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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Dec 28. 2022

두 달 만에 어찌어찌해서 드디어 자유형을 했다.

"자 이제 보드 내려놓고 자유형으로 출발하세요~" 

선생님의 그 말이 나에겐 "자 이제부터 물 좀 먹고 오세요~" 소리로 들린다. 


11월부터 월, 수, 금 50분씩 수영을 배우고 있는데 아직까지 자유형으로 쉬지 않고 25m를 가는 게 안된다. 

난생처음 배우는 수영은 낯선 것들 투성이었다. 뭔가 쑥스러운 수영복도 그랬고, 어색한 수영모자와 꽉 끼는 물안경 그리고 단체로 샤워를 눈치껏 해야 하는 것도 참 낯설었다. 


규칙적인 시간에 운동을 다니는 것도 나로선 처음 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옛날 옛적 초등학교 6학년 때, 한 일 년 가까이 검도를 배운 적이 딱 한번 있다. 그게 내 인생 마지막 운동이었다. 초 우량아로 태어나 학창 시절 내내 '난 통통한 거지 뚱뚱한게 아니야!'라고 우기며 살았는데, 살 좀 빼는 게 좋겠다는 친할아버지 권유로 시작한 검도였다. 


왜 하필 검도를 배웠는지 잘 모르겠다. 장비 맞추느라 수십만 원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수영을 했어야 했는데... 엄청난 기압 훈련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뒀다. 돈 주고 단체로 맞아야 한다니.. 다시 생각해도 화날라고 한다. 


수영은 장비값이 들지 않는다. 수영복은 당근에서 샀고 수영모자와 물안경만 쿠팡에서 주문했다. 한번 사서 매번 같은 수영복을 입는다. 처음 수영장을 다니기 시작할 땐 인터넷 쇼핑으로 수영복을 엄청 들여다봤다. 아무래도 당근에서 산 수영복이 딱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3번이나 다니는데 하나로는 왠지 부족한 것 같기도 했다. 결국 인터넷으로 하나 더 샀는데 작아서 환불했다. 그리고 그냥 처음 당근으로 산 수영복이 잘 맞는 거였구나.. 라는걸 깨닫고 그거 하나만 입기로 했다. 새로운 수영복은, 수영장 다닌 지 일 년째 되는 날 나에게 선물해 주자 마음먹었다. 


요 근래에 난 어색하고 낯선 것들을 일부러 찾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살던 곳을 떠나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온 가족이 터를 옮겼다. 어색한 수영복을 입고 수영도 배운다. 벌써 두 달이 지났고 다음 달도 등록했다. 캐나다로 돌아가기 전까진 웬만하면 계속 다닐 생각이다. 12월부턴 남편과 함께 화, 목 이틀 요가도 다닌다. 요가학원을 등록해서 다니게 된 것도 처음이다. 이렇게 월, 화, 수, 목, 금 매일매일 운동 다니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비록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리고 이제 내일이면 우리 동네 아이들에게 영어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활동 한지 한 달이 채워지는 날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낯선 환경에 나를 데려다 놓음으로써 배우는 것들이 있다고 믿는다. 초보 레벨에서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이 좋다. 이미 엄청 잘하는 사람들과 나를 비교할 필요는 없다. 꾸준히 하다 보면 오늘처럼 물 안 먹고 25m 자유형 수영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걸 배웠으니깐,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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