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3개를 떠나보내고 나니, 거실이 휑해졌다. 누군가 잘 키워줬으면 하는 마음에, 2년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아직 떠날 시간은 넉넉히 남았지만 미리 정리했다. 급하게 쫓기듯이 처분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캐나다로 돌아가면 화분 먼저 좀 사야지 생각한다. 사야 할 것들이 태산인데, 마음에 드는 식물을 다시 키우고 싶은 마음이다. 차도 사야 하고, 침대도 다시 사야 하고, 식탁, 소파, 밥솥, 그릇들 등을 다시 사야 한다. 세 번째 살림살이 리셋을 앞두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또 생각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이삿짐이 도착을 안 해서 가볍게 산 기간들이 있었다. 옷도 몇 개 없고, 신발은 하나고, 의자는 캠핑 의자로 대신하던 몇 주에 시간들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큰 문제없이 살아졌다. 그러니 돌아가서 큰 살림들을 장만하더라도 간소하게 계속 살아보자 마음먹어본다.
장거리 이사를 할 때마다 짐이 줄어들고 있는 걸 느낀다. 무겁게 바리바리 싸들고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보니, 나에게 중요한 것들만 남기는 연습이 자동으로 되고 있다. 이렇게 반 강제적으로 사는 환경을 바꿀 때, 나도 그에 따라 반 강제적으로 변화하고 새로운 걸 배우게 되고,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아무리 계획을 짜고 준비를 한다고 한들, 그 어떤 여행도 (이사도)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항상 배우기 때문이다. 내가 얻을 수 있는 최상의 결과를 상상하며 노력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 나름대로 또 괜찮다고 인정하고 나아가는 연습을 하게 된다. 이런 배움이 사는 곳을 바꾸고 낯선 곳을 여행 다니면서 얻은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