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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Mar 19. 2022

비행기에서 한국 엄마의 사탕 선물받은 외국인의 반응

남편이 흥미로운 피드를 발견했다면서 나에게 보여주었다. 바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겪은 일화를 적은 어떤 외국인의 소감 피드였다. 나에게 핸드폰을 전달해 주면서, 댓글을 한번 보라고 덧붙였다.


https://www.linkedin.com/feed/update/urn:li:activity:6909813224360083456/ 


글을 쓴 사람은 외국 남자였고, 이 남자는 4개월 된 아기와 비행기를 탄 한국 엄마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사진은 아기띠를 매고 서있는 엄마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 엄마는 비행기 안의 200명에게 사탕 선물과 함께 짧은 메모를 전달했는데, 아기의 시점으로 적힌 메모로 대략 이랬다. '나는 비행기를 처음 타봐서 무섭고 어쩔 줄 몰라 아마 울게 될 거고 시끄러울 수 있어요. 매우 미안해요. 너그럽게 이해해 주기 바래요. 미안한 마음을 담아 사탕을 준비했어요.'란 내용이었다.


남편이 흥미롭다고 한 댓글들을 읽어볼 차례이다.  


추천수가 가장 높은 댓글은 저 엄마가 완전 이해된다면서, 자기가 한국에서 살면서 일했을 때 느꼈던 한국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려 깊은 아이 엄마에 대한 칭찬과 함께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공중도덕 예의가 바른 지를 칭찬했다.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하고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하는 걸 싫어하고 나이스 한 지, 본인이 겪은 한국을 함께 설명했다.


남편이 흥미롭다고 한 글들은 대부분 여자들이 쓴 댓글이었다. 단순히 왜 엄마만 아기 를 매고 있지? 아빠는 어디 갔어? 왜 엄마만 미안해해야 하는 거야? 뭐 이런 식에 댓글이 아니다. 그런 남자, 여자 편가르기 댓글은 거의 없었다. 남편은 여자들이 적은 아래 의견들을 매우 흥미로워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아기가 우는 건 당연한 건데 왜 부모가 그걸 미리 사과해야 하고 미안해해야 하는 거냐는 것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 그리고 남자들도 나는 애 둘, 또는 애 셋 아빠인데, 제스쳐는 고맙지만, 정말 불필요한 행동인 것 같고, 본인들이 아이랑 비행기 탈 때 한 번도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 없다는 글이 종종 있었다. 다만 그런 사려 깊은 행동을 한 엄마를 쉽게 비난하지는 않았다. 그 부분은 또 조심해하는 듯했다. 엄마/부모이기 때문에 쉽게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조심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대부분은 사려 깊은 행동이었으나,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식의 글이 많았다.


눈에 띄는 한국사람 댓글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아이가 시끄럽게 할 경우 비판에 대상이 되기 쉬우니 본인도 밖에 나가면 본인 아이가 남에게 피해를 주기 않기위해 그리고 불필요한 분쟁이 생기지 않기위해 각별히 주위를 기울인다고 하면서 200개의 사탕백을 만든 한국 엄마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면서 약간 슬픈감정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댓글중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중 한가지이런 행동이 칭찬받아야 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글 이였다. 우리 아이가 예의 없이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고, 그 모습을 보고도 제지하지 않는 부모는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 글에서 말하는 아기는 고작 4개월이다. 우리는 4개월 아기를 훈육하지 않는다. 아기의 나이와 그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한 이해심 없이, 시끄럽게 하는 아이들은 모두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불필요하게 미리 사과하는 이런 행동이 '칭찬'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아기와 비행기 탈 때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장려와 함께 어떤 '문화'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찾아보니 이 일이 있었던 것은 2019년 2월 말이었고, 미국 여러 매체에 뉴스 기사로 소개되기도 했었다. 반면 이런 goody bags (사탕 선물 백)을 나눠주는 일은 그만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실은 기사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 한국 엄마가 사탕 백 나눠주기는 한국에서 시작된 행동은 아닌 듯하다. 기사에서는 2014년에 처음 해외에서 이런 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하고, 아마 그때부터 종종 아기와 처음 비행기를 타는 부모가 미리 이런 선물을 준비해서 본인의 아이가 울 때 찾아올 민망함과 미안한 마음을 하려 했던 것 같다.


https://www.today.com/parents/why-you-shouldn-t-give-out-goody-bags-while-flying-t107072


또 다른 기사에서는 부모에게 따라오는 수치심/죄책감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우리는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아이 대신 사과해야 할 일이 참 많다. 그런데 그 나이의 아이가 우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아이와 함께 공공장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과를 미리 해야 하는 상황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글이었다.


https://www.theguardian.com/lifeandstyle/2016/jul/27/baby-crying-on-plane-goodie-bags-parenting


부모가 된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걸 임신과 함께 8년째 깨닫는 중이다. 임신과 출산으로 내 몸이 너무 힘들었고, 회사를 육아휴직으로 쉰다는건 육체적 힘듬과 함께 금전적으로도 참 힘든 시간 이였고, 아이가 커가면서 느끼는 기쁨과 상호간의 주고받는 사랑을 통한 성장이 있음과 동시에 부모이기 때문에 받는 사회적인 편견과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할때가 있다는것 또한 배우는 중이다. 그리고 이 느낌은 동/서양 상관없이 모든 부모가 겪는 일 인듯 하다. '부모가 되가지고..쯧쯧쯧..'이런 생각을 누구나 한번쯤은 해 봤을것이다. '자녀를 저렇게 키우다니..'이런 비난의 목소리가 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내가 부모 입장이 되어보니 알겠다. 모든 부모는 주어진 자리에서 나름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걸.


그 최선이 내 기준에 미치지 않아 머릿속에 비난의 목소리가 마구 떠들기 시작한다면 당장 멈추고, 저 사람은 지금 대단한걸 하고있다고 생각해 주고, 동지애를 좀 가지고 조금만 더 너그러워 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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