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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Jan 30. 2023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이민 왔어요

UN에서는 자신의 출신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가서 1년 이상 살 경우 이민으로 본다는 내용을 어디서 봤다. 우린 한국에서 2년을 살 예정이니 한국으로 이민 왔다 할 수도 있겠다. 


고1 때 캐나다로 이민 가 22년을 살다, 남편 그리고 두 아이들과 함께 한국에 살러 온 지 한 달이 지났다. 무비자로 들어와 출입국 사무실에 가서 비자신청과 거소증 신청을 하고 드디어 어제 우편으로 거소증을 받았다. 이 거소증이 없으니 은행 계좌도 오픈을 못하고 핸드폰 번호도 못 만들고 차도 살 수 없었다. 한 달 만에 드디어 이 모든 걸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운전면허를 바꿔야 하는데 캐나다 대사관에 가서 본인확인과 면허 확인 공증을 받은 후, 운전면허 시험장에 가서 한국 면허로 교환하면 거진 신분증 관련 일들이 마무리된다. 


지난 한 달간 열심히 알아보고 고른 월세 아파트로 이사가게 되면 아이들을 초등학교와 유치원/어린이집 (둘 중 어디로 가는 건지도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에 등록시키고 그러고 나면 대략 큰 그림은 완성될 것 같다. 


나머지 중고 자동차 사기, 이사 갈 집에 가전, 가구 사기 등도 큰 일들이지만 거소증과 학교등록에 비하면 후 순위이다. 지난 한 달간 읍사무소에도 갔고, 캐나다에서 배로 보낸 짐들 세관 통과 관련 서류들 내는 것도 복잡했고 (거소증이 나옴으로써 절차가 매우 간소해졌다), 은행에 가서 두 시간씩 줄도 서봤고, 틈틈이 친척들과 친구들도 만났으니 매우 바쁜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열심히 고른 아파트로 한국 들어온 지 한 달 반 만에 이사를 왔다. 그 사이 중고차도 구매하고 가전 중고 가게 가서 원 스탑 샤핑으로 세탁기, 드라이어, 냉장고를 5분 만에 골랐으며 운 좋게 이사 온 다음날 아침 아파트 단지 안에 버려진 쓸만한 소파도 구했다. 


방학 내내 놀았는데 한국 와서도 강제로 놀던 아이들은 학교와 유치원에 간다니 마냥 들떠 있다. 나만 속으로 아이들이 한국말을 하나도 못하는데 혹시나 괴롭힘을 당하거나 주눅 들진 않을까 걱정이다. 학교 다니기도 전에 괜한 걱정거리를 심어주게 될까 봐 아이들 앞에서 전혀 내색하지 않고, 학교 가니 신나겠다고 친구들도 너희들을 반겨줄 거라고 희망찬 이야기만 해주려 노력했다. 그러면서 틈틈이 짧지만 한국어로 하는 자기소개를 달달 외우게 했다. 밤이면 남편과 둘이서 우리 애들 괜찮겠지? 라며 종종 걱정했다. 괜찮을 거라며 나도 스스로에게 희망을 들려주며 걱정을 물리치기도 했다.


우리가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온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에게 한국인에 정체성을 심어주고 한국어 교육을 하기 위함이다. 그다음은 이제 직장을 다니지 않는 우리가 자유롭게 다른 나라에 가서 산다면? 이란 상상을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나라가 우리나라였기 때문이다. 너무 멀리 떨어져 너무 오래 살다 보니 이젠 캐나다 문화가 더 익숙하지만 초반 인생 17년을 한국에서 보냈으니 한국으로 돌아오는 게 두려우면서도 굉장히 설렜다. 


우리가 해외로 여행 가면 '아.. 여긴 우리동네 어디랑 분위기가 비슷하네~'라고 생각하듯이 우리도 한국에서 캐나다를 가끔 떠올린다. 아름다운 강을 보면 살다 온 동네에 강이 생각나고 풍경은 멋있는데 사람 없는 공원에 가기라도 하면 역시나 이 멋있는 곳에 사람이 이렇게 없다니..라고 자주 얘기했던 우리가 살다 온 사람없는 캐나다가 생각난다. 


2년이란 기간을 정해두고 온 것도 우리가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어딜 가도 우리가 2년 안에 이곳에 또 올 수 있을까? 란 생각에 더 자세히 돌아보게 된다. 


벌써 한국살이 5개월 차이다. 이제 잘 굴러가는 자동차도 생겼고, 한국의 대 명절인 추석과 설날을 경험했고, 두 아이는 운 좋게도 좋은 학교에 들어가서 친절한 선생님과 착한 친구들을 사귀어 학교 다닌 지 3개월 만에 한국 사람이 다 되었다. 


남편과 나는 한국과 캐나다의 다른 점을 경험하고 재미를 느끼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왠지 남은 시간은 지난 5개월 보다 더 빨리 지나갈 것 같아 벌써 아쉬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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