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고 세 달이 지나간다. 연말부터 바빠진 회사는 그 흐름을 타고 바쁜 스케줄이 계속 몇 달간 이어져 매우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하루에 미팅 3개 정도가 적절한 숫자인데, 어떤 날은 5개 또는 6개의 미팅을 하기도 했다. 정신없는 나날 속 다양한 손님들을 만났다. 작년에 남편이 돌아가신 후, 최근에 남편의 계좌를 물려받은 손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20대 손주에게 자산을 물려주었는데, 25세가 되기 전까지 신탁으로 운용해야 하는 경우 (유언장에 그렇게 쓰여 있었기 때문), 90세 나이이지만 10만 불 현금중 2만 불 정도는 투자를 해보고 싶다고 찾아온 손님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손님들과 은퇴 계획에 대해 대화하다 보면 자연스레 나의 개인적인 은퇴계획도 말하게 된다. “전 올해 41살이 되었는데, 9년 후 50살에 은퇴하는 게 목표입니다.”라고 말한다. 사실 좀 늘려서 말한 거다. 마음속으로 5-6년 만 더 일하고 은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9-10년 정도 더 일하면, 4년 전에 파이어 족에 도전했을 때보다 훨씬 안정적인 은퇴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보인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한 지난 세 달간 마음에 부채가 쌓여갔다. 쓰고 싶은 주제가 번뜩 떠올랐다가도 당장 어제 만났던 손님들, 오늘 만나야 하는 손님들을 생각하다 보면 번뜩했던 주제는 금방 사라지고 머릿속에 글쓰기 주제는 다시 백지화가 되어 있기 일쑤였다. 정지우 작가님은 바쁜 와중에 매일 페이스북에 글을 쓰고 그 내용으로 책도 내고 하던데, 나는 도대체 왜 글쓰기를 매일 할 수 없는 건지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긍정적인 얘기를 하나 한다면, 지난 몇 달간 회사에서 일적으로 바쁠 동안 내적 성장이 확실히 있었다는 것이다. 5-6개의 미팅을 매일 소화하는 동안, 처음 만난 손님들과 초반에 자연스러운 소통을 하는 방법, 신뢰를 심어주고, 한 시간 안에 투자 결정을 받는 방법, 여러 장의 서류를 작성하는 동안 대화를 이어가면서 싸인을 받는 방법, 마지막으로 헤어지면서 다음 리뷰 약속을 미리 정하는 것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훈련을 받았다. 헤어지고 나서 미팅 노트 작성하는 것은 좀 밀려 있지만, 그것까지 미팅의 흐름 속에 포함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나는 일을 선택 했다. 월-금 주 5일 근무지만, 중요한 손님은 토요일에 만나러 다시 출근하기도 했다. 4월에 있는 10km 달리기 대회도 신청했는데 훈련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아 마음에 부채가 거기도 조금 있고, 사무실에 한국에서 그려간 민화를 자랑할 때 요즘도 그림 그리냐는 질문에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할 때마다 또 마음 한켠이 아쉬워지기도 한다. 그래도 올 한 해는 내가 하는 일을 선택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