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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Oct 21. 2022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다오~

이번 글은 22년 만에 한국으로 살러온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 찾기 스토리이다.


지난 3주간 매주 한 번씩 총 세 번 세종시를 방문했다. 혁신도시나 계획도시의 깔끔함에 반해 그 위주로 적당한 지역을 물색했다. 수도권에서 너무 멀지 않으면서도 새로 조성된, 도시의 사이즈도 어느 정도 되면서 가장 중요한 월세 금액이 높지 않은 곳을 찾다 보니 최종적으로 세종시를 택하게 되었다.


2번의 방문 후 부동산 사장님께로부터 들은 네이버 부동산 이야기를 듣고 호갱 노노나 다음 부동산, 또는 동네 지역별 부동산 사이트만 보다 더 많은 매물이 올라오는 네이버를 통해 동탄 신도시도 가보게 되었다.


세종시를 보다 동탄에 계약금 5천에 월세 130 또는 140 집을 보자니 마음이 심란해졌다. 서울은 가까워졌는지 몰라도 집 상태는... 차마 선뜻 계약하기 힘들었다. 지은 지 몇 년 안 된 아파트와 지은 지 20년 넘은 아파트를 비교하니 어쩔 수 없었다. 동탄에도 깔끔하고 좋은 아파트야 많겠지만 그런 아파트는 우리가 살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 그렇게 우리의 고민은 아직 끝나지 않고 계속 진행되었다.


두 번째 세종시를 갔을 땐 이번엔 정말 계약금을 걸고 오리라 마음먹었었다. 우리가 그날 본 집은 이랬다.

1. 33평 계약금 3천, 월세 90 (아파트 레이아웃 마음에 )

2. 40평 계약금 3천, 월세 95 (부엌이 눈에 띄게 작음)

3. 40평 계약금 3천, 월세 105 (모든 게 마음에 . 가격만 빼고)


우린 3번 집이 맘에 들었다. 이미 동탄에 더 비싼 집을 보고 와서 그런지 그 가격에 비하면 105만 원이 비싸지 않게 느껴졌다. 2번, 3번 모두 세종시 최근 시세보다 40평 집 치곤 싸게 나온 매물인걸 알고 있기도 했다. 그래도 모르니 이 집을 하겠다 마음먹고 부동산 사장님께 100만 원에 하고 싶다 말했다. 곤란해하셨지만 물어는 보겠다 하셨다. 잠시 후 전화가 왔는데 100만 원은 힘들겠다며 주인이 원래 원했던 110만 원에 월세를 내겠다 했다고 전해왔다. 105만 원도 아니도 110만 원 이라니. 우린 결국 그건 어렵겠다며 좀 더 생각을 해 보겠다고 했다. 부동산 사장님은 1번과 2번 중에 고르라고 하셨으나 선뜻 마음이 서지 않았다.


세 번째 방문을 하러 갈 땐 이젠 정말 더 이상 선택을 미룰 수 없으니 오늘은 꼭 계약을 하고 오리라 마음먹었다. 그 사이 우리가 원하는 바는 좀 더 확실해졌다. 아이들이 어리고 아파트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으니 1층이나 2층 필로티를 위주로 보고 초등학교와 가까운 곳이면 더 이상 바라는 건 별로 없다 생각했다. 그렇게 여러 1층 매물과 2층 필로티 매물을 보려고 예약을 하고 출발했는데 가기 전날 부동산에서 이사 날짜가 맞지 않아 집 보는 게 어렵겠다며 연락이 왔고, 어떤 집은 어제 계약금이 들어와 어렵겠다 했다. 결국 2층 필로티 하나만 남게 되었다. 그 집을 보러 갔는데 개를 키웠던 집이라 벽지와 바닥상태가 좋지 않았고, 공부방을 했던 집이라 작은 방 두 개를 하나로 만들어 놓은 집이었다. 부엌도 작았다. 그렇지만 이 모든 걸 커버할 장점은 아이들이 뛰어도 괜찮은 2층 필로티 집이라는 점이었다. 월세도 90만 원으로 괜찮았고, 도배는 새로 해 주신다 하였고 바닥은 이미 망가졌으니 편히 쓰라고 하셨다. 그리고 학교도 가까웠다.


