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의사들에게

스무 개의 질문들

by 온지엽

1. 애니 <바나나 피쉬>를 보셨나요?

2. 소설 <유예>와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를 읽으셨나요?

3. 영화 <어떤 가족>, <어거스트 러쉬>의 아이들을 보면서는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4. 영화 <패왕별희>
20-a) 그저 '남자가 남자 좋아하다가 우울증 걸려서 난리치는 내용'의 영화라고 생각하시나요?
20-b) 게이영화는 요즘도 많은데 제가 왜 굳이 1993년작의 그 영화를 언급한다고 생각하시나요?
20-c) 선생님도 그 이대 의대 출신 의사가 그랬던 것처럼 저의 언급을 듣고 겨우, 고작, only '당신은 동성애자인가?' 하는 의문 밖에는 드시지 않으시나요?

5. DMZ 땅꿀에 가보신 적 있으신가요?

6. 중국의 만리장성과 이집트의 벽화를 보셨나요?, 마린스키 발레단의 <호두깎이 인형>을 보셨나요?

7. 영어는 당연히 잘 하실테고, 구사하는 다른 언어는 뭐가 있으세요?

8. 식목일과 어린이날과 광복절과 크리스마스에 기부 하시나요?

9. 국경일에 태극기는 거시나요, 특히 6월 6일에 헌혈을 하시나요?

10. 의대생 시절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나가신 적 있으신가요?

11. 학대피해아동을 안아주신 적 있으신가요? 성범죄 피해여성에게 티슈를 뽑아 주신 적 있으신가요?

12. 소년, 소녀범들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13. 다음 중 하나라도 치료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13-a) 군인, 경찰, 소방관, 교도관, 국경없는의사회 출신 의료진, 어쩌면 국정원 직원일 수도 있는 어떤 '직장인'
13-b) 사기꾼, 도박꾼, 알코올/마약중독자, 살인범

14. 어린이 환아에게 꽃다발을 받아보신 적 있으세요? 혹은 환아에게 인형을 선물해주신 적 있으신가요?

15. 환자를 잃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혹은 떠나보내야만 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환자의 장례식에 가신 적 있으신가요, 아니면 돈줄 하나가 스스로 떨어져 나가서 아쉬우셨나요?)

16.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받으신 적 있으신가요? (전 3번 있어요),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거나, 그래서 꿰매야 했던 적이 있나요?

17. 응급실에서 혈관이 없다며 남자 레지던트의 손에 속옷을 내리고 사타구니 채혈을 당했는데, 나중에 여자 간호사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팔뚝에서 채혈을 했을 때의 당혹감/배신감/수치심을 아시나요? 그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 정신과 전문의가 오더니 어떤 서류에 대뜸 사인하라고 해서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 폐쇄병동 입원 거부서라는 말을 들은 적 있으신가요?
(그 남자 레지던트는 무례하게도 '될 대로 되라' 이런 생각이었던 거에요? 하면서 집요하게 비꼬듯 물었어요)

18. 반려동•식물이 있으신가요?
18-a) 펫로스 경험이 있으신가요?
18-b) 반려식물은 없고 조화만 가득하신가요?

19. 선생님은 병원에서 일하는 직장인인가요, 아니면 '의사'인가요?
(선생님은 기성세대인가요 아니면 어른인가요?)

20. 선생님은 저를 살리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고치고 싶으신가요?
(딱딱한 교과서에서 배우신 엉터리 라포형성이나 대충 하시려는 거면 사양이에요. 진실된 의사가 되세요)



* 추신: 대학병원으로 전원 보내셔도 상관 없어요. 이번엔 어느 대학병원일까요?

1. 분당서울대병원
2. 강남세브란스병원
3. 한양대병원
4. 이대서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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