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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May 27. 2022

아끼던 화분을 팔았다

이사 준비

일 년 전 패북 마켓에서 어떤 개인에게 화분을 샀다. Traveller's Tree라는 이름의 한국말로는 여인초라는 식물이었다. 하나를 사서 키우다 화분 두 개로 분갈이를 해 주었고, 그즈음에 가게에서 Majesty Palm Tree 도 사서 우리 집에는 3개의 이쁜 초록 식물들이 살았다. 여인초 하나는 식탁 옆에, 나머지 두 개는 거실 베란다 창문 앞에 해가 잘 들어오는 곳에 두었다.


왼쪽: 마제스티 팜 트리, 오른쪽: 여인초


한국으로의 이사가 결정되고 짐 정리를 시작해야 하는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이 화분들 이였다. 내가 매일 바라봐 주고, 가끔 입사귀도 닦아주고, 물도 주면서 사랑을 쏟아부었던 화분들인데.. 마지막에 쫓기듯이 누군가에게 넘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2주간 패북 마켓플레이스(중고시장)에 사진을 올리고 팔게 되었다.


그렇게 여인초 하나는 $10에 마제스티 팜 트리는 $45에 팔았다. 사진을 올리자마자 둘 다 여러 명에게 문의가 왔다. 며칠 간격의 시간 차를 두고 팔았는데, 둘 다 사진을 올린 지 하루 만에 나갔다.


지금은 식탁 옆에 여인초 화분 하나만 남아있다. 여기 앉아서 거실을 바라보면 다른 두 화분이 있던 빈자리가 보인다. 이럴 줄 몰랐는데 저 빈자리가 휑한 게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다. 첫 화분을 팔고, 둘째가 엄마가 아끼던 화분을 팔아서 슬프겠다고 했을 때, 엄마 안 슬프고 괜찮다고 했는데.. 이제 보니 슬프다. 보이던 화분이 눈에 안보이니 눈에 밟힌다.


살아있는 식물이라 더 정들었던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씩 흙에 손가락을 찔러 넣어보고 건조하다 싶으면 물을 주곤 했다. 잎사귀에 먼지가 쌓인 것 같으면 마른 수건을 적셔 먼지를 닦아 내었다. 그렇게 닦고 나면 진한 초록잎으로 반들반들하는 화분이 좋았다.


한국에 가게 되면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아니면 일 년도 못 채우고 다시 캐나다로 돌아오게 될지 모르지만, 다시 내가 사는 곳에 화분을 여러 개 들여와 같이 지내고 싶다. 꽤 큰 초록 식물과 함께 살아보니, 눈 정화도 되고 마음도 차분해지는 효과를 톡톡히 본 것 같기 때문이다.


이쁘니깐 사진 한번 더!


하나 남은 여인초 화분은 더 데리고 있다가 떠나기전에 팔려고 한다. 하루 만에 나가는걸 보니 내가 너무 급하게 팔았나 하는 아쉬움기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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