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셀프칭찬의 시간

2021.06.10 목

by 안개꽃

오늘 아침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언가 를 꾸준히 진득하니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엄마'라는 타이틀을 가진 후 살아온 내 인생을 들여다보니 난 엄청나게 '꾸준하게' 살고 있구나.


어젯밤은 오랜만에 무지 힘들게 두 아이를 재웠다. 웬일인지 둘 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한 시간을 씨름했는데, 마지막은 화내는 내 모습에 실망하고 15분 안에 잠들어 주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화가 나고 그랬다.

밤 10시에 둘 다 잠이 들었다. 남편과 거실에 앉아 힘들었던 오늘 밤을 위로하기 위해 영화 하나를 보기로 했다. 영화가 끝났을 땐 밤 12시가 넘었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건 엄청 힘들었다. 7시에 가까스로 일어나 부엌으로 와서 점심 도시락으로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아침으로 삶은 계란도 만들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부터 분주하게 요리를 하고 있자니, 문득 내가 엄청 꾸준하게 성실히 살아온 지난 7년이 보였다.


내가 만약 아이가 없었다면, 이런 날은 분명히 늦잠을 자고 있었을 거야.라는 생각이 찾아왔다. 현실은 내가 피곤하든, 아프던 매일 비슷한 아침 7시 전후에 일어나서 아이들을 챙긴다. 지난 7년간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무려 회사생활도 이보다 더 성실하게 하진 않았다.


학교 다니면서 개근상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1 때 이민을 온 후로도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학교를 빼먹거나, 꾀병을 부리고 집에 있거나, 대학생 때는 누구의 허락도 필요치 않으니 내 맘대로 살았다.


엄마가 되고 난 후로는 뭔가 내가 대장장이가 담금질을 하듯이, 내가 담금질을 당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매일이 훈련이다. 물론 내가 나의 기분은 무시하고 아이들에게 얽매여서 죽지 못해 마지못해 엄마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건 분명히 아니지만, 내가 낳은 아이들을 잘 돌보는 게 지금 내가 수행하고 있는 가장 큰 미션임에는 틀림없다.


오늘 나에게 찾아온 생각은 '아.. 나도 엄청 성실한 사람이구나...'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나에게 선물한 것들 중 하나는 바로 이 꾸준함을 연습할 기회이구나..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패턴으로 요리를 하고 도시락을 싸고, 아이들을 씻기고, 학교를 보내고, 또 학교 끝나면 놀아주고, 저녁 차려주고, 또 씻기고, 그리고 매일 밤 재워준다. 이 도돌 임표 안에 내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간간히 채워 넣는다. 물론 남편도 이 도돌이표를 같이 열심히 돌고 있고, 본인의 개인적인 욕구도 간간히 채워 넣는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내 시간표에 개인 시간도 늘어가겠지.


이제 '엄마' 트레이닝을 한 지 7년이 되었다. 아직도 매 순간이 훈련 같을 때도 있지만, 열심히 성실히 '엄마' 역할을 해 내고 있는 나 자신에게 상주고 싶은 날이다.


엊그제 저녁에 드라이브 중 우연히 맞닥뜨린 멋있는 풍경. 셀프칭찬 한번하고 멋있는 사진보며 아이들 재워야 하는 밤시간에 힘을 또 내어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잃어버린 핸드폰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