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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Dec 05. 2021

대학은 취직을 위해서, 회사는 투자를 위해서였나 보다.

2021년 12월 4일 토

오늘도 여지없이 시간이 많은 남편과 나는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방향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논리적이고 계획적인 남편은 역시나 본인이 생각하고 있는 방향성과 비젼을 깔끔하고 속시원히 설명한다. 그리고 물어본다.

"그럼 너는?"

"나? 음.. 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데. 맘 편히 사는 게 목표라면 목표랄까...?"

남편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나는 그런 건 귀찮다고 했다.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살고, 나는 나하나 잘 간수하면서 사는 게 좋다고 했다.

애들을 키우고 남편과 밥해먹고살고, 부모 형제와 안부를 물어가면서 딱 그 정도만 신경 쓰고 싶다.

그러다 애들도 독립하고, 남편과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독립적으로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상상도 가끔 한다. 남편이 나더러, 어디 산속에 들어가서 혼자 살아도 왠지 잘 살 것 같다고 한마디 한다. 재밌는 건 안 해본 상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간이 많아지기 전, 그러니깐 우리 부부가 올 3월에 회사를 퇴사하기 전에도 대화는 엄청 많이 하는 편이었다. 과거와 비교해서 현재 우리 상황을 점검하고, 이 시스템을 유지한다면 미래에 어떻게 되어 있을지 상상하는 걸 좋아했다. 나는 대학을 남편은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했고, 다행히 나는 바로, 남편은 5개월 안에 취직이 되었다. 학자금 대출 1억 3천만 원과 함께 말이다. 돌아보니 이건 시작부터 빚지고 시작하는 투자활동이었다. 나의 자금이 아닌 남의 자금으로 학비를 충당하면서 대학을 졸업했다. 소비활동을 위해 쓴 돈이 아니니 '좋은 빚'이라고도 부르지만 어쨌든 빚은 빚이다. 이렇게 빚내서 공부하고 대학을 졸업하면, 멀쩡한 직장에 취직이 된다는 보장 같은 건 없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택하는 이유는 대학 졸업장이라는 '디딤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어야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취직할 때 기본으로 4년제 대학교 졸업을 요구하는 회사는 흔하다.

그래서 11년 전 결혼 초반, 엄청난 학자금과 집 대출을 함께 갚아 나갈 때 우리는 현재 우리의 상황을 이렇게 생각하곤 했다. 지금 열심히 갚고 있는 이 빚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빚이었다고. 그리고 나라의 학자금 대출 도움이 없어서 우리가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다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들의 취직을 못했을 거고 그럼 지금 받는 연봉도 못 받을 것 이었다고 말이다. 결혼 초반까지는 딱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살았다. 이른 은퇴를 결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몇 년이 더 흐르고, 회사에서 받는 월급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 뒤로 또다시 빚을 지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진, 이미 가진 빚도 엄청 많다고 생각했고, 하루빨리 모든 빚을 다 갚는 게 우리의 목표 이기도 했다. 그러다 생각이 바뀌었다. 대학생 때 빚을 내서 졸업장을 따 취직할 기회를 얻었다면, 이제는 회사의 월급을 '디딤돌'삼아 빚을 내고 투자를 하여 이른 은퇴를 하고 경제적 자유를 얻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지금 회사를 다닐 때 하루라도 빨리 은행에서 론을 받아 투자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은행에서 론을 줄 때 보는 기준은 간단하다. 현재 얼마나 버는지, 그리고 나가는 돈은 얼마인지 등을 계산하여 추가로 얼마나 더 빌려줄 수 있는지 알려준다. 회사를 다니지 않는 다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물론 사업가도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실제 은행에서는 인컴이 불규칙한 사업가 보다,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


'디딤돌'을 잘 활용하면 다음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데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지금 우리 인생에 필요한 다음 '디딤돌'은 어떤 것인지 고민해 볼 차례이다. 그러려면 우선 어디로 가고 싶은 지 먼저 알아야 하는데..역시 이미 정해진 길이 아닌, 스스로 개척해서 가야 하는 길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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