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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Sep 19. 2022

한국에 들어온 지 2주가 지났다

캐나다에서 몇 달 동안 귀국 준비를 하고 드디어 한국에 도착한 지 2주가 되었다. 떠나오기 전에는 물건 정리 가구 정리 등 모든 물건을 정리하느라 글 쓸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우린 시간 날 때마다 작은 노트북을 같이 들여다보며 한국에 가면 어디서 살면 좋을지 연구하느라 바빴다.


처음엔 무조건 제주도에 가서 살다 와야지 했다. 한국이지만 해외 같은 그곳에서 아이들에게 한국어도 가르치면서 그리고 제주도를 만끽하면서 살아보고 싶었다. 그렇게 집을 알아보다 보니 만만치 않은 월세 가격에 결국은 내륙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기회 되면 보름 살기나 한 달 살기로 대체해 보기로 했다.


제주도에서 눈을 돌리니 우리의 리서치는 전국구가 되어 버렸다. 여수에 어디가 좋다더라, 나주시에 혁신 도시가 있다던데, 어디 브런치 작가는 은퇴하고 서산에 산다던데 정말 만족한다던데,, 등 직장이 구심점이 되거나 보내고 싶은 학군이 딱 있다거나 하는 게 아니다 보니 모든 선택지가 다 가능해 보였다. 그리고 지난 2주 동안 만난 사람들의 추천 도시까지 더해져 우리가 공부해 봐야 하는 리스트는 더 길어져 버렸다. 남편 고등학교 동창들과 커플 모임을 했는데 서울 사는 그 친구들은 그래도 서울 근교에 살아야 편하다면서 여러 근처 도시들을 나열했다. 역시나 돌아와 찾아보니 우리의 버젯과는 맞지 않았고, 우리가 서울 들어갈 일이 뭐 그렇게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흔들리지 말고 우리가 원래 목표했던 것, 캐나다보다 비교적 싼 월세, 안정적인 도시, 초등학교 앞 아파트, 자연이 좋고, 너무 복잡하지 않은 교통 등을 갖춘 곳으로 보자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결국 우린 한국 온 지 2주째 친정집에서 독립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화면으로만 보던 전라남도 나주 혁신도시도 다녀왔고, 올라오는 길에 세종시도 둘러봤다. 아파트 안이 정말 똑같아서 아파트 안에만 있다면 여기가 나주인지 세종시인지 친정집 근처 언니네 집 인지 서울 사시는 이모님 집인지 정말 모를 정도였다.


경기도에서 출발해 나주시까지 4시간 걸려 가다 보니, 여기 살면 자주 못 올라오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예상은 했지만 아직 꽉 채워지지 않은 혁신도시 곳곳이 조금 아쉽기도 했다. 그에 비해 세종시는 규모도 더 크고, 생긴 지 더 오래되어 안정적인 도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은 캐나다 친구들이 9월 새 학기를 모두 시작했는데 여기서 아직 학교를 못가 많이 심심해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부터 잠시 2주 동안 동네 아파트에서 하는 방과 후 공부방에 보내기로 했다. 선생님이 9살 큰아이에겐 한글을 알려주시고 학교 들어가면 써먹을 자기소개 등을 준비시켜 주실 예정이다. 둘째는 뭐 어디 유치원 등록도 단기론 어려우니 첫째랑 같은 곳에 보내어 놀다 오라고 할 생각이다.


살러 들어온 건 22년 만이고, 마지막 2주 여행으로 한국 온건 7년 만인데, 조금 겁을 먹고 온 것치곤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아빠 차, 언니 차를 빌려 남편이 운전을 매일 했고 (아직 차도 못 샀다), 급할 땐 조카 핸드폰을 빌려 나주에 다녀오기도 했다 (핸드폰도 아직 못했다). 캐나다 공무원에 비해 한국 공무원들은 매우 친절하다고 느꼈고 (속도 빠른 건 말할 것도 없고), 업무 통화를 한다면 스몰 토크 (안부인사, 근황 토크) 없이 용건만 간단히 하고 끊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바쁜 상대방을 배려해서 전화는 간단히 하는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이제 우리가 결정해야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2년 계약을 해야 한다니, 좋은 곳으로 결정해서 한국에 있는 동안 우리 가족 모두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다리이름은 생각 안나지만 남산타워가 보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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