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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Nov 03. 2022

유치원은 왜 꼭 가야 하는 거야?

캐나다 살다 한국으로 역 이민 와 유치원을 다닌 지 3주 차가 되었다. 이제는 다행히 문 앞에서 끌려 들어가지 않고 제 발로 걸어 들어가고 서로 좋은 하루 보내고 이따 만나자고 인사도 잘한다.


점점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매일 밤 잠들기 전 자고 나면 유치원에 또 가야 한다는 사실이 싫은 아이는 잠들기 전 유치원 가기 싫다고 말한다. 1시 오전반과 4시 20분 오후반 중 오후반에 등록시킨 엄마를 원망하기도 한다. 하프데이만 하고 싶은데 왜 오후까지 있어야 하느냐고 묻는다. 회사도 안 가는 엄마는 마땅히 델 핑계가 없다. 엄마가 일이 있어서 그래. (책 읽고, 글 쓰고 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수영강습도 등록했고 도서관도 가고 하면 하루가 금방 사라진다). 그럼 매일 아침 해야 할 일을 빨리 끝내고 1시에 데리러 오라고 조른다. 마음이 갈팡질팡 괴롭다.


한국에 꼭 지금 나와 살자고 결심한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둘째였다. 캐나다에서 유치원에 들어가려면 아직 2년이 더 남았고, 조기 은퇴를 하겠다고 회사를 퇴사한 남편과 나는 하루 종일 붙어있어야 하는 둘째로 인해 아직 자유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만으로 4살인 아이는 오랜 시간 기관 생활을 하지 않아 엄마와 떨어지는 게 힘들어 보인다. 나는 아이가 태어나고 6개월 때부터 회사에 복귀했다. 그래서 둘째는 6개월부터 내가 퇴사를 할 때까지인 거의 만 3살까지 하루 종일 어딜 다녔었다. 그러다 일을 그만두면서 아이를 집에서 돌보게 된 것이다.


오늘 아침도 손잡고 유치원으로 걸어가는데 볼멘소리를 한다. 도대체 유치원은 왜 있는 거야? 거기를 왜 꼭 가야 하는 거야? 재미도 없는데.. 한국어가 서툰 둘째는 엄청 활달하게 노는 걸 좋아하는데 유치원에서 노는 건 재미가 없다고 한다. 아.. 이럴 땐 뭐라고 사기를 북돋아 줘야 하는지 참 어렵다. 어떨 땐 아이가 좋아하는 이쁜 옷으로 코디를 해주고 그럼 아이는 또 이쁘게 입은걸 뽐내고 싶어 집을 나서기도 한다. 또 어느 날은 일주일에 한 번 금요일은 1시에 데리러 가겠다고 했으니 오늘만 가면 내일은 금요일이라면서 꼬시기도 한다. 그럼 바로 옆에 붙어있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언니는 자기보다 일찍 끝나는지 늦게 끝나는지 묻는다. 요즘 2학년은 4교시면 오후 1시, 5교시면 오후 1시 40분에 끝난다. 방과 후 수업을 신청한 날은 4시에 끝날 때도 있다. 4시까지 한다고 해도 자기보다 일찍 끝나는 걸 아는 둘째는 또 억울함이 폭발하기도 한다. 언니는 왜 나보다 일찍 끝나고 집에 가는 거냐며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이 모든 걸 아직 한국말로 못하고 영어로 할라니 유치원에서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을 못 해서 답답할지 상상이 된다.


그래도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된다. 마음이 조금 아프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믿으면서 아이들에게 잘하고 있다고 엄마는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해준다. 그렇게 말하면 아이들이 조금 뿌듯해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한국 온 지 두 달이 됐다고 벌써 한국어가 자연스럽게 느는 게 보인다. 간단한 표현은 이제 한국어로 먼저 하기도 한다.


온 가족이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대화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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