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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건강이 곧 재산이다

by 제나랑


<2024년 08월 04일>

PM 01:45

부모님과의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산책 나온 스텔라는 빌리지 안을 돌며 걷는다.

작은 공원이 나오자, 벤치에 앉아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로 공원을 가득 메웠고, 그녀 역시 동심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S?"

그녀의 별칭을 부르는 목소리에 그녀가 돌아보자, 눈에 띄게 마른 몸의 한 여자가 서 있다.

이름: Rodney Morgan Olsen

나이: 41세

직업: 무직

특이사항: 스텔라의 고향 친구

"Morgan?"

로드니는 반가운 마음에 웃으며 스텔라 옆에 앉는다.

"(영어)기억 하는구나? 어렸을 때 로드니가 너무 남자 이름 같고 미들 네임이 더 예쁘다고 '모건'이라고 불러줬었는데…

모건은 우리 엄마 이름이었던 것도 기억해?"

"(영어)기억하지~ 어머니 처음 뵈었을 때도 이름 예쁘시다고 하니까 웃으시던 거 기억나~"

"(영어)난..벌써...기억이..안나...엄마 웃는 얼굴이...기억이 안 나..."

돌아가신 엄마 생각에 꾹꾹 눌러왔던 눈물이 터진 건지, 아이처럼 엉엉 우는 로드니를 꼭 안아주는 스텔라

로드니는 그녀에게 안겨 한참을 울다가 뛰놀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공원을 나가고 나서야 울음이 잦아든다.

"(영어)스텔라, 여기서 이러지 말고 우리 집에서 차 한잔할래? 아..너무 그..런가?"

"(영어)너무 그럴 게 뭐 있어~ 어렸을 때 자주 놀러 가고 그랬는데~"

두 사람은 스텔라의 본가 옆인 로드니의 집으로 들어간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로 커튼은 계속 닫혀 있었는지, 로드니가 급하게 치려고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영어)그냥 두고 불을 키자~"

"(영어)미..미안...집이 좀..누추하지? 정리를..안 해서..."

"(영어)소파에 앉으면 되지~"

로드니는 옷가지들이 널브러져 있는 거실 바닥과 일회용 용기들이 가득한 테이블 위를 급하게 치운다.

스텔라도 그녀를 도와 집을 대충 정리하고는 소파에 앉자, 로드니는 캐모마일 티백이 담긴 머그잔을 가져와 스텔라에게 내민다.

"(영어)커피가..다 떨어져서…차..괜찮아?"

"(영어)응~ 커피는 나올 때 마셔서 괜찮아~"

"(영어)니가 쓴 영화 나올 때마다..잘 보고 있어...한국보다 미국은 개봉이 늦어서 아쉽긴 한데..좋더라..."

"(영어)나 여기 두 달간 있을 거니까. 가끔 밥 먹자, 혼자 대충 때우지 말고~"

"(영어)그래..그러자…"

스텔라는 대학 시절 다시 만났을 때와는 너무나도 달라진 그녀의 모습에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다.

<1986년>

-38년 전-

두 사람의 첫 만남이자 첫 기억은 빌리지 안의 작은 공원 놀이터에서였다.

혼자 놀이터에서 모래놀이를 하던 스텔라에게 로드니가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었고, 늘 그녀에게 따뜻하고 친절한 로드니와 그녀는


그렇게 친구가 되어 항상 함께였으며, 본가의 별채는 곧 두 사람의 아지트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스텔라가 갑작스럽게 불법체류자들에 의해 납치를 당하고, 그녀의 가족이 한국으로 떠나면서 두 사람도 멀어지게 되었으며,


연락처를 알 길이 없던 두 사람은 서로 그리워만 하다가 세월이 흘렀다.

그러다 시카고 예대에 입학하면서 시카고로 돌아온 스텔라가 기숙사에 입소하기 전에 다시 마주치면서 대학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어릴 때처럼 함께 다니며


둘도 없는 친구 사이를 유지하다가, 두 사람의 아지트에서 놀다가 갑작스럽게 로드니가 커밍아웃을 하면서 고백했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짐작은 했으나,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고, 편견 없이 로드니의 자체를 이해하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에 티 내지 않았으며,


그래서 로드니의 고백은 놀라기보단 짝사랑 상대가 본인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로드니가 같은 마음이 아니라는 말을 어떻게 하면 로드니가 상처받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상처를 안 받을 수 없다면,


어떻게 말을 해야 덜 상처 받을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그 고민 끝에 담담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했다.

'너와 같은 마음이 아니어서 너무 미안하지만, 난 진심으로 너를 이해하고 너를 응원하고 있다.

