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옆집 가족 모두 코로나에 걸렸다
Sept 14, 2021 화
코로나 시국이 길어지니 우리 가족도 피해 갈 수 없었나 보다. 인구 10만 명 밴쿠버 외곽 소도시에 사는 우리 가족은, 이곳은 인구가 적고 땅이 커서 코로나 확진자가 다른 캐나다 대 도시보다 굉장히 낮은 편이라고 안심하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이미 2차 백신 접종까지 마친 후였다. 지난주에 옆집 가족들 목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 엄마와 딸 둘이 사는 옆집은 우리 집 애들과 하루 종일 붙어 다닐 정도로 친한 사이다. 서로의 집을 왔다 갔다 하면서 놀고 학교도 같이 다닌다. 지난주 화요일에 새 학기 개학이 있었다. 수요일 옆집 중학생 첫째가 아프다고 학교를 안 갔다. 목요일 둘째도 아픈 것 같다며 학교를 안 갔다. 그리고 목요일 밤 옆집 엄마에게 3명 아줌마 (앞집 - 자녀 4명, 옆집 - 자녀 둘, 이번에 코로나 걸림, 나 - 자녀 둘) 단톡 방에 연락이 왔다. 온 가족 코로나 양성 결과를 받아서 자가격리 들어갔다고. 그 집 아이들과 우리 애들이 직접 접촉자로, 조만간 보건당국 간호사에게서 연락을 따로 받을 거라고 언질을 준다. 다행히 우리 애들은 열도 없고 아파 보이지도 않는다. 여기서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옆집이 셋다 양성이 나왔다는데 그렇게 하루 종일 붙어 다니던 우리 애들이라고 괜찮을까? 당장 남편은 목요일 저녁 요가를 가지 않았다. 거의 갈 뻔했으나, 만에 하나 우리가 양성이라고 생각해 보니 아프지 않다고 돌아다니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결론에 도달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밖에 나가고 싶고, 평상시처럼 학교도 보내고 싶으니 내일 당장 우리도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인지 양성인지 확실히 알아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검사를 받으러 갔다. 처음 받아보는 검사였다. 요즘은 코에 긴 면봉 같은 걸로 검사 안 하고 가글 했다가 액체를 튜브에 벹는것으로 검사한다고 한다. 다만 3살 반 둘째만 어려서 가글을 못할 것 같으니 간호사가 와서 코에 면봉 넣는 것으로 검사를 했다. 오전 10시쯤 검사를 하고 왔다. 문자로 결과받는 서비스를 또 따로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신청한 후 하루 종일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우리도 양성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결과는 금요일 같은 날 밤 9시에서 10시 사이에 차례로 왔다. 온 가족 모두 음성이었다. 그리고 토요일 첫째 학교 교장선생님에게 이메일이 왔다.
큰애 앞으로 온 편지였다. 코로나 걸린 사람과 접촉했으므로 자가격리 10일 하라는 편지였다. 그래서 답장을 했다. 우리 옆집 아이가 걸린 것 알고 있고, 그래서 검사를 했는데 음성이 나왔다. 그래도 학교 보내지 말고 자가격리해야 하는 것이냐고 물어봤다. 일요일에 답장이 왔다. 편지에 잘 보면 음성이 나오고 아프지 않더라도 10일 자가격리해야 한다고 나온다고 그러니깐 자가격리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알겠다고 했다. 9월 8일이 마지막 접촉 날이니, 18일까지 자가 격리하고 주말 지나고 20일 월요일에 학교 보내겠다고 했다.
문제는 우리 3명 아줌마 단톡방에서 벌어졌다. 앞집 셋째와, 옆집 둘째, 우리 집 첫째는 삼총사이다. 나이가 7살과 8살로 이번에 초등학교 2학년 3학년이 되었다. 우선 옆집 아줌마가 사과를 연신했다. 자기들 때문에 너네들이 피해봐서 미안하다고 한다. 나도 한 번은 상상해 본 일이다. 내가 만약 코로나에 걸린다면 얼마나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쳤다고 생각될까. 그래서 정말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진심이었다. 언제 어디서 바이러스를 옮아 올지 모르는 일인데 그것이 아픈 사람의 부주의 때문이라 여기지 않는다. 그런데 알고도 부주의하다고 느끼는 건 다른 문제이다. 각자 자가격리 날짜 계산이 다름에서 미묘한 눈치보기가 시작되었다.
