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생각대로 흘러가는 것 같을 때..

by 안개꽃

남편과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관한 얘기를 참 많이 하는 편이다. 2005년 첫 연애를 시작하고 한 달 정도 됐을 때,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사귀고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우리는 '와.. 우리 완전 잘 맞는 것 같아. 우린 결혼하게 될 거야'라고 서로 말하기 시작했다. 우린 그때 20살이었다. 양쪽 부모님들은 너네 그런 생각 너무 하지 말고 그냥 사귀어라.. 하셨다 ㅎㅎ 그러나, 말하는 데로 우리의 바람은 이루어졌다.


우리가 토론토에서 회사 잘 다니면서 살다가 코로나가 닥치고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먼 이곳으로 이사를 꿈꿀 당시 대화가 또 생각난다. '거기 가면 뭐가 하고 싶은데?' '산책하고, 산에도 가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어려운 꿈이 아니어서 그랬는지, 원했던걸 하면서 살고 있다. 물론 원하는 만큼 양껏 하고 있진 못하지만, 그래도 하고 있다.


세세한 계획이 다 들어맞지 않아도 좋다. 좀 더 길게 돌아보면, 결국 원했던 방향으로 내 인생이 흘러가고 있음을 알 것 같다. 그래서 방향성을 잘 세팅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예를 들어 오늘은 이런 대화도 했다. '나중에 부모님이 좀 더 나이 드시면, 언젠간 우리가 같이 살아야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양쪽 부모님 다 포함해서 여러 방향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봤다. 이런 훈련은 그 언젠가라는 날이 왔을 때 유연하게 그런 상황을 또 마주할 수 있게 되는 힘이 되는 것 같다.


요즘 우리 큰애는 자꾸 파리에 가서 살 거라고 말한다. 그래서 불어를 배워야 한다고 한다. 파리는 패션의 도시이고, 자기는 패션을 사랑하기 때문에 거기서 살면서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하듯이, 매주 일요일 아침에 화상 채팅으로 우리와 통화를 할 거라고 한다. 다만, 한 시간은 너무 기니 자기는 15분만 할 예정이라고 덧붙인다. 하하하 이 얘기를 시부모님께 해 드렸더니 엄청 웃으셨다. 역시 애들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면서, 예전에 남편이 시부모님께 이런 얘길 했단다. '난 나중에 커서 엄마 아빠랑 같이 안 살 거야. 엄마, 아빠도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안 살잖아? 나중에 우리 와이프가 싫어할 수도 있으니 나도 엄마 아빠처럼 따로 살 거야'라고 했었단다. ㅎㅎㅎ 그때 우리 남편은 한 10살쯤 때였다고 한다. 큰애 얘기를 해 드렸더니, 남편이 했던 얘기가 떠오르셨던 거다. 이런저런 경험담을 모아보니, 지금 같아선 우리 큰애는 파리에 가서 살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인다.


일이 생각대로 흘러가는 것 같을 때.. 나는 만족감을 느낀다. 그 생각대로가 '산책하기.. 책 읽기.. 글쓰기..'처럼,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일들이라는 점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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