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회원권은 운동하는 Gym이나, 골프장 또는 놀이동산만 있는 줄 알았다.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연간 회원권이라는 것을 샀는데 그게 캠핑장 연간 회원권이 될 줄은 몰랐다. 추운 토론토에서 따뜻한 서쪽으로 이사 오고 나니 작년에 한 번도 못 간 캠핑을 더 즐겨보기로 결심하고 캠핑장을 알아봤다. 토론토에서는 생각도 못했던 오지 캠핑장소가 집 근처에 많이 있었다. 다만 물도 없고, 전기도 없고, 화장실도 없는 곳에서 애들과 캠핑할 용기는 없으므로 우리에게 적합한 캠핑은 아니었다.
공짜는 아니지만, 찾아보면 하룻밤에 17불인 캠핑장도 있었고, 50불인 캠핑장도 있었는데 좀 유명한 곳은 역시나 예약이 쉽지 않았다. 집 주변 캠핑장을 알아보던 중, 남편이 신기한 캠핑장을 발견했다고 보여줬다. 이름은 Thousand Trails 캠핑장인데, 미국에 100개가 넘는 캠핑장이 있고, 캐나다에는 딱 하나 있었는데 그게 우리 집 근처에 있었다. 연간 회원권을 사면 100개가 넘는 캠핑장 모두를 쓸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지금은 국경이 닫혀있으니, 우리가 캠핑장 연간 회원권을 산다면 올해는 집 앞에 있는 캐나다에 딱 하나 있는 그곳만 가야 한다.
남편은 이 참에 회원권을 끊어서 캠핑을 자주 다니자며 날 설득했다. 50불짜리 캠핑장에서 12 밤 이상 자면 본전이 되는 가격이었다. 이곳으로 이사 올 때처럼, 날 잡고 캠핑장 투어를 갔다. 한번 쓰윽 둘러보고 맘에 들면 가입할 생각이었다. 돌아보니, 생각보다 시설이 좋아 보였고, 직원들도 엄청 친절했다. 다만 걱정이 있다면 답사 갔을 때 텐트족은 없고 전부 트레일러 캠퍼들만 있는 것이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었다.
하나를 사면 줄줄이 콤보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소비 굴레가 시작되었다. 연간 회원권을 끊고 나니, 그 캠핑장은 RV 트레일러에 최적화된 캠핑 리조트였고 텐트 캠핑족 사이트는 전체 캠핑장 대비 5%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주야장천 캠핑장에 있을 생각을 하다 보니 나도 좀 더 아늑한 캠핑 트레일러가 갖고 싶어 졌다.
그래서 캠핑장 연간 회원권을 끊고 나서 캠핑 트레일러를 보기 시작했다. 텐트 트레일러는 비교적 싼데 남편은 하드탑 트레일러를 원했다. 그러려면 무거운 걸 끌을 수 있는 트럭이나 SUV가 필요했다. 그래서 캠핑 트레일러와 차를 같이 보기 시작했다. 중고 사이트에서 중고차와 중고 캠핑 트레일러를 봤다. 중고도 비쌌다. 거기의 또 문제는 캠핑 트레일러를 맡겨놓을 곳도 알아봐야 하고 그것도 한 달에 100불은 추가로 비용을 잡아야 한다.
이래저래 고민하다 결국 올해는 텐트로 살아보기로 했다. 대신에 캠핑 다닌 지 15년 만에 처음으로 cot을 샀다. 그 외에 소소한 장비 업그레이드를 했다. 전기난로도 하나 더 사서 두 개를 가지고 가기로 했다. 2년 전 마지막 캠핑 때 소형 전기난로 하나로는 추위를 막기 부족했음을 기억하고 이번엔 좀 더 큰 타워 형으로 하나 더 장만했다.
연간 회원권을 끊고 처음으로 2박 3일 시험 삼아 캠핑을 했는데, 둘째 날은 비도 많이 오고 밤에 온도도 5도 가까이로 떨어졌었다. 다행히 난로 2개를 트니 천하무적으로 따뜻했다. 또 새로 산 장비는 portable toilet이다. 새벽에 애들이 깨서 화장실 갈 때 간이로 들고 다니던 요강? 같은 쉬통은 버리고 제대로 된 간이 화장실을 샀다. 그다음 장만한 물건은 리빙 쉘터다. 비가 오면 비를 막아줄 수 있고, 메쉬 스크린도 있어서 벌레도 막아줄 수 있는 물건을 원했다. 꽤 오래 뒤졌는데 마음에 딱 드는 쉘터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2박 3일 캠핑을 오려니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다시 인터넷을 뒤지던 중 성훈이가 12x12 feet 짜리 아주 괜찮은 쉘터를 찾아내어 바로 스토어에 가서 픽업해 왔다.
이렇게 해서 지난주에 2박 3일 캠핑을 다녀왔다. 최소한으로 필요한 장비만 실어도 한차 가득 짐이었다. 거기다 간이 변기통도 사이즈가 꽤 커서 한 짐 차지했다. 이번에는 집에 매일 다시 들렀기 때문에 오며 가며 짐을 날랐는데, 아무래도 다음 캠핑도 집이랑 가까우니깐 오며 가며 짐을 또 나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수, 목, 금을 갔는데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 이므로, 아침에 6시 40분에 일어나서 다 같이 차 타고 집으로 와 집에서 아침 먹고 애들 도시락 싸서 학교를 보냈다. 그리고 2시에 학교 끝나면 집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캠핑장 가서 놀다 저녁 먹고 자는 생활을 했다. 큰애가 캠핑을 갔는데 학교가 웬 말이냐며 어이없어했다. 남편은 이번 캠핑은 장비 테스트 및 캠핑장 점검이 목표라 학교에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언니가 가란다고 가는 아이가 착한 거 같다고 한마디 했다.
유명한 Cultus lake 바로 옆에 있는 캠핑장인데 주중이라 그런지 호숫가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캠핑장은 한 사이트에 6명 이상 자면 안 되는 룰이 있었고, 지금은 온 BC 주에 자기 집 근처로만 캠핑을 가야 하는 룰이 있다. 그리고 이 캠핑장은 2주까지 한 번에 예약이 가능한데, 텐트나 트레일러를 설치해 놓고 밤에 아무도 안 자면 벌금이 50불 붙는다. 무조건 신청자 중 한 명은 와서 밤에 자야 한다. 남편은 집에서 가까우니, 밤에 우리가 번갈아 가면서 며칠씩 혼자 가서 자면 좋을 것 같다고 한다. 나는 쪼금 무섭기도 한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다 보면 오히려 내가 더 좋아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득한다. 흠.. 뭐 한 번도 캠핑장에서 혼자 생활해 본 적은 없으니 도전해 볼 의향이 있긴 하다. 사실 안 해본 거라 조금 걱정이지만 혼자만의 시간은 생각만으로도 조용하고 좋을 것 같기도 하다. 날이 좀 더 따뜻해지면 날 잡고 도전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