나는 그저 너를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친구로서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싶다.'

스텔라의 진심이 통했는지, 로드니는 편견 없이 이해해주고 응원한다고 말해줘서 고맙다며 거절할 수 밖에 없는 그녀의 마음도 이해했고,


오히려 그녀의 이해심과 편견 없는 태도에 감동해서 더 동경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두 사람 사이는 변함없이 좋은 친구 사이로 지낼 수 있었지만, 두 사람이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어 또다시 멀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끔 메일도 주고받으며 연락했지만, 각자의 인생을 살며 서로의 인생을 응원하다가 스텔라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로드니는 뉴욕에 있는 한 출판사에 다니면서 바빠졌고, 점점 연락은 서로 뜸해졌으며, 그 후로부터 지금까지 서로 안부만 묻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그러다 로드니의 엄마가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후, 로드니는 엄마를 간병하기 위해 올해 1월부터 시카고로 돌아와 엄마를 극진히 보살폈으니,


지난 6월에 결국 로드니의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고, 엄마의 빈자리가 너무 컸던 로드니는 상실감에 점점 폐인이 되어 갔다.

먹는 건 인스턴트로 대충 때우고, 집 밖으론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장 볼 때 말고는 외출도 전혀 하지 않았으며, 청소를 고사하고 잘 씻지도 않고 살아서 집도,


그녀 자신도, 모두 엉망이었다.

이런 그녀를 보고 있으니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스텔라

"(영어)모건, 나랑 한국 갈래? 내 옆에 있으면서 내 일 좀 도와줘. 이 집안 꼴을 보고도 더 이상 너를 여기 혼자 둘 수는 없을 거 같아.


난 어떻게든 널 여기서 꺼내야 되겠다."

"(영어)스텔라..."

"(영어)두 달 후에 나 한국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가자. 일단 가서 니가 할 수 있는 일 찾아보자. 다른 애들이 나 혼혈이라고 같이 안 놀아주는데


유일하게 너만 나한테 먼저 다가와서 손 내밀어줬잖아. 그게 내 인생의 첫 기억인데 이젠 내가 손 내밀어줄게. 내가 도와줄게, 모건."

"(영어)고마워..."

로드니는 그녀의 따뜻한 말에 큰 감동을 받아 공원 벤치에서처럼 감정이 북받쳤는지, 다시 한번 목놓아 울음을 터트렸고, 한동안 스텔라는 그녀를 안고 다독였다.

"(영어)이제부터 밥 먹을 때 우리 집 와서 밥 먹어~"

고개를 끄덕이는 로드니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녀의 집을 나와 본가로 돌아온 스텔라

3층 자신의 방으로 올라와 노트북 전원을 켠 그녀는 기획안을 작성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기획안 작성은 해가 질 때까지 계속되었고, 그 기획안이 완성되자, 오 대표 메일로 바로 보낸다.

그리고는 PC톡으로 오 대표와 기획안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구체적인 미팅과 회의가 필요한 사항은 한국에 들어가서 하기로 한다.

그리고 내일 부모님을 모시고 루이빌에 가기 위해 국내선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하고, 루이빌 양조장과 근처에 갈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본다.

<2024년 08월 05일>

PM 12:00

스텔라의 소울 푸드인 잔치 국수로 점심을 먹은 스텔라의 부모님과 스텔라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해준 잔치 국수를 좋아했고, 한국에서도 부모님이 생각날 때마다 잔치 국수를 먹었으며,


본가에 와서도 꼭 하루에 한 끼는 잔치 국수를 해주셨던 아버지 덕분에 잔치 국수는 그녀의 소울 푸드가 되었다.

그리고는 각자 외출 준비를 하는 세 사람

재규는 스포츠 더블백에 짐을 챙겼고, 스텔라와 켈리는 각자 캐리어에 챙겼다.

가장 먼저 외출 준비를 마친 재규가 모녀의 캐리어를 들고 1층으로 내려왔고, 스텔라와 켈리가 곧이어 1층으로 내려와 함께 집을 나섰다.

PM 02:00

ㅇㅂ택시를 불러 오헤어 공항으로 향했고, 20분 만에 도착해 그녀의 부모님은 뒤에 서 있고 스텔라가 주도적으로 체크인 수속을 밟았으며,


비행 시각 때까지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면서 기다린다.

탑승 수속을 마치고 탑승구 게이트로 이동했고, 퍼스트 클래스 입구로 바로 들어가 비행기에 탑승한다.

PM 04:10

비행기가 이륙하고 1시간 10분을 날아 루이빌에 도착 했고, 스텔라가 예약한 숙소로는 택시로 이동한다.