이날 우린 이 2층 필로티 집과 다른 10개 이상의 집들을 봤는데 결국 3개로 추려졌다.

1. 33평 2층 필로티 계약금 3천, 월세 90만 원 (세입자가 있어 이사날짜 조율해야 함)

2. 39평 계약금 3천, 월세 100만 원 (천장에 시스템 에어컨 5대, 방 4개, 식기세척기 포함, 단지 내 수영장도 있음)

3. 33평 계약금 3천, 월세 75만 원 (레이아웃이 맘에 들고, 작은방 두 개에 모두 옷장이 있음, 무엇보다 싸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이번엔 정말로 계약금을 걸고 오고 싶었다. 그래서 점심도 굶어가며 집을 다 둘러본 후, 3시에 점심을 먹으면서 남편과 상의를 했다. 남편은 월세가 싼 집으로 하고 싶어 했고 나는 2층 필로티로 하고 싶어 했다. 결국 우린 2층 필로티 집을 계약하기로 했다. 부동산 사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최대한 빨리 이사 오는 조건으로 이 집을 계약하고 싶습니다' 사장님은 날짜를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 하셨다. 10월 초 이사를 원했는데 빈집이 아니고 세입자가 이사 업체를 찾아보고 날짜 조율을 해야 해서 하루 이틀 알아볼 시간을 달라고 하셨다. 날짜 확정이 되지 않았으니 계약금도 우선 보내지 말라고 하셨다. 결국 또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돌아오는구나.. 싶었다. 그래도 이 집으로 하기로 했으니 오늘 만난 여러 부동산 사장님들께 연락을 했다. 2층 필로티 집으로 하기로 했고 집 소개해 주셔서 감사했다 했다. 그랬더니 3번 집 부동산 사장님에게서 저녁에 다시 연락이 왔다. 주인이 월세를 70만 원으로 내려주겠다 했다고 말이다. 우린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3번 집은 빈집이라 이사도 우리가 원하는 날짜에 할 수 있고, 아이 학교도 가까웠다.


다시 한번 고민 끝에 우린 가격이 가장 매력적인 월세 70만 원에 이 집을 계약했다. 이사온지 일주일이 조금 넘은 지금 그때를 돌아보니 이 또한 운명이었나 싶다. 지금 나는 이사 일주일 만에 이미 이곳에 오래 살았던 사람마냥 내가 사는 동네가 최고라 생각하고 지내는 중이다. 단지 내 수영장도 없고 천창에 시스템 에어컨도 없으며 남편이 그토록 원했던 식기세척기도 없지만 말이다. 우린 이곳에 살 운명이었던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몇 달 동안 그렇게 제주도를 열심히 들여다 봤는데.. 결국엔 세종시에 정착하게 되었다. 주민센터 직원분들도 엄청 친절하시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모두 인사를 상냥하게 하는 이곳이 마음에 든다.


이제 고작 2주도 안된 시간을 보냈지만, 남은 시간도 지금처럼 좋으리라 기대해 본다.


*추가: 층간소음 피해를 줄까 걱정해서 1층과 2층 필로티를 본 건데, 어제 엘리베이터에서 아래층 사람을 만났다. 인사하고 나서 몇 호냐고 물어봤더니 우리 집 바로 아래 사는 분이었다. 나는 우리가 새로 이사 왔는데 혹시 최근에 좀 시끄럽진 않았는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주중엔 빈집이고 주말에만 오니 편하게 지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ㅎㅎㅎ 듣던 중 너무나 반가운 소리였다. 그렇다고 애들한테 뛰어도 된다고 하진 않겠지만 조심하라는 잔소리는 좀 줄여도 될듯싶다. 역시! 운명이었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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