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할땐 시급 안 올려 준다고 난리였는데..

by 안개꽃

어제 혼자 아침 산책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17살에 이민 와 대학교 졸업하고 풀타임으로 취업을 하기 전까지 한 번도 알바를 쉬어 본 적이 없는 나는, 첫 연봉 숫자가 들어간 잡 오퍼에 싸인 하기 전까지, 내가 하는 일에 비해 시급이 적다고 느낀 경우가 많았던 거 같다. 나는 당연히 조금 더 받아도 된다고 (무슨 근거인지 모름)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 들어가서도 한동안 지금 연봉보다 당연히 더 벌어야 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또 이상한 게, 올 3월에 퇴사하기 전 몇 년은 내가 하는 일에 비해 뭔가 돈을 너무 많이 버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왠지 그냥 우연히 지금의 은행에 취직을 했고, 지금 하는 일을 하고 있게 된 것뿐인데, 남편과 나는 월급날이 되면 '씁... 이상해... 이상한 회사야.. 우리한테 왜 이렇게 돈을 많이 주는 거야??'라고 요상한 대화를 하기도 했다. (잘 줘도 난리야)


그렇게 어릴 땐 내 능력을 객관적으로 볼 줄도 몰랐으면서, 괜히 시급을 덜 받고 있는 것 같은 억울한? 기분을 느꼈다면, 회사생활 10년 차에는 아직도 내 능력을 개관적으로 볼 줄 몰라서 하는 소린지 모르겠지만, 왠지 내 능력이나 내 기여도보다 월급을 그 이상으로 받아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도대체 식당에서 서빙 알바를 하는 것과 (내가 했던 알바중 하나), 은행에서 손님과 투자 상담을 해 주는 노동의 가치가 그렇게나 차이가 많이 날 일인가? 싶었다. 물론 지식의 가치가 포함된 액수라 할 수 있지만, 그것 마저도 내가 가진 지식이나 자격증의 값어치가 정말 이 정도 일까?라는 의구심을 속시원히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왜 우리는 연봉도 후하게 쳐주는 회사를 다니면서, 이런 '찜찜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된 걸까?

너무나도 떳떳하게 '당연하지! 내가 잘났으니깐 이 정도는 받아야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순 없었던 걸까. 어느 적정선을 넘어가면 그 당연하지! 기분을 계속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다. 그때부턴 그냥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니야? 그런 점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우린 잘 안됐지만..)


회사는 또 회사 나름 사정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사람이 엄청 많은 조직일수록, 직함과 직업을 세분화하고, 같은 직업과 직함이라 해도, 그 안에서 또 연봉 레벨을 세분화한다. 열심히 일할 동기부여는 내가 사회에 기여하고, 회사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성취감'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잘 먹히는 게 '돈'이기 때문이다.


어디 회사는 이 직함에 이 연차면 평균 연봉이 얼마인데, 우리 회사는 왜 이래?라는 소릴 하면서, 일 잘하는 직원이 떠나는 걸 막고 싶다면, 연봉 레벨이 업계에서 너무 뒤처지면 곤란하다.


우리의 이런 생각을 시부모님은 엄청 어이없어하셨다.

'너네 맨날 돈 없다 하드만, 뭐 돈 많이 준다고 난리냐. 많으면 나에게 줘라 (농담 반 진담 반 이셨을 듯..ㅎㅎ)'이라고 하셨다. 우린 정말 쓸 돈이 없긴 했다. 버는 족족 부동산과 주식 투자를 했고, 학자금을 갚아 나가면서, 집 융자도 갚아 나가면서, 아이 둘 데이케어에 비용만 평균 월 220만 원 정도 들어갔다. 어디 비싼 시설좋은 데이케어라 그런게 아니다. 그냥 집앞 초등학교 안에 있는 평범한 데이케어 가격이 그렇다. 정말이지 쓸 돈은 없었다.


회사를 나오고 좋은 점은, 나의 가치를 회사에 증명하면서 살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회사뿐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도 떳떳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퇴사 전, 아직도 필요한 것보다 가진 것이 부족하다 생각하시는 양쪽 부모님께 우리는 매번 '아니에요. 지금도 충분히 많이 가지고 계시고, 원하시면 은퇴를 하셔도 될 정도라 저흰 생각해요'라고 했지만, 얼마만큼 이 적당한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였다.


두둑한 월급은 포기했지만, 육아 지옥을 남편과 힘을 합쳐 해내고 있는 지금이 좋다. 이제 이 정도면 충분하다..라고 마음먹은 나 자신을 칭찬한다.


아침 산책길에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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