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받아 드려, 남편

by 안개꽃

여러 번 시도 끝에 예약 성공이 된 남편의 열흘 명상이 코앞으로 다 왔다. 나도 독박 육아할 마음의 준비를 좀 해야 하는데..


퇴사하고 달라진 점 중 하나는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는 단호히 안 받는다는 점이다. 신기한 건 전화가 한통도 오지 않고 지나가는 날도 많다는 사실이다.


엊그제 남편 폰으로 모르는 전화가 왔는데 안 받았다. 보이스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명상센터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 전화를 받기 며칠 전, 그곳에서 이메일을 한통 받았다. 내용은 지금 봉사해줄 서버가 부족하니 남편이 자원해 준다면 참 고맙겠다..라는 내용이었다. 남편은 오랜 기간 이 열흘 명상을 기대해 왔기 때문에 선뜻 나서고 싶지 않아 했다. 답장을 안 하고 있으니 전화를 건 것이었다. 자원봉사는 한 번이라도 그곳에서나 또는 다른 센터에서 열흘 명상을 해본 사람만이 지원할 수 있다. 남편은 종종 봉사하러 가고 싶다고 했으나 이번엔 아니었다.


전화 메시지 확인 후 바로 전화를 걸었다. 봉사자가 한 명 부족한데, 남편이 거절할 경우 이번 명상 코스는 취소해야 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까지 나오는데 남편은 본인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이번엔 봉사를 더 하라는 뜻인가 보다.. 하고 알겠다고 키친 서버로 봉사하겠노라 대답하고 말았다.


아침, 점심 준비를 도와주고 주방 청소를 하고 중간중간 홀에서 다 같이 명상하는 시간에는 명상을 할 수 있다. 봉자사로 갈 경우에는 핸드폰 사용과 책을 가져갈 수도 있다. 남편은 핸드폰은 잘 모르겠으나 노트북은 한 권 가져가서 생각을 좀 적고 싶다고 한다.


열흘 명상이 끝나고 나면 2월도 이렇게 지나갈 것 같다.


오늘 산책 중 찍은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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