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식이 희소식이다
<2024년 08월 13일>
PM 12:40
나파 밸리에 있는 와이너리를 가기로 한 날이 밝았다.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오른 스텔라와 그녀의 부모님은 또 다른 여행을 떠났고, 이번에는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오래 걸려서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PM 03:30
샌프란시스코에서 나파 밸리까지는 차량으로 1시간 30분이 소요되는 거리이기 때문에 숙소는 나파 밸리 근처로 예약했고, 숙소까지는 ㅇㅂ택시를 이용했으며,
켄터키주에 비해 관광객이 월등히 많은 샌프란시스코 라서 그런지, 택시 기사들이 공항에서 손님을 태우기만 하면 가이드처럼 스몰 토크부터 시작해
샌프란시스코 혹은 나파 밸리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곤 하는데, 와이너리의 성지인 나파 밸리로 가자는 재규의 말에 택시기사는 쉴 새 없이 와인에 대해
떠들어댔다.
다소 곤욕스러웠던 1시간 30분이 지나 숙소 근처에 다다랐고, '나파 밸리의 중심가'라고도 불리는 아름다운 세인트 헬레나 와인 컨트리 마을의 시내 인근에 있는
러더퍼드에 도착하자, 예약한 [ㄹㅊ 케이머스 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PM 05:00
택시는 [ㄹㅊ 케이머스 인] 입구 앞에 세 사람을 내려주고 떠났고, 짐을 챙겨 안으로 들어가는 세 사람
[ㄹㅊ 케이머스 인]은 야외 수영장 및 스파 욕조 등의 부대 시설을 갖춘 4성급 리조트 형 호텔로, 컨시어지 서비스와 연회장도 마련되어 있으며,
1층 로비로 들어서면 오른쪽에는 프론트, 대기 손님을 위한 여러 개의 소파와 테이블이 있고, 로비 왼쪽엔 바 라운지가 보이는데,
이곳에서 조식과 룸서비스 음식도 조리되고 있다.
호텔 건물은 유럽풍 인테리어로, 가운데 분수대를 중심으로 ㄷ자형 구조로 되어 있으며, 객실은 2층과 3층에 배치되어 있지만,
입구에서 보이는 것보다 큰 규모를 자랑한다.
스텔라가 프론트에서 호텔과 객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체크인을 마쳤고, 그 사이, 벨보이가 카트 캐리어를 이용해 세 사람의 짐을 객실 안에 가져다 놓았으며,
세 사람은 컨시어지 직원의 안내에 따라 3층으로 올라가 직원이 객실 문을 열자마자, 안으로 들어갔다.
스텔라는 직원에게 객실 키를 건네받고는 팁을 준 후에 보냈고, 그제야 객실 내부를 둘러보는데, 킹베드가 2개인 프리미어 스위트 객실로, 객실 문을 기준으로
왼쪽에 킹베드 하나가 있는 침실이 있으며, 정면에는 소파와 테이블이 있는 거실, 미니바, 발코니로 나가는 큰 창, 그리고 오른쪽 계단 하나를 오르면 그 위에
킹베드 하나가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객실 문에서 오른쪽으로는 스파 욕조가 딸린 욕실이 있으며, 입구 앞에는 선반 달린 행거가 놓여 있는데,
인원수에 맞춰 가운과 바디 타올 등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다.
"오~ 킹베드 두 개가 분리되어 있구만?ㅎㅎ"
"침실 두 개짜리 객실 하나랑 객실 두 개 중에 고민하다가 이 방 사진을 보고 바로 예약했지~ㅋㅋ
조식은 7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아까 1층 로비에 있는 라운지에서 먹거나 룸서비스로 시켜서 먹을 수 있고,
야외 수영장은 건물 중앙에 있는 분수대 옆에 있대~"
"수영장 수심이 깊지 않으면 딸내미도 같이 들어가면 좋은데~"
"수심이 1.5m라서 어깨까지는 올 거 같구 온수 풀도 아니어서 난 별로 안 당기네~ 두 분이서 오붓하게 수영 하고 오셔~
수영장에서 좀 여유 있게 있을라면 오늘 가는 게 나을 거야~ 내일이랑 모레는 와이너리 투어 할 거라서~"
"그래? 그럼 저녁 먹고 갈까? 아님 갔다 와서 저녁 먹을까?"
