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분의 1 밖에 보지 못하고 그만 나와버렸다. 나는 아직 잔혹함에 내성이 들지 않았나 보다. 텅 비어버린 공허한 남아의 눈을 바라보는데 조금은 부러웠다. 차라리 나도 저런 죽은 눈을 하고 싶다. 온 세상의 한을 가득 품은 저 비련한 눈동자가 아름다워 보였다. 자신을 두고 억지로 계집이라고 해야만 했던 사내아이는 살아남아 결국 장성하였다. 고운 미소에 부드러운 목소리를 한 그는 남자를 좋아했다.
나는 맞아도 싸요! 하고 매를 맞다 못해 도망친 아이들은 길거리에서 탕후루를 샀다. 경극을 보다가 감동의 눈물을 흘린 아이들은 다시 그 매맞는 지옥으로 돌아갔다. 내 잘못이니 저를 때리세요, 한 그 미소년은 죽어라 엉덩이를 맞았다. 그래도 아이는 나는 맞아도 싸요, 잘못했어요! 하고 빌지 않았다. 탕후루를 입 한가득 밀어넣고 우득우득 씹어삼킨 다른 아이는 결국 목을 매서 더이상 매를 맞지 않아도 되었다. 깡마른 아이들을 보면서는 내가 인간으로 태어난 데에 대해서 다시 한 번 환멸을 느꼈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왜 가느다란 아이들은 자라서 울퉁불퉁한 남성이 되는 걸까. 그 예쁘장하고 슬픈 눈을 한 아이의 성인역을 맡았던 장국영은 40대 중반의 나이에 고층 호텔에서 투신해 죽었다. 그는 아마도 성소수자였다. 그가 영화 속의 주인공도 아닌데 평안에 이르렀을 것 같아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였다. 꽃다운 24층에서 뛰어내린 아리따운 그의 마지막이 두렵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강인한 그는 자유를 만끽하며 아래로 아래로 추락했을 것이다. 그는 광동어, 영어, 중국어를 할 줄 알았는데 그가 땅에 닿고 심장이 멎는 순간 그의 광동어와 영어와 중국어도 함께 죽었다.
왜 함부로 사랑하지 못하게 하는 걸까. 나는 남자도 여자도 사랑해 본 적이 없다. 너가 뭔데 개인을 억압하느냐고, 당신이 도대체 뭐길래 그 아이 입에 과일사탕을 고역스럽게 우겨넣게 하느냐고 고함치고 싶었다. 나는 앞으로도 그 영화를 다른 매체로도 끝마쳐 보지 않을 거다. 그 영화는 본격적인 내용을 채 시작도 하기 전에 내 영혼을 찢어 발겨놨다.
인간은 언제부터 고통을 아름답다고 생각했을까. 전족이나 성형이나 경극이나 발레나 서커스나 피겨나 다 똑같다. 사람 마음 깊숙한 곳까지 아무렇게나 통제하고 휘저으려는 저 손마디 두꺼운 늙은 손들이 끔찍하게 역겹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 영화에서 건진 건, 경극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제대로 접했다는 것이다. 경극을 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린 아이들의 심정을 온전히는 이해하지 못했다. 저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맞았을까 하며 눈물을 흘리는 아이는 왜 다시 그곳으로 돌아갔을까. 나도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아이는 말했다. 하지만 맞기는 싫어서 죽은 거겠지. 꿈은 있으나 그에 다다르는 과정은 너무너무 싫었던 걸까.
선이 고운 남자아이의 무표정한 슬픔만 기억 날 것 같다. 그리고, 다 커서도 탕후루라는 단어에 미묘하게 반응하던 나긋하고 '여성스러운' 그가 생각날 것 같다. 경극 분장을 한 그의 모습이 어울리고 예쁘고 아름답더라고 말해주면 그에게는 폭력일까, 생각했다. 그래도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그의 친구라면 입술을 칠할 연지를 선물해줄 것 같다. 말없이 그의 눈을 바라보며 붉은 연지를 손에 쥐어줄 것 같다. 어린 그는 하도 맞아서 손에 피가 흥건한 적이 있다. 그 손으로 자신의 뺨을 때려서 그 얼굴도 빨개졌다. 그러지 마. 너의 붉음은 너를 아름답게 할 붉음이야, 부디 너 자신을 지켜-라고 무음으로 바라볼 것이다.
오후 3시 39분. 좀 진정이 됐다. 오전 11시에 들어가서 12시에 나왔는데 오후 3시쯤 나는 울 수 밖에 없었다. 그냥 눈물을 흘리면서 작게 소리내면서 울었다. 어린 두지를 연기한 그 아역배우는 그 모든 대사를 외운 명석한 머리로 끔찍한 장면들의 의미를 알았을까. 아이의 마음이 너무 아프지 않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