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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Mar 21. 2022

곤히 자는데 누가 당신을 4번이나 깨운다면?

어젯밤에 일이다. 잘 자는데 큰애가 일어나 우리 방으로 걸어온다. 둘째만 방문을 닫고 자고, 큰애는 무서워하니 방문도 열고 복도 끝에 있는 화장실 불도 켜 두고, 코너 돌면 나오는 우리 방 문도 열어둔다. 큰애가 침대에서 내려와 걷는 순간, 곤히 자던 내 모든 세포는 화들짝 잠에서 깨어난다. 큰애가 화장실에 갔다가 우리 방으로 안 오고 곧장 자기 방으로 가서 다시 잘 것인가.. 아닌가.. 에 온 신경이 집중된다. 열에 아홉은 우리방 행이다.


어젯밤도 우리 방으로 왔다. 엄마방 문 더 열어두고 다시 너 방 가서 자라고 말하고 누웠는데, 선뜻 다시 잠이 오지 않는다. 한두 시간이나 지났을까. 첫째가 다시 우리 방으로 들어왔다. 다시 돌아가라고 했는데, 엄마 침대에서 같이 자면 안 되냐고 한다. 단호히 안된다고 했다. 아침에 다시 오라고 하고 돌려보냈다. 이쯤 되니 슬슬 짜증이 올라온다. 아 방해받지 않고 잠자는 건 도대체 언제 해 볼 수 있는 건가.. 캠핑 갔을 때 한 텐트에서 다 같이 잘 때 아니고는, 우리 방에서 자는걸 보통은 잘 허락하지 않는다. 애가 아프면 아이방에서 같이 자더라도 우리 방엔 아침에 해 뜨고서야 들어올 수 있다. 한두 번 허락하면 온 가족이 다 같이 한 침대에서 자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고, 한번 들인 습관은 쉽게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첫째가 돌아가 곤히 잠들고 조금 지나자, 이번엔 둘째가 나를 찾는다. 둘째는 방에서 잘 안 나오고 침대에 누워서 나를 부른다. 나는 첫째가 깰까 싶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둘째에게 간다. 문을 조금 열어주고 다시 자라고 했다. 행히 금방 다시 잠들었다. 마지막으로 한 시간쯤 후 둘째가 다시 나를 부른다... 난 포기하고 둘째 방에 가서 같이 누웠다. 그때가 아마 아침 6시쯤 되었을 것 같다. 아이는 그때부터 깨서 조잘조잘하는데 졸린 나는 대답해주기 힘들다. 그래도 꿋꿋이 깨다 자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이번엔 남편이 안방에서 나를 부른다. 짜증을 참고 왜 부르냐고 대답했다. '너 수영 클라스 가야지~'한다. 아 맞다. 하마터면 또 못 갈뻔했다. 수업이 8시 30분부터인데, 8시에 나를 깨웠다.

 

후다닥 준비하고 나갔는데, 수건을 신발장 앞에 두고 와 버렸다. 남편이 돈 주고 빌려주는 시스템이 있을 수도 있으니 물어보라 한다. 정 안되면 옷으로 대략 닦아 입고 집에 와서 해결해야지 했다. 지난주엔 까먹고 못 갔는데.. 오늘도 가까스로 도착하고 보니, 시간이 다 되도록 정문 도어를 열어주지 않는다. 딸이랑 같이 왔던 엄마는 없었고, 젊은 남학생과 나만 한 5분 기다렸다. 조금 후 직원이 나와 수영 클라스 때문에 왔냐면서, 애들 봄 방학이 있어 오늘부터 2주간 수업 켄슬이니 2주 후에 다시 오라고 한다. 아 나참. 이메일이라도 좀 해주지.. 아침부터 정신없이 드라이브만 하고 왔다.


어제는 오랜만에 일찍 10시에 잠들었는데, 다행히 큰애만 한번 우리 방에 왔다 가고, 둘째는 한 번도 안 깨고 아침까지 잤고, 첫째도 한 번만 오고 아침까지 잤기때문에, 나도 푹 잘 자고 일어난 것 같다. 점점 이런 날이 더 많아지겠지...? 긍정에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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