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전이다. 밤에 자러 방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아이를 억지로 안아 들고 들어갔다. 아이는 싫다고 발버둥 쳐 댔다. 나는 급 아이에게 백지수표를 날렸다.
"엄마가 진짜 긴~ 이야기 들려줄게"
"진짜 진짜 기~~~ 긴 이야기야!"
이렇게 몇 번 꼬시니 아이가 진정하기 시작했다.
"알겠어. 그럼 얼른 해봐"
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 옛날에 엄청 큰 숲 속에 요정들이 살았어~ 그 숲 속엔 여왕님도 있었지."
나는 이야기를 급조해서 어떻게 하면 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상상하며 말을 이어 갔다.
길게 말하려던 내 욕심에 배경 설명이 길어지자 아이가 한마디 했다.
"Can we just go to the fun part?" (재밌는 파트로 넘어가면 안 돼?)
하하하하
순간 머쓱했지만 티내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결국 내가 약속했던 긴 이야기는 내가 잠깐만 쉬었다 다시 이어가자고 하는 바람에 중지되었고, 그 사이 아이는 잠이 들었다 (나의 바람대로).
2.
주말이다. 온 가족이 아침부터 도서관에 왔다. 아이들은 dvd를 잔뜩 골라 티브이 앞에 헤드폰을 끼고 앉았다.
도서관에서 영화 감상은 처음 하는 건데 앞으로 책 보러 오는 게 아니고 영화 보러 오자고 할까 봐 걱정된다.
둘째가 화장실이 급하다고 왔다. 내가 데리고 갔는데 변기통 옆 벽에 응급벨이 있다.
"what is this mom?"
"어 이거 emergency 벨이야."
"emergency 뭐라고?"
"emergency 베~엘이라고 (좀 굴려줘야 알아먹는다.)"
"아~~ 이멀젼씨 베~엘?"
"그럼 티슈 없을 때 누르면 되는 거야?"
"하하하하 안돼~ 그럴 때 누르는 게 아니고 갑자기 아파서 도움이 필요할 때 누르는 거야. 휴지 없을 땐 밖에 사람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