우선 옆집 엄마는 직업이 간호사인데 자기 둘째가 먼저 아프기 시작했고, 둘째가 검사를 첫째보다 하루 늦게 받아 양성 판정을 지난주 목요일에 받았지만, 아프기 시작한 날로부터 2주가 지나는 날은 토요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 애들은 집에 있는데 옆집에 목요일에 양성 판정받는 아이는 토요일부터 집 밖에 마스크도 안 쓰고 나와 논다. 우리 애들은 반가워 달려 나갔고 난 다급하게 따라나가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들어오면서 큰애가 큰소리로 한마디 한다. '우리 엄마가 너랑 놀면 안 된데!' 민망해진 나는 한 이틀만 조심하자고 하고 들어왔다.
그리고 앞집 엄마는 금요일에 우리 집 식구 모두 검사받으러 갔을 때도 모든 아이들을 열만 제고 마스크 씌워 학교에 보냈다. 앞집 엄마는 우리 애들이 (앞집, 옆집, 우리 집) 다니는 집 앞 초등학교에 교사 도우미로 일한다. 주말에도 우리동넨 모든 아이들이 집에서 조용히 있었다. 이사오고 거의 처음보는 광경인듯 하다. 어제 (월요일) 오전, 앞집가족이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갔고, 결과는 모두 음성이라고 한다. 다행이다.
그런데 난 앞집 셋째와 우리 집 애가 같은 학교니 당연히 둘 다 10일 자가격리라고 생각했다. 우린 같은 보건당국 자가격리 편지를 받았는데 해석이 갈리게 되었다.
편지에는 마지막 접촉일로부터 10일 격리라고 되어있는데, 앞집 엄마는 편지 받은 시점이 옆집에 코로나 걸린 애가 격리 끝나고 학교 가도 되는 날이라 자기는 이제 상관없다는 거다.
무엇보다 교장하고 얘기도 했다는데 자가격리를 하라는 말이 없었던 듯하다. 나는 이 부분이 이상했다. 우리한텐 집에 있으랬는데???
여기에 코로나 양성을 받은 옆집은 판정날부터 2주 자가격리가 아니라 아픈 증상이 있던 날부터 2주 자가격리라고 한다. 보건당국 간호사 3명과 3번 통화를 했는데 다 다른 소릴 한다고 불만이었지만 그 부분은 아니었나 보다.
그래서 지난주 수, 목에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번 주 월요일 둘째는 학교를 다시 나가고, 첫째는 금요일에 간다고 하고, 엄마는 수요일인 내일 일주일 만에 회사를 (=병원) 간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 애는 안 아프고 음성이지만 지난 금요일부터 이번 주 내내 집에 있기로 했는데, 옆집 코로나 확진자는 확진 날이 지난주 목요일인데 어제부터 (월요일) 학교를 나가고, 앞집 아이는 우리 애와 같은 확진 접촉자여서 10일 자가격리 편지를 받았음에도 해석이 나와 달라서 그리고 교장의 권고가 없었던 듯해서 오늘 다시 학교에 갔다.
난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집안에 다른 양성 판정자가 있는데 한 명이 먼저 끝났다고 막 돌아다녀도 되는 건가?? 그리고 온가족이 확진 날짜도 다르고 격리 해제 날짜도 다른데 모두 마스크없이 집에서 다 같이 생활한다.
그리고 다시 검사해서 음성 결과를 받아야 학교에 갈 수 있는 그런 조건도 없다. 날짜만 채우면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제 자기 둘째는 다 나았고 바이러스 전파력도 없으니 우리 애들하고 놀아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곤란했지만 우선 너네 가족 모두가 자가격리 끝날 때까진 조심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땐 개인이 잘 판단해야겠지만, 이번 경우엔 보수적으로 자가격리를 넉넉하게 잡는 게 우리가 속한 커뮤니티에 도움이 될 듯싶다. 개학했는데 강제로 방학이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