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언저리의 주부입니다. 독서 모임에 참여하던 중 회원 한 분께서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보라 권하셨지요. 작가 신청에 써낼 자기소개를 고민하느라 한나절을 보냈습니다. 며칠 후 '작가가 되었다'는 앱 알림이 오더군요. 신기했습니다. (모두가 아실 과정을 굳이 써 버렸으니 눈길을 끄는 도입부 쓰기는 실패?)
구독자 0명은 민망하니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내 제 브런치를 구독하라 종용했습니다. 이십년지기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더군요.
1. 브런치가 뭐니? - 아직도 브런치를 모르다니. 직장 생활이 녹록지 않아서겠죠. 워라밸이 필요해 보입니다.
2. 취미생활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 취미에 매진하는 것이 인생 목표였는데,갑자기 목표를 이룬 기분이었습니다.
3. 영화 '완벽한 타인'의 염정아 역할(수현)이 오버랩된다. : '난 담배는 안 피우니 수현과는 다르다'며 선을 그어 주었습니다.
4. 브런치는 욕망이 우글대는 곳이라고. : 프리랜서 친구의 이 말이 눈에 콕 박혔습니다. 네, 저도 모르는 척 알고 있었거든요.
『기획자의 책 생각』을 읽어보니 브런치 작가는 이미 이만 명을 넘어섰다는군요. 직업과 상황은 달라도 모두 출간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는 중이겠지요. 저 역시 제 이름 박힌 책 한 권 갖고 싶지만 너무 큰 욕심일지 모릅니다. 이제 겨우 글 네 개 쓰고는 어떻게 감히 작가를 꿈꾸겠습니까. 그건 마치 동화에 나오는, 달걀이 가득 든 바구니를 머리 위에 이고 가던 소녀의 공상과 같습니다. 소녀는 '달걀이 병아리가 되고 닭이 되고 또 달걀을 낳으면 나는 큰 부자가 되겠지!' 즐거운 상상을 하다 어느 순간 돌부리에 걸려 달걀을 모두 깨뜨려 버리죠.
강원국 작가님은 '한 가지 주제에 관한 메모 1000개를 모아라, 그러면 책 한 권을 쓸 수 있다' 고 하셨습니다. 메모만큼 제게 필요한 것은 용기입니다. 쑥스러움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 옛날 영화에선가 지하철을 탄 주인공이 낯 모르는 승객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며 '사랑 고백 연습'을 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요즘 세상에 그런 짓을 하면 폰카에 찍혀 신고당할지 모르지만, 저는 지하철에서 소리 지른다 생각하며 글을 쓰려합니다. 그러다 보면 메모 천 개, 쓸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