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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Mar 10. 2022

캐나다에서 바라본 한국 대통령 선거

재작년 캐나다 이민 18년 차쯤 됐을 때 시민권을 받았다. 5년에 한 번씩 하는 영주권 갱신이 번거로워 신청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이민 와 20년을 캐나다에 살면서 한국에 간 적은 4번 정도뿐이었다. 대학생 때 두 번, 결혼할 때 한번, 큰애 낳고 다 같이 한번 이렇게 총 4번이다. 한국에 친정 부모님이 계신 경우, 일 년에 적어도 한 번은 다녀오는 여자들을 많이 봤다. 나는 불효자라 나의 휴가를 한국 가는 대신 다른 나라를 가보는데 썼다.


그렇지만, 내가 캐나다 시민권자가 되었다고 해서 이제부터 난 한국 사람이 아니고 캐나다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얼마 전에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우산도 없이 태연하게 걸어 다니는 남편과 나를 보며, '아 나 캐나다 사람 다 됐네~'했다. 그랬더니 남편이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 본인은 캐나다 사람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나 보다고 한다. 그렇다. 나는 아마도 매우 천천히 캐나다 인화되어가는 중이다. 이곳에서 산 시간이 더 길어질수록 한국에서 배우고 가지고 온 한국적인 것들이 조금씩 없어지고, 여기서 배우고 터득한 이국적인 마인드가 조금씩 장착되고 있다. 그래도 아마 죽을 때까지 어디서 살든 난 스스로를 '한국인'이라 생각할 것 같다. 여기서 태어난 2세나 나보다 더 일찍 이민 온 학생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한다고 한다. 얼마 전 우리 아이도, 왜 한국인들은 노란 머리가 없느냐며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리고 자기는 한국인이면서 캐나다인 이라고 알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의지도 강하다.


이렇게 이번 선거에 투표권한은 없는 '한국인'이지만, 정치뉴스나 이번 대선에 관련해서는 남편과 함께 매우 관심 있게 지켜봤다. 이미 선거는 끝났다. 벌써 80%가 넘는 개표율이지만, 당선자 확정이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누가 이길지 아직 모른다는 얘기다.


누가 이기든, 저 멀리 있는 우리나라를 정치도 안정적이고 국민들의 생활도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나라로 이끌어 주길 누구보다 바란다.


둘째를 발레 클래스에 보내고 주차장에서 45분 대기하는 중에 쓰고 있는데, 아이를 다시 픽업할 때쯤엔 주인공이 누가 될 건지 알게 되겠지. 한국은 오늘 밤이 잠 못 드는 밤이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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