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한 2주간 남편은 휴가였다. 남편은 은행 본사 소속이고, 연말이면 많은 본사 직원들이 휴가를 쓰기 때문에 일이 한가로운 편이다. 그래서 연말이 되면 휴가를 길게 쓰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웬일인지 2주 휴가를 신청했다고 했다. 아무래도 최근 우리가 아주 멀리 이사를 왔고, 레노 공사를 하느라 힘들었으니 좀 더 맘 놓고 쉬고 싶었던 듯싶다. 2주를 잘 쉬고 이번 주 월요일 1월 4일에 일을 시작했다. 토론토와 3시간 시차가 있어서 그쪽에서 아침 9시에 미팅이 잡히면 여기선 새벽 6시에 만나야 한다. 그러려면 5시 반에는 일어나서 준비를 하게 된다. 월요일에 보통보다 좀 일찍 미팅이 있었는데, 8시 반에 지하 사무실에서 미팅을 하고 다급하게 올라와서 아직 아침 먹고 있는 나에게 말한다.
"빅뉴스야! 우리 팀 S 가 사표 냈어" 남편 소속에 있던 팀 원중 한 명이었다. 매우 유능한 팀원이었고, 남편을 매니저로써 잘 따랐으며 연말에 그 팀에서 가장 높은 보너스도 받았다. 코로나로 보너스가 전년보다 작았지만 그래도 그중에서는 잘 준 편이라고 했다.
문제는 몇 시간 후에 발생했다.
"헐.. 우리 보스도 떠난데" 이건 좀 쎄다. 시카고에 사는 남편 보스는 굉장히 남편과 사이가 좋았고, 개인적으로도 많이 의지하는 사람이었다.
다음날, 또 다른 남편 팀 소속 팀원 한 명이 더 사표를 냈다.
그리고 그 옆팀에 다른 직원도 나간다고 발표를 했다. 이로써 남편 주변 회사 동료 중 직속 상사 한 명과, 남편 밑에 팀원 두 명, 옆팀에 한 명 등 총 4명이 이직 발표를 했다.
작년 내내 남편 팀은 조직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는 듯했고, 최고 위에 임원도 바뀌고 여러 인사이동이 있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캐나다 5개 메이저 은행은 대량 정리해고는 2020년에 없을 거라고 발표했다. 그래서 정리해고는 없었지만, 그 팀은 일거리도 별로 없었던 듯하다.
여러 괴로움을 이겨내고 다들 버티는 와중에 많은 사람들이 이직을 알아본 것 같다. 그리고 연말 보너스를 받자마자 사표를 던진 것이다. 2주 노티스를 줬으니, 남편은 정든 사람들과 2주 후면 헤어져야 한다.
첫날 남편 보스가 너 괜찮냐고 물었을 때, '신기하게도 아무렇지도 않네'라고 답했다고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월요일부터 오늘 금요일까지 남편은 실제로도 매일 울었고, 울고 있지 않을 때도 마음으로 울면서 견디고 있는 중이다. 화상 채팅으로 마지막 팀 미팅을 한 날은 많은 팀원들이 울었다고 했다. 그리고 처음엔 '나 괜찮은 거 같다'는 거짓 마음이 사실이 아님을 인정하고, 솔직한 자신을 드러내고, 떠나는 사람들에게 '같이 일해서 행복했고, 잘 가고, 사랑한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 후로 일대일 미팅 때도 속 깊은 이야기들이 오간 듯싶다.
이번 주는 새해 첫날부터 우리 부부에게 아주 힘든 한 주였다. 이 곳으로 이사 오면서 나도 이직을 했다. 두 달째 트레이닝 중인데 동료들을 잘 못 만나면서 집에서 혼자 새로운 시스템을 배우려니 처음엔 사실 여유로운 스케줄이 좋았다가, 요즘은 아.. 내가 과연 여기 잘 적응할 수 있으려나.. 할 수만 있다면 지금 은퇴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바뀌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남편 회사 동료들이 많이 떠나가니, 우리 부부는 지금 당장 우리도 사표 쓸까?로 생각이 뻗어나가 버렸다. 진지한 대화와 미팅과 복잡한 '만약에'.. 시나리오를 담은 엑셀 파일 공부가 몇 날 밤으로 이어졌다.
결론은 '우리는 아직 경제적으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였다.
하마터면 연 초부터 사표 쓸 뻔했다.
나도 마음을 다잡고 다시 열심히 해보기로 마음을 바꿔먹었다. 남편은 몇 날을 울더니 이제는 좀 마음에 진정이 된 듯하다.
파이어 족 책을 읽으면서 열심히 저축을 해 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사표는 잠시 접어두고, 월급 없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적은 돈을 벌어도 생활비가 충당될 수 있는 투자 자금을 만들자가 올해 목표로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