"두 분, 배고파?"
"아니, 공항에서도 뭐 먹고, 비행기에서 준 디저트도 먹었더니 별로 안 고프네?"
"그럼 수영장 다녀오셔~ 난 라운지에 뭐 있나 좀 보고, 쉬고 있을 테니까 한 7시쯤? 오늘은 그냥 멀리 가지 말고 호텔 바 라운지에서 술 한잔 하면서
뭐 먹으면 될 거 같아~"
"네~ 그럽시다~ 7시쯤 객실 와서 옷 갈아입고 같이 내려가면 되겠다~"
켈리와 재규는 블랙 컬러에, 화이트 컬러로 포인트를 준 위아래 래시가드 세트를 커플로 맞춰 입고는 야외 수영장으로 향했고,
스텔라는 발코니로 나가 울창한 숲 위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누군가의 그림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에, 눈과 핸드폰 카메라에 담으며 나파 밸리의 전망을 감상한다.
바 라운지의 메뉴판과 분위기를 보기 위해 객실을 나와 1층으로 내려간 스텔라는 각종 칵테일, 와인, 맥주, 위스키뿐만 아니라 파스타, 리조또 등
식사류도 있다는 걸 확인한 후, 객실로 돌아왔다.
침실 안으로 들어가 켈리와 재규가 올 때까지 잠시만 침대에 누워있으려고 했지만, 커튼 사이로 내리쬐는 따스한 햇살에 나른해진 그녀는 금방 잠이 들고 말았고,
두 사람이 객실로 돌아와 노크 하는 소리에 깬다.
PM 07:30
잠이 덜 깬 눈으로 객실 문을 열자, 두 사람이 물에 젖은 몸 위에 비치타월을 두른 채로 서 있다.
"잤어? 밤에 잠 못 자~"
"1시간밖에 안 잤어~ 노크 오래 했어?"
"아니? 금방 열던데?"
"바 라운지에 파스타랑 리조또 같은 거 팔더라~"
"그래? 잘됐네~"
두 사람이 간단한 샤워를 한 후,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마자, 세 사람은 바로 1층 바 라운지로 내려간다.
PM 08:00
이미 날이 어두워져 테라스 자리보다는 홀 안쪽 소파 자리에 앉은 세 사람
직원이 주류 메뉴판, 식사 메뉴판, 그리고 물과 컵을 가져다준다.
배가 고팠던 세 사람은 많이 고민하지 않고 사워도우 빵 안에 조개가 들어간 크림스프가 담겨 나오는 클램 차우더, 올리브 오일 파스타 위에
다양한 해산물과 랍스타가 올라가는 씨푸드 플래터, 큼직한 관자가 듬뿍 들어간 관자 리조또, 와인은 소비뇽 블랑 한 병을 주문했고,
디저트는 요청하면 별도로 메뉴를 가져다 주는데, 재규는 크림브륄레, 스텔라는 초콜릿과 헤이즐넛이 적절하게 섞인 잔두야 젤라또,
켈리는 상큼한 레몬 크림시클 젤라또를 선택했다.
늦었지만 그만큼 맛있었던 식사를 마치고, 그렇게 나파 밸리에서의 첫날 밤이 저물어갔다.
<2024년 08월 14일>
AM 10:00
오늘은 투어가 아닌 와이너리 한 군데만 방문할 예정이지만 호텔 조식을 맛보기 위해 일찍 일어난 세 사람
조식은 룸서비스로 주문해서 먹기로 하고 전화기가 있는 협탁 서랍에 있는 룸서비스 메뉴판을 꺼냈고, 베이컨 스크램블 에그 토스트, 크루아상, 베이글,
그리고 딸기, 블루베리, 라즈베리, 바나나, 사과 등이 손질 되어 나오는 과일 모둠과 따뜻한 아메리카노 세 잔을 주문했다.
