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개꽃 Jul 17. 2022

캐나다에서 열무김치가 먹고 싶어 열무 씨앗을 심었다

캐나다 이민 22년 차, 가끔 배추김치 무김치 말고 총각김치 열무김치 파김치 갓김치 등이 먹고 싶어 질 때가 있다. 그런 김치도 구하려면 구할 수 있지만, 그 작은 양의 비해 비싼 가격 탓에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작년 가을에 토론토에 열흘간 방문했었는데, 그때 아는 지인으로부터 한국에서 건너온 열무 씨앗을 얻게 되었다.


그렇게 6월 어느 날 열무 씨앗을 텃밭에 심었다. 씨앗 포장지에 쓰여있기론 한 달 정도 키우고 수확하면 된다고 했고, 너무 많이 크면 질겨져 맛이 없으니 적당히 키우라고 했다. 흠.. 아무튼 초보에겐 이 '적당히'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 때, 첫 시도는 망해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편이다.


그렇게 씨앗을 심었고 열심히 물을 주었더니 굉장히 빠른 속도로 열무 새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쯤 지났을까.. 나는 슈퍼에서 단으로 묶어 팔던 열무 사이즈를 떠올리며 '저 정도 보단 좀 더 컸던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물을 열심히 주던 나날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아무래도 지금쯤이면 한 달이 다 됐거나 지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결심을 하고 모든 열무를 잡아 뽑았다.


쑤-욱! 하고 뽑히는 느낌이 매우 좋았다. 열무김치 만드는 법은 인터넷으로 미리 배워 뒀으니 이제 실전만 남겨 두었다. 얼마 전 우리 집에서 김치 만들 때 어떤 엄마가 시어머님 표라면서 가져온 열무김치를 엄청 맛있게 먹었었다. 그 맛이 내가 만들 열무김치에서도 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열무를 다듬었다.


내가 씨앗부터 키웠으니 열무의 무 부분도 거의 다 김치 하는데 썼는데 나중에 보니 잘라낼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조금 쓴 맛이 나는 것도 같다. 열무를 잡아 뽑은 날 저녁, 굵음 소금에 열무를 한 시간 정도 절인 후,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고 준비해둔 양념에 버무려 열무김치를 완성했다. 빨간 고추가 없어서 넣지 못했고, 지난번 김치 만들 때 새우젓을 다 써버려서 새우젓도 넣지 못했지만, 멸치액젓과 굵은소금, 양파, 찹쌀풀, 다진 마늘로 양념을 만들어 냈다.


다 만들고 이틀 상온에서 익혀놓고 보니, 아무래도 '적당히'키우고 수확했어야 했는데 조금 더 키워서 약간 질긴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양념이 맛있게 된 것 같아 기분은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싼 열무김치를 넉넉히 먹을 수 있고, 이웃에게도 조금 나눠줄 수 있어서 좋다.


아직 나에겐 많은 양의 열무 씨앗이 남았는데, 앞으로 한 달간 또 키워서 열무김치를 담가 먹을 시간과 마음의 여유는 없을 것 같다. 주변에 키워서 해 먹고 싶다 하는 분들에게 나눔 해야겠다.

다음번 열무김치 만들기 도전은 제주도에 가서 해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김치 담글 건데 같이 할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