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캠핑을 예약했다. 첫날은 온 가족이 다 함께 자고, 둘째 날은 밤에 혼자 와서 나 혼자 잤다. 오늘은 이따 저녁에 성훈이만 혼자 가서 자고 올 예정이다.
가끔 성훈이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던지면 '뭐래?'라고 처음엔 반응할 때가 있는데 또 막상 해보면 대체로 좋았던 것 같다. 캠핑장이 집에서 20분 거리이니 각자 혼자 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저녁에 애들 재울 준비까지는 같이 하고 혼자 캠핑장에 가서 자고 아침도 혼자 해 먹고 다음날 오전에 돌아오는 스케줄이다. 처음 이 아이디어를 들었을 땐, 바로 '난 못해'라고 했다. 왠지 좀 더 튼튼한 트레일러도 아니고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텐트라 생각해서 그런지 무서운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이 생각은 캠핑장 연간 회원권을 사고 아직 캠핑을 한 번도 해보기 전 얘기이다.
한 두 번 그곳에서 캠핑을 해보니 스태프들도 친절하고, 캠핑 온 가족들도 친절해서 걱정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혼자 캠핑을 해 봤다. 밤 8시 반에 도착해 한 시간 혼자 여유롭게 캠프파이어를 하고 10시에 잠들어 아침 8시 반에 일어났다....
거의 숙면을 취하러 집을 나온 것 같다.아이들과 같이 잘 땐 슬립핑 백을 잘 덮고 자는지 한 번씩 확인하게 되고, 애들이 새벽에 뒤척거리면 화장실에 가고 싶은지도 물어보고 또 데리고 가줘야 한다. 텐트 문 안에 간이 변기통을 사둬서 새벽에 화장실까지 가지 않아도 되지만 혹시라도 텐트 안에서 애들이 실수하게 될까 봐 푹 자긴 힘들다.
아침은 토스트 빵 두 개, 삶은 계란 하나, 믹스커피 한잔을 만들어 아무도 없는 호수에 가서 경치 감상도 하고 가져온 해리포터도 좀 읽고 셀카도 한 30장 찍었다. 맘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찍고 있다 보니 100장도 찍을 것 같아 중간에 그만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