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김치는 담갔니?

by 안개꽃

조금 전 한국에서 전화가 왔다. '그래서 김치는 담갔니?' 그것이 궁금하셨던 모양이다. 얼마 전 통화할 때, 김치가 떨어져 간다고 했었고, 그 뒤로 업데이트가 안됬었다.


매번 내가 김치를 담갔다고 할 때마다 우리 엄만 내심 나를 기특해하는 게 수화기 넘어 느껴진다. 네가 거기서 애 키우면서 일도 하랴 바쁠 텐데 김치도 직접 담가먹고 대단하다.. 동생들 돌보는 것도 힘들 텐데..(토론토에서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4년간 12살 어린 쌍둥이 동생들을 데리고 살았었다) 이것이 우리 엄마 레퍼토리였다. 그럼 난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일도 할만하고, 동생들도 대학생이라 다 커서 내가 뭐 따로 돌본다고 할 만한 것도 없고, 애기들은 좀 힘든데 그래도 뭐 어린 나이라 힘든 거지 특별히 까다롭게 힘든 애기들이 아닌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내가 김치 담그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시더니, 그 옆에서 구경하는 둘째 딸을 보며 딱 내가 어렸을 때 같다고 하신다. 나도 기억한다. 엄마가 김치를 담그실 땐 꼭 옆에 앉아서 보조를 자처했고, 나도 버무리겠다고 나섰고 간 보는 것도 좋아했다. 그리고 흰밥과 김치만 있으면 밥도 매우 잘 먹었다. 그래서 그런가 난 아직도 김치가 좋다. 그런데 우리 둘째가 정말 나 같다. 내가 김치 할 때도 도와주겠다고 옆에서 가까이 구경하고 있었고, 한 입만 달라고 졸라 절인 배추에 양념을 조금 묻혀 주면 맛있다고 먹었다.


엄마의 '그래서 김치는 담갔니?'라는 질문이 싫지 않았다. 내가 김치를 만들었다고 하면 대견해하는 엄마를 알기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 옆에서 요리하는 거 구경하고 관심 있어하더니 내가 그래서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가 보다 하신다. 그러면서 둘째도 너를 닮았나 보다라며 좋아하신다. 나도 조금 그렇게 생각하기도 한다. 둘째가 첫째를 괴롭힐 때면 내가 언니를 못살게 굴던 때가 생각나기도 한다.

좋은 것만 닮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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