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에서 나보고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토씨 하나 빼놓지 말고 적으라고 한다. 한 자, 한 자 눌러서 쓰라며 종이더미와 펜을 준다. 그럼 나는 12주 일찍 태어났던 그 순간부터 지금 조사를 받는 상황까지의 날들을 싹 다 적는 거다. 다시, 또다시.
락스는 주스통에 넣으면 안 된다. 그걸 주스로 착각하고 마시면 식도가 화상을 입어버린다. 하지만 그걸 도로 빼내겠다고 애를 구토시키면 식도는 한번 더 화상을 입는다. 이중 화상을 입는 거다. 재수 없게 실수로 락스를 들이켜면 똑바로 앉아서 미지근한 물이나 우유를 마셔야 한다. 그리고 응급실로 가야 한다.
지금 나는 3,650번째 나의 인생을 글로 쓰고 있다. 나의 손과 눈과 뇌와 심장은 얼마나 화상을 입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