다. 죽어있거나 과도하게 살아있거나 (그게 말이 된다면 말이다) 둘 중 하나다.

나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가 아니라, '나는 행동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가 맞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금수와 짐승과 동물과 다르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생각 없이 빈 머리로 몸을 움직이면 밥벌이를 할 수 있다. 그건 어떤 전략적 사고로 인한 계획에 따른 게 아니라, 오직 날 때부터 DNA에 심어져 있던 본능에 의해 사냥하는 치타와 같은 것이다.

하지만 생각만 하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건 아이큐 40 미만에 불과한 그 어떤 생명체보다도 아니, 식물보다도 못한 숨 쉬는 '생명 덩어리'가 되어버린다. 생각만 하는 어떤 고등한 인간보다 생각 없이 사는 지체 장애인이나 치매 노인이 더 생산적이고 사회에 기여한다는 말이다. 행동하는 인간은 폐지를 주울 수 있고, 화장실 청소를 할 수 있다. 그런 인간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나는 가끔 그런 인간들을 보며 가슴이 저릿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나는 그들에게 무엇인가를 빚진 것 같고, 내가 그들의 가족처럼 느껴진다. 피를 나눈 사람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피를 나눈 사람으로 느껴진다

행동할 것인가, 생각할 것인가. 존재할 것인가, 존재하지 않을 것인가. 나는 매일 햄릿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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