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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Apr 04. 2022

당일치기로 미국을 다녀왔다

이곳 비씨 주로 이사 온 후, 이웃들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바로 미국에 놀러 가는 것이 얼마나 쉬운가 였다. 차로 30분만 남쪽으로 운전하면 미국 국경이 나오고, 거기서 한 시간 반 정도만 더 남쪽으로 운전하면 시애틀이 나온다고 했다.


이사 오고 일 년 반 동안은 그림의 떡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육로나 비행기 또는 배를 타고 미국 여행을 가는 건 엄청나게 원하지 않고서야 사서 하는 고생길이었다. 방법이 아예 없진 않겠으나, 미국으로 들어갈 때나 캐나다로 다시 돌아올 때 통과해야 하는 코로나 검사와 절차가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동안 동네 탐색을 열심히 하면서 이곳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드디어 4월 1일부터 백신 접종만 했으면 PCR 테스트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절차가 바뀌었다. 우리는 큰아이의 2주간의 봄방학이 끝나가는 어제 미국에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했다.


오랜만에 넘는 국경이라 검문소 근처에 다 다르자 마음이 콩닥콩닥 긴장하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죄진 것도 없는데 미국에서 만나는 미국 오피서는 괜히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드는 신기한 능력을 겸비하고 있다. 간단한 질문이 오고 갔다. '어디 가느냐?', '왜 가느냐?', '얼마나 오래 미국에 있을 예정인가?', '미국 돈은 얼마나 가지고 왔나?', '스낵 말고 다른 음식이 있는가?' 등이었다. 1분도 안 되는 사이에 잘 가라는 인사를 받고 통과할 수 있었다. 토요일 오후 2시쯤, 미국으로 들어가는 차는 우리밖에 없었다. 이렇게 금방 국경을 통과하리라곤 생각 못했는데 캐나다 살면서 미국을 육로로 간 것 중에 최단시간으로 국경을 넘어간 것 같다. 들어가고 보니, 반대쪽에 캐나다로 돌아오는 차들은 줄이 좀 길어 보였다. 이따 저녁에 우리도 저리 줄 서있게 되겠군.. 이란 생각을 하면서 우리의 목적지인 Sugarloaf Mountain Trail - Washington으로 출발했다.


그저께 도서관에서 빌려온 워싱턴, 오레곤 주 여행책에서 발견한 곳인데, 아이들과 걷기 좋은 트레일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코스는 긴 코스와 짧은 코스가 있었고, 짧은 코스는 차 타고 산으로 더 올러가 산 중턱에 주차를 하고 올라가는 코스였다. 도착하기 20분 전 잠든 둘째를 억지로 깨워, 남편이 어부바를 해서 걷기 시작했다. 곧 잠이 깬 아이는 다람쥐처럼 뛰어 산을 잘도 올라갔다.


금방 정상에 도착하니 멀리 바다가 보였다. 우리가 사는 동네는 바다보다는 산에 둘러싸여 있어서, 산 정산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신기하고 또 반가웠다. 이렇게 짧은 등산과 멀리 보이는 바다를 구경하고 산을 내려왔다.


이날의 짧은 여행의 목표는 국경 통과해 보기, 돈 쓰지 않고 여행하기, 반나절만 놀고 돌아오기였다. 긴장하고 넘어간 국경 통과하기는 생각보다 간단했고, 집에서 싸간 햄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했으며, 선물 받은 스타벅스 기프트 카드로 아이들 음료수와 간식까지 사 먹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저녁 6시였다.


돌아오는 길에 바다를 끼고 한 산 절벽 드라이브는 멋있는 노을 스폿으로 유명한 듯했다. 절벽에 두 개 정도의 시푸드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해산물 먹으러 들어가자고 하진 못하고 아쉽게 드라이브를 계속했다. 다음번에 또 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음번에 온다면 굴 먹으러 꼭 가봐야지 생각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캐나다 국경 앞에서 차들이 한참을 줄 서있는데, 스타벅스 음료수를 한창 마시던 첫째가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몸을 베베 꼬기 시작했다. 조금만 참으면 국경 넘어가서 화장실 찾아보자 했는데.. 줄은 생각보다 더디게 줄어들었다. 드디어 우리 차례. ArriveCan 앱에서 출입국 신청서 작성했나?라고 물어보는데.. 네? 그게 뭐죠? 했다. 덕분에 트렁크 검사까지 마친 우리는 결국 오피스 안으로 들어가 앱을 다운로드하고, 여권 스캔하고, 백신 주사 맞은 기록 QR 코드를 스캔한 후, 나올 수 있었다. 이것도 오히려 다행인 건, 큰 애가 국경 오피스에서 화장실을 쓸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해서 나갈 때보다 캐나다로 돌아올 때 더 다이내믹했던 미국 당일치기 여행을 마무리했다. 한번 해봤으니, 앞으로 더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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