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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드물어진 공간에 자연이 들어와 숨을 쉬는 장면을 보았다.
창문으로 빛이 들어와 인공조명과 어우러지고, 문을 열어 주변의 소리와 바람이 들어오는 장면을 보며 공간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공간은 그 자리에 침묵을 지키며 있고 시간과 자연이 그 자리를 매우며 숨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
20세기 건축의 대표 김수근 건축가의 춘천 상상마당을 다녀왔다. 거친 벽돌 각각이 내부와 외부의 공간적 호흡을 연결하고 천창의 빛 역시 내부로 내려앉아 사람이 없는 곳에 가득 찼다. 슬로프를 따라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면 외부로 진입하게 되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왼편에 호수, 오른편에 산을 배경으로 한 공연장이 보인다. 두 장면은 각각 자연으로써, 사람들로서 활기찬 공간이며 그 가운데 브릿지에 서서 자연과 건축, 사람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나만의 공간에서 작은 자연을 느끼는 재미가 생겼다.
집에서 작은 화분을 키워보고, 더 나아가 식물원과 수족관 등을 가며 자연의 공간을 사유하기도, 찾아 돌아다니기도 한다.
수족관, 식물원, 조류원 등 자연과 동물을 매개로 한 공간이 친근해졌다. 외부를 함부로 돌아다닐 수 없는 지금, 우리는 가까운 실내에서 자연을 느끼고 사유할 수 있게 되었다. 카페 콘셉트가 자연인 곳들도 많아지고 있는데, 이번에 주목한 곳은 아쿠아가든이다. 자연을 모방한 완벽한 작품이라고 생각이 드는 곳이다. 오히려 정제되지 않은 자연보다 보기 좋게 꾸며져 그 안에 살고 있는 동식물들이 부러울 정도이다. 백화점, 마트 등 외부와 단절되어 기능에 충실한 실내공간에서는 이러한 공간들이 한 템포 쉬어가는 곳이 될 수 있다.
공간에서 자연에 대한 관심과 사유의 비중이 높아지며 그 방식과 범위 또한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단순한 조경의 배치가 아닌, 이용자가 바라보는 시선, 이용자의 점유 시간을 고려하여 기존의 자연적 요소(빛, 바람, 소리)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공간은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사람의 손길로 숨을 불어넣는 공간의 방향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