PM 05:30

그녀가 예약한 호텔은 루이스 중심가에 위치한 [더 ㅂㄹㅇ 호텔]

호텔 편의시설은 인피니트 풀, 스파, 피트니스 센터, 레스토랑, 카페, 바 라운지 등이 마련되어 있는 5성급인 호텔로,


호텔 입구 앞에는 시계탑이 있어 만남의 광장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번화가이기도 해서 루이빌의 유명 관광지를 도보로 이동이 가능해 접근성도 좋으며,


오하이오 강이 보이는 스위트 객실 뿐만 아니라 다른 객실에서도 아름다운 전망이 보이고, 로비부터 객실 하나하나의 전제적인 인테리어는 알람브라 궁전을


연상시키는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하여 켈리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는지, 너무나도 만족해 하는 켈리의 모습에 스텔라와 재규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예약한 객실은 이스트 타워 워터 뷰 스위트로, 침실 하나에, 킹 베드가 두 개인 객실이며,


소파, 테이블, TV가 있는 거실에는 업무용 책상과 옷장도 별도로 배치되어 있다.

오늘 저녁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먹고, 일찍 쉬기로 한 세 사람은 6시에 예약을 하고 시간 맞춰서 이동한다.

레스토랑 안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고, 예약하지 않았으면 들어갈 수 없을 뻔했다.

창가 쪽엔 역시나 자리가 없었고, 중앙 자리에 하나 남아 있던 테이블에 예약석 푯말을 보고 자리에 앉았다.

직원은 메뉴판 세 개를 가져다주자, 시그니처 칵테일 두 잔과 The Lily 한 잔, 에피타이저로는 Seafood Chowder, Farmers Salad,


메인 메뉴로는 Steak Frites, Half Rack of Lamb, 그리고 Porterhouse를 시켰고, 주문을 받은 후, 물과 함께 숟가락과 포크 등을 세팅한다.

주문한 음식들이 하나씩 나오고, 시그니처 칵테일을 먼저 맛본 재규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세 사람의 술 취향은 조금 다른데, 켈리는 와인과 칵테일, 재규는 위스키와 맥주, 스텔라는 와인과 위스키지만


세 사람이 함께 있을 땐 주로 와인을 마시거나 칵테일을 만들곤 한다.

샐러드의 채소는 신선했고 드레싱도 채소와 잘 어울렸으며, 메인 메뉴 또한, 굽기 정도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육즙이 가득해, 맛도 좋았으며,


내일 아침에 먹을 조식도 기대가 됐다.

여유로운 식사를 마치고는 켈리와 스텔라는 스파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객실에 들렀다가 필요한 용품들을 챙겨 이동했고,


재규는 그동안 객실에서 먼저 쉬기로 했다.

스파 시설의 인테리어까지 알람브라 궁전 스타일이었고, 자쿠지 이용 후, 전신 마사지 1시간짜리로 예약한 스텔라는 켈리와 함께


라커룸에서 가운으로 갈아입고는 자쿠지 안으로 들어갔다.

적당히 따뜻한 온도의 온수에 몸을 담그고 나니,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고, 두 사람은 오랜만에 함께 여행 온 느낌에,


세 사람이 함께 여행을 갔던 곳을 떠올리며 수다를 떨었다.

"로드니 봤어~ 생각했던 것보다 안 좋더라."

"그래? 밖을 도통 나오질 않으니 잠깐씩 본 얼굴만 봐서는 자세히 알 수가 없었는데 나라도 들여다볼 걸 그랬구나."

"한국에 데려가 보려구. 같이 있으면서 일 하다 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그래~ 좋은 생각인 거 같다~"

시간이 되자, 직원이 안으로 들어와 마사지용 침대에 누워 있으라는 안내를 하고는 다시 나갔고, 두 사람은 바디 타올을 몸에 두르고는 침대에 누웠다.

5분쯤 지나자, 직원 두 명이 들어왔고, 두피부터 얼굴을 지나 전신과 발까지 아로마 오일을 이용한 마사지를 시작했으며,


전신에 에센스를 발라주는 서비스를 마지막으로 1시간에 걸친 마사지가 끝났다.

두 사람이 마사지를 마치고 객실로 올라가자, 이미 재규는 잠이 들어 있었고, 두 사람은 재규가 깰까 봐, 최대한 조용히 움직여 잘 준비를 하고는


켈리는 재규의 옆에, 스텔라는 다른 킹베드에 누웠다.

스파와 마사지로 피로를 푼 두 사람은 나른함과 노곤함이 몰려와 금방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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