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걱정하는 울 엄마에게

엄마, 걱정은 건강에 안 좋아요.

by 미라지

오랜만에 친정에 들렀다. 근처 식당에서 부모님을 만나 점심식사를 한 후 간단히 다과를 들러 친정집으로 갔다. 손주들 안부를 묻고는 엄마가 근심스럽게 말씀하신다.

"너 ooo박사 아니?"

"응. 아는데, 유명한 분 아니에요?"

"내가 요즘 ooo박사 유튜브를 보는데, 지금 상황이 심상치 않대. 미국 전투기들이 와있고, 곧 전쟁이 날 수도 있대."

"그분이 유튜브를 하신다고요?"

"무섭더라. 걱정이야."


나는 유튜브를 보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 때문은 아니고 익숙하지 않아서다. 검색 결과를 영역별로 소팅해 주는 네이버가 편하다. 유튜브 메인 화면은 너무 어지럽게 느껴진다. 가끔 아이들이 보라고 추천해주는, 요즘 유행하는 동영상 정도만 본다. '난 영상보다 글씨가 익숙한 세대라서' 그렇다고 핑계를 대어 본다. 하지만 오히려 나의 부모님은 유튜브를 즐겨 보시는 데다가 콘텐츠 업로드도 하신다.


다른 사람 채널이라면 찾아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ooo박사라니 추억의 이름 아닌가.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엔 자기 계발서가 엄청나게 인기였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와 <설득의 심리학>이 유행이던 시절, 나는 ooo박사의 책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입사 원서를 쓸 때 존경하는 인물 칸에 그분의 이름을 썼다. 입사에 성공했기에 그분은 한동안 내게 은인 비슷한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었다. 십수 년 만에 다시 들은 그 이름! 이제는 유튜브를 하신다고? 게다가 그 방송 때문에 울 엄마가 근심이 가득하다고?


검색해 보니 ooo 박사의 구독자는 수십만 명이었다. 유튜브 세상에서 나는 아싸였구나. 스크롤을 얼마 내리지 않아 엄마가 봤음직한 방송, 그러니까 '북한', '전쟁', '위기' 같은 키워드를 발견했다. 울 아빠 연배의 그분은 한반도 상황이 위중하다고 보고 있었다. 영상의 내용은 이랬다. 11월 말과 12월 미국이 한반도에 특수정찰기를 띄워 감시를 강화했다, 한미 정상이 30분간 통화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동창리에서 액체 연료 엔진 시험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2017년 말 미국은 실제로 한반도 전쟁에 대비했다, 북한 ICBM의 미국 본토 포격이 가능해지면 미국은 군사 옵션을 동원할 것이다 등등.


처음 듣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 뉴스에서 종종 듣던 이야기를 종합해 본인의 추측을 약간 덧붙인 정도였다. 당연히 전쟁은 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전쟁은 날 수 있다. 하물며 한국은 분단국인데다가 주변국과 늘 드라마틱한 상황을 연출한다. 그래도 이제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나 어렸을 때부터 'X월 위기설'은 늘 있었고, 그럴 때면 먹을 것을 사재기했고, 이제 사재기는 줄었지만 얼마 전에도 '생존배낭'이 검색어로 오르긴 했다. 하지만 이제 물리적인 전쟁이 일어난다면 공멸이다. 그걸 알기에 경제전쟁이 시작되지 않았나.


나는 엄마의 불안을 이해한다. 전쟁을 겪으셨던 나의 외할아버지는 휴전 후 사십 년이 지나도록 피난 꾸러미를 풀지 못하셨다. 한국이 올림픽을 치르고 세계 십 수 번째 경제대국이 되어도 언제든 피난 갈 수 있도록 준비하셨던 거다. 하물며 전쟁을 겪지 않은 나라고 그 두려움을 모를까? 역사는 반복된다지만 어떤 역사는 절대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북한을 두려워하는, 전쟁이 날까 불안해하는 어르신들을 탓할 수 없다. 문제는 공포를 조장하는 이들이다. 전쟁의 공포를 이용해 누가 무엇을 얻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하지 않던가.


1994년이었나,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 하여 난리가 났을 때다. 중학생이었던 나는 겁이 나서 여쭤 보았다.

"아빠, 전쟁 나면 어떡해?"

아빠는 웃으며 말씀하셨다.

"전쟁은 그렇게 쉽게 나지 않아."

"그게 무슨 말이야?"

"걱정하지 마. 그런 일 없다."


이제는 내가 엄마를 안심시켜 드려야겠다.

"엄마, 전쟁은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 않아요. 그런 걱정하면 건강에 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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