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의 자음과 모음을 해체해서 아무렇게나 섞고 다시 조립하면 완전히 다른 이름들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나는 온지엽이 좋다. 따뜻할 온에, 식물의 가지나 잎을 뜻하는 지엽. 사전에 찾아봤는데 근본적이거나 중요하지 않고 부차적인 내용이나 부분을 의미한단다. 그 뜻을 읽고 마음이 내려앉았다. 금방 딴 녹차잎으로 우려낸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 같았다.
어떤 조울증 환자는 조증상태일 때 녹차밭 향기가 난댔다. 내 또래의 여자였는데 말할 때 눈을 별로 안 깜빡이고 말을 잘했다. 이성에게 차인 다음날 신이 나있는 자신을 보고 조울증을 인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 슬픔도 가짜고 내 기쁨도 가짜라면,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이 가짜인가? 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중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살면 좋을 것 같다. 아기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가지런한 가지와 나뭇잎처럼. 마음 놓고 중요하지 않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