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요가 강사 자격증도 있는 요기다. 그런 남편이 얼마 전부터 벽에 기대어 손 짚고 물구나무서기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요가 좀 한다는 사람들 보면 엄청 어려운 동작을 척척 잘도 하더만, 우리 남편은 요가 한지 8년은 된 것 같고 강사 자격증까지 있지만, 고난도 동작은 별로 하지 못한다. 여기 선생님들은 그런 거 잘 안 가르쳐 준다. 나도 남편 따라 요가를 좀 해 봤다. 남편은 토론토 살 때부터 월 회원권을 끊고, 때로는 연간 회원권도 끊고, 회원비가 아깝지 않게 일주일에 2번 이상씩은 꼭 다녔다. 나는 20회 또는 10회 수업을 끊고 그걸 일 년간 쓰는 정도였다.
남편이 집에서 물구나무서기 연습을 시작하자, 우리 집 꼬맹이 둘이 자기들도 해보겠다고 나섰다. 애들에겐 포기가 없다. 될 때까지 한다. 원하는 게 있으면 될 때까지 조르듯이, 물구나무서기도 남편보다도 애들이 먼저 성공했다. 왜냐면 포기하지 않고 될 때까지 했기 때문이다.
나만 빼고 모든 가족이 물구나무서기를 하겠다며 밤마다 난리 부르스를 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슬슬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이런 마음을 먹었을 땐, 이미 셋다 가뿐히 한 번에 성공할 수 있을 때였다.
어설픈 포즈로 연습하는 나에게 셋이서 저마다 한 마디씩 한다. '엄마 내가 어떻게 하는 건지 팁을 알려줄게. 잘 봐봐!' 하하하 셋다 각자 물구나무서는 방식이 다 달랐다. 둘째는 4살로 가장 가벼우니, 두 다리를 한꺼번에 올려서 쭉 피고, 첫째는 왼쪽 다리를 먼저 킥 한 다음에 오른쪽 다리를 따라서 올리라고 했다. 남편은 그냥 힘이 세니깐 잘하는 것 같다. 팔 힘도 좋아야 한다고 하고, 배 힘도 좋아야 한다고 거들긴 했다.
그러다 얼마 전, 이효리의 '서울 체크인' 예능을 보는데, 이효리가 엄정화와 김완선에게 물구나무서기 요가 동작을 가르쳐주는 장면이 나왔다. 그런데 벽에 기대서 하는 것도 아니고 팔을 쭉 뻗어서 하는 것도 아닌, 거실 한가운데에서 뒤통수를 깍지낀 손으로 감싸고 하는 동작이었다. 그런데 그 동작이 너무나 우아해 보였다. 그리고 처음 시도해 본다는 엄정화와 김완선이 단번에 성공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바로 저거다! 했다. 나도 왠지 저 동작을 따라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날 밤 바로 시도해 봤다. 역시나 잘 되지 않았다. 다음날 남편에게 그런 영상을 봤다면서 다시 시도해 봤다. 역시나 또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애들이 그러지 말고 자기들 하는 방식을 다시 따라 해 보라면서 또 훈수를 둔다. 며칠 후, 다시 시도해 봤는데 엇! 되는 것이 아닌가. 대신 그날 밤 자고 아침에 일어났을 땐 목이 매우 뻐근했다. 그 뒤로 당분간 물구나무서기 시도는 하지 못했다..
오늘 아침 또 요가 바지를 입은 김에 (요가는 하지도 않으면서 요가 바지는 두 개나 있다 ㅋ) 다시 시도해 봤다. 한 번의 가뿐한 성공 후, 비디오를 찍어 보라고 남편에게 부탁했다. 그렇게 해서 기특한 물구나무서기 영상을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