20분 정도 기다리니, 노크 소리가 들렸고, 스텔라가 문을 열자, 호텔 직원이 이동식 트레이에 스텔라가 주문했던 룸서비스 메뉴들을 가져다주었고,
세 사람은 트레이를 거실 테이블 가까이 옮겨 놓고는 먹기 시작한다.
같은 곳에서 조리하는 것이 맞다 싶게 어제저녁에 비해, 베이컨과 스크램블 에그는 너무 구웠는지, 군데 군데 탔고, 토스트 빵, 크루아상과 베이글 빵은 딱딱하고
질겼으며, 그나마 손질 과일 모둠과 커피만이 먹을 만했다.
평소에는 식사를 여유 있게 하는 편인 세 사람이지만, 룸서비스 조식은 접시마다 절반씩은 남겼고, 평소보다 빨리 끝난 아침 식사에, 30분 만에 트레이를
직원이 가져가도록 객실 문 앞에 내놓았으며, 잠이라도 다시 청해 볼까, 각자의 침대에 누웠다.
PM 02:00
세 사람은 외출 준비를 하고 1층으로 내려와 컨시어지 직원에게 콜택시를 요청한다.
로비 중앙에 있는 소파에 앉아 기다리던 세 사람에게 직원이 다가와 택시가 도착했음을 알렸고, 호텔 입구 앞에 서 있는 택시에 탑승해
[다나 이스테이트] 와이너리로 이동했다.
[다나 이스테이트] 와이너리는 2005년 한국인이 설립하여 세계적인 수준의 양조력과 남다른 철학으로 성공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곳으로,
미국 나파 밸리의 자가 소유 포도밭에서 위대한 싱글 빈야드 와인 3종인 허쉬 빈야드, 로터스, 헬름스 및 빈야드 블렌딩 와인인 온다와 바소를 생산하고 있으며,
연재는 고급 와인 전문 와이너리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특히, 다나라는 이름은 한국인 회장님의 호인 단하(단풍)에서 가져온 것이며, 붙여진 이름부터 한국 특유의 따뜻한 정서가 느껴졌다.
또한, 지속 가능성과 환경 보호를 중요시하는 와이너리로도 알려졌는데, 와인 생산 과정에서 화학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 재배 방식만을 채택하고 있고,
이를 통해 고품질의 와인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단위 면적당 소출을 나파 밸리 최저 수준으로 제한하고, 포도알의 낱알 선별 역시 세계 상위 1% 수준으로 꼼꼼하게 수행하며,
특히 테루아를 가장 순수하게 표현하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포도밭의 서로 다른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3개의 발효 방식인 대형 오크 탱크, 시멘트 탱크, 소형 오크통 발효를 도입하여 와인의 특성을 최대한으로 살려내고 있다.
더불어, 세계 9대 양조가 중 한 분을 비롯하여, 유명 와인 메이커와 빈야드 매니저로 구성된 환상의 와인 메이킹 팀도 보유하고 있는데,
이 팀은 다나의 철학과 정서에 맞게 균형, 과유불급의 철학에 주목하며, 양조 과정에서도 인위적인 개입을 최소화하여
완벽한 와인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와인 저장소에서는 와인의 움직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기온 및 습도 유지에 힘쓰는 한편, 하루에 8시간씩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등 정성을 쏟아붓고 있으며,
다나, 온다, 바소 세 가지 종류의 레드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 연간 생산량은 10만 병 이내로, 가장 상위 등급인 다나는 연간 1만 2000병을 한정으로
미국에서는 회원제로 판매되며, 온다는 연간 1만 3000병을 생산하고, 바소는 연간 7만 병을 생산한다.
허쉬 밭에서 만드는 화이트 와인도 있는데, 연간 생산량은 1000병에 불과하여 미국에서는 구하기가 어렵다.
다나 와인은 높은 품질과 독특한 맛으로 유명한 와인인데, 레드 와인으로, 세련된 포장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와인의 특별성과 독특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신경 쓴 결과이기도 하다.
