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프터글로우 Apr 21. 2024

직장인 이야기: 퇴사 준비

아마도 마지막 직장인 신분으로 쓰는 글

직장을 다니면서 내가 느낀 것들을 글로 기록을 하고 싶어서 브런치를 시작했다.

사실 내가 번아웃을 겪고 시간이 지나 점차 그것을 극복을 하는 그런 이야기를 쓰는 것을 상상했었다.

그래서 어쩌다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인데...

글을 쓰면 쓸수록, 나의 속마음을 들여다볼수록, 나는 점점 회사와 멀어지고 싶어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의 최초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뭐 어떠한가.

그냥 마음이 시키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한 번쯤은 내버려 두는 것도 해보는 거지 뭐.

그래서 나는 결국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몇 달 전만 해도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은 힘들었다. 

회사를 다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느꼈고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남들의 시선을 매우 신경 쓰는 나는 사회적으로 남들이 그래도 인정할 만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벌어야 떳떳하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뭔가 뒤처진 느낌, 나 자신이 너무 나약한 느낌을 받아서 힘들어도 무조건 버티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회사 생활이 어땠는지 간단하게 말하자면,

인턴시절 팀장님과 면담을 하면서 나보고 이 회사를 다니면 어떨 것 같냐고 하는 질문에, 내가 이 조직에 도움이 되면 참 좋겠다고 말을 했더니,

"회사에서 도움을 줄 생각을 하면 어떡하냐. 도와주는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이 안에서 너의 일을 해야지."

그 당시 순진했던 나는 "네네" 하면서 넘겼지만 그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누군가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닌, 내가 주인의식을 가지면서 업무를 하는 것 자체에서 성취감을 느껴야 그렇게 팀장님처럼 오래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사실 그렇게 이 업계 또는 업무에 관심이 있고 잘해보고 싶어서 입사를 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회사를 다니면서 처음부터 찝찝한 마음을 갖고 시작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2-3년 차가 되었을 때쯤 나는 인정을 받는 것에 재미가 붙었다.

일을 곧잘 해냈을 때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주는 그 느낌이, 내가 잘 쓰이고 있다는 그 느낌이 좋았다. 

사람은 누구나 효용성을 느끼고 싶어 한다. 이건 너무 당연한 얘기다.

근데 문제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면서 그렇게 느끼면 상관이 없는데, 나는 알맹이 없이, 나의 의지와 없이 진행하고 있는 업무에서 마냥 인정을 받기를 원했다. 

내가 하는 업무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던지 아무런 상관없이, 나는 그냥 "임무를 완수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마치 퀘스트를 깨는 것처럼, 아무도 시키지 않은 레이스를 달리는 것처럼, 매일 숨이 가빴다. 


그러자 4년 차가 되었을 쯔음, 나는 번아웃이 왔다. 

나는 점점 머리가 커져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옳은 건지 생각하게 되었다.

근데 점점 내가 내 일에 통제권도 없고, 모든 의사결정은 위에서 내려지기 때문에, 그 결과가 마음에 안 들기도 했다.

그리고 효용성을 느껴져 좋았는데, 문제는 회사가 너무 나에게 의존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몇 인분을 하게 되고, 업무가 나에게 과중되었다. 

그리고 나의 몸도 조금씩 망가져갔다. 

그동안 잔병치례가 많긴 했지만, 급성 허리 디스크가 찾아와 아파서 밤에 잠을 못 이루었을 때는 정말 그야말로 "현타"가 왔다. 

그래서 머리로는 하고 있는 일과 방향성이 마음에 안 들고 몸은 아픈 상황이 되었다.

번아웃이 왔을 때는 갑자기 모든 게 무의미해지고,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살고 있나 라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 당시의 나는 꽤나 자책을 많이 하기도 하고, 자존감이 좀 낮아지기도 했다. 

속마음을 이야기하면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했고, 별거 아닌 일에 화가 나기도 했다. 


번아웃이 온 시기를 그래도 나는 잘 넘겼다. 

다행히 나는 인복이 많아서 주변사람들이 나를 일으켜줬다. 

"그렇게 힘들게 하지 않아도 돼", "힘들면 좀 주저앉았다가 쉬어 가"

그 당시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제야 나는 좀 나의 인생을 객관적으로 이성적으로 돌이켜보기 시작했고, 힘들어하지만 말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 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냥 자연스럽게 주어진 삶에 열심히 충실했던 것뿐이었지 크게 잘못한 부분은 없었다.

그래서 스스로 자책할 필요도 없었고, 오히려 열심히 살아온 나를 토닥여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앞으로 더 "나" 자신에게 집중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나를 더 알아보고, 나를 더 소중하게 여기기로 결심을 했다.

그리고 내가 정말로 주인의식을 가지면서 열정을 쏟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

나는 생각보다 나 자신을 많이 몰랐는데, 이제부터 열심히 알아가면 되지.

우리 팀장님이 본인은 50살이 되었는데 최근에 본인의 입맛을 알았다고 말씀하셨다.

본인은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고 슴슴한 음식을 싫어했다는 걸 나이를 먹고 알았다는 것이다.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였지만, 한 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람마다 상황과 타이밍에 따라, 나 자신을 알게 되는 시점은 다르다.

그리고 누구는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아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도 이제 나를 좀 더 제대로 알기 위한 과정을 겪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니 마음은 오히려 평온해졌다.


그런데 왜 굳이 그럼에도 퇴사를 하냐고?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도 많지만, 일부 사람들은 지금 내가 고민하고 새로운 것들을 해보려는 것은 다 좋은데,

굳이 퇴사를 해야만 가능한 것도 아니고 회사를 다니면서 충분히 자기 계발을 통해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물음을 던진 사람들도 많았다. 

물론, 나도 그게 가장 베스트 시나리오라고 생각을 했다. 

요즘 경기도 안 좋을뿐더러, 수입이 없으면 불안해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주어진 환경이 있으면 거기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마침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나에게 많은 책임과 역할을 주는 회사이기 때문에, 여기에 남아있으면 나도 모르게 열심히 쥐어짜 내게 될 것이라는 것도 안다.

난 환경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나는 점점 더 나 자신에게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주고 있었다.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 싶은 마음에 노력해보려고 했는데, 그 뒤로부터 이전에는 경험한 적이 없던 이상한 증상들을 경험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스트레스성 공황장애의 증상과도 비슷했다.

사람이 많은 곳, 좁은 곳에 가면 숨이 잘 안 쉬어지고 심장이 빨리 뛰었다. 

몇 번을 겪고 나서 깨달았다. 나는 너무 지쳐있구나. 

그래서 나는 나에게 숨통을 틔워줄 쉼표가 필요하다는 것도 절실하게 느꼈다. 




그래서 난 조금 불안한 선택이라고 해도, 퇴사를 결정했다. 

이게 어쩌면 당분간 직장인으로 쓰는 마지막 글이라는 게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지금 나의 생각과 감정들을 기록하고자 글을 남겨본다.

결정한 후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싶다.

그래서 모두 걱정보다는 응원을 해주시길 바라고, 나도 이제는 홀씨처럼 훨훨 날아볼 준비를 할 것이다.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직장인 이야기 : 알리바바의 한국 방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