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주희 May 15. 2021

빈집

공간감성#14 전시<빈집, 공간을대하는 방식>

공간을 재구성


공간을 어떤 시선과 태도로 바라볼지, 또 어떤 물성으로 그 공간에 숨을 불어넣을지 고민하고 찾기 바빴던 10년이 흘렀다. 꾸준히 나의 시선을 찾아가고 가끔 기로에 서 방황도 하지만, 영감을 주는 주변의 공간과 사람들로 하여금 다시 본 자리에서 차분히 내 길을 가고 있다. 


공간은 누군가가 이름을 붙이는 순간 형체가 없던 영역이 분명한 형체와 장소로 지각되기 시작한다. 집, 회사, 마트 등 공간의 기능을 부여한 이름이 될 수 있고, 조병수의 'ㅁ'집, 지평집, 시스템랩의 코스모스 등과 같이 공간적 특징을 부여하는 이름이 될 수 있다. 시간의 경과 속에서 이름이 지어진 공간은 경험이 누적되며 그 영역의 모습을 증언한다. 


건축가 루이스 칸은 외부와 확연히 구별되면서 동시에 외부와 접속되는 건축 공간을 '방'으로 정의했고, 이런 '방'을 연결하며 재조합하고 사람들에게 '방'을 선택하는 길을 내어주는 역할을 건축가가 한다고 했다. 우리는 한 영역을 몇십 년동안 재조합하고, 새롭게 연결하며 '방'을 재구성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전의 경험이 새로운 경험으로 다시 누적되며 공간은 상황과 환경에 맞춰 자연스럽게 그 모습을 변화한다. 


포천 허브아일랜드를 다녀왔다. 우연히 마주한 공간 두 곳은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볼 때, 또 그 반대로의 경험 모두 새롭게 느껴졌다. 내부의 식물들이 외부의 자연환경과 오버랩되었을 때, 외부 주막을 콘셉트로 한 공간이 주변 환경과 높이 차이로 인해 내부로 느껴졌을 때, 이 두 가지 경험이 그러했다. 내외부 경계가 무색하고 공간을 의도한 바와 상관없이 공간적 경험에 의해 이 두 영역을 재구성해볼 수 있었다. 첫 번째 공간은 '숨을 쉬는 방'이라고 이름을 지어보았다. 외부환경과 실내 조경이 함께 숨을 쉬고 세월을 보내며 켜를 쌓는 것 같다. 두 번째 공간은 '바람이 드는 방'으로 이름 지어보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등이 내부에서 한참 맴돌고 나가는 것 같다.      


'숨을 쉬는 방'


'바람이 드는 방'


연남로 83-12, 연남동에 철거를 앞둔 집이 있다. 그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낡고 곰팡이 핀 내부 모습과 빨래, 강아지, 화단의 흔적들이 남아 오랜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의 세월이고 같이 지내온 공간의 시간이다. 볕이 잘 드는 방 한 칸, 노후된 창문을 보며 바람과 빛이 그대로 이곳에 들어와 머물다 가는 상상을 해보았다.   




연남빈집, '숨 잇는 방'


전시로 초대합니다.



공간을 디자인하는 세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며 전시를 관람해주세요.

전시장 오시기 전에, san2738@naver.com으로 성함, 연락처, 방문인원, 방문시간 보내주세요. 

본 전시는 무료관람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