온다 와인은 '황금의 물결'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로, 이 와인을 표현하는 동양적 가치를 담고 있으며, 나파 밸리에 소유한 3개의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블렌딩 하여, 다양하고 복잡한 맛을 살려냈고, 루비 빛을 띠는 온다 와인은 고순도의 블랙 체리, 코코아, 바닐라, 먼지 향과 부드러운 타닌, 유연한 텍스처를
가지고 있어, 스테이크와 같은 서양 음식뿐만 아니라 동양의 육류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또한, 2011년 서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담에서 만찬주로 사용되어, 국제적인 품질을 인정받았다.
바소 와인은 이탈리아어로 '화병' 또는 '항아리'를 의미하며, 와인 라벨에는 조선백자 달항아리가 그려져 있어, 동양적 가치를 잘 전달하고 있고,
이 라벨은 사진작가 구본창의 달항아리 작품을 모티브로 제작된 것이 인상적이다.
온다 도로와 함께 다나 이스테이트에서 선보이는 한국을 위한 바소 와인은 기본급 와인이지만, 풍부한 체리향으로 시작하여
자두, 블랙베리 등의 검은 과일의 풍미가 지배적이며, 타닌의 양도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입에서는 매우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또한, 2012년 서울에서 개최된 핵 안보 정상회담에서 만찬주로 사용된 바 있어, 이를 통해 바소 와인의 높은 품질과 국제적으로 인정 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온다와 바소 와인만 구매가 가능하다.
간판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지만, 예약자명을 말하면 바로 문을 열어준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으나, 비는 오지 않았고 흐린 날씨가 이어져 약간 아쉬웠지만, 그래도 드넓게 펼쳐진 포도밭과 멋진 와이너리 건물만으로도 충분했으며,
입구까지 마중 나온 직원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 갔고, 첫 시작으로 웰컴 샴페인을 한 잔씩 나눠 주었다.
사각 돌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돌로 만들어진 아치형 문이 나오는데, 그 문을 지나서야 비로소 와이너리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원목으로 된 문 나왔고,
오래된 건축물을 리모델링해서 사용 중이라 건물 곳곳에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처음으로 마주한 공간은 한국적인 이미지와 어우러진 공간이라서 동양의 아름다움이 돋보였으며, 접견실 겸 디너 장소로도 쓰인다고 하는데,
벽면엔 이곳의 과거 사진들도 걸려 있어, 그 모습을 연도별로 볼 수 있었다.
3가지 발효 방식을 보여주는 오크통들도 볼 수 있는 공간을 지나, 사각 돌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다른 건물 안으로 안내를 해주는데,
조금 전에 나왔던 건물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소량의 프리미엄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감미로운 클래식 음악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와인 저장소의 문조차도 한국적인 요소들이 보여서 세 사람에게는 더욱 인상 깊었고, 안내를 담당했던 직원 역시 한국인으로 배정해준 섬세함도 갖춘
와이너리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테스팅 룸에 도착하자, 매그넘 사이즈의 다나 와인과 독특한 모양의 디켄더가 전시되어 있었고, 테스팅 할 와인은 가장 상위 라인들로 미리 준비되어 있었으며,
테이블 중앙엔 와인의 기본이 되는 떼루아인 토양이 투명한 밀폐 용기에 담겨 있었는데,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보니, 토양마다 질감과 석회질이 다 다르다는 걸
잘 알 수 있었다.
테스팅한 와인은 총 세 가지였는데, 연간 1000병 정도만 만들어서 구하기 어렵다는 다나 소비뇽 블랑, 온다, 다나 와인이었으며,
다나 소비뇽 블랑은 신선하지만, 가볍지만은 않고 풀 향과 사과 향이 느껴졌고, 온다 와인은 100%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부드러운 타닌 감과 블랙 체리 향, 그리고 달달한 느낌의 바닐라 향과 산미보다는 텍스처가 더 훌륭하게 느껴지는 맛이었고,
다나 와인은 온다보다 살짝 더 산미가 느껴지고 향은 더 복합적이지만 가벼우면서도 스파이시한 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