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리 패밀리
꼬치는 짧은 다리를 가진 진돗개다. 팔다리가 퉁퉁하고 튼실했다.
꼬치 full name은 떡꼬치다. 작명에 센스있는 조카 배시똥이 지어준 이름이다.
지금은 꼬치의 집이 된 버려진 쇼파는 사실 나름 고가로,
외삼촌이 부모님을 위해 선물했던 이탈리아 가구다. 지금은 개집으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우리 꼬치는 사실 태어난지 6개월이 조금 지난 베이비다.
베이비지만 베이비답지 않게 성견, 개 비린내가 심했는데 냄새에 민감한 우리 둘째, 셋째 언니 때문에 집과는 멀리 떨어진 거의, 마당 끝에서 살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같은 마당에 차양막같은걸 임시방편으로 올려주었지만 내리쬐는 대낮의 햇살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조금 더 더워지면 나무그늘쪽으로 집을 옮겨주어야 할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우리 꼬치는 사료보다, 밥을 더 좋아한다.
요즘 주말 나의 일과는 거의 루틴하다. 꼬치 밥주고, 똥 치우고 또 밥주고 물 주고 가끔 사료도 주는 일의 무한 반복. 그렇지만 이토록 단순한 일에서 꽤 큰 행복을 느낀다.
이모, 꼬치가 나 자꾸 핥아.
(예뻐서 그러는거야. 같이 사진찍자, 옆에 서봐봐~)
이모! 그러다 꼬치가 나 물기라도 하면 어쩔려고 그래! 이모, 이봐~~~~~ 꼬치가 나 깨물려고 하잖아.
나 도저히 꼬치랑 사진 못찍겠어.
다이아- 내 오랜 친구-는 우리 꼬치 귀가 섰으니 다 컸다는 둥, 귀가 투머치로 긴걸 보니 잡종 진돗개라는 둥, 이것저것 알은체를 하고 갔다. 얄미운 지지배. 지네집 복동이만 정통 진돗개라면서 우리 개들을 무시한다. 얄미운 캐릭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런 다이아랑, 귀여운 조카녀석이랑, 새로 온 꼬치랑, 엄마랑 행복한 휴일을 보냈다. 어버이날, 엄마에게 특별히 해드린게 없이 꼬치랑만 논 것은 아닌가 죄책감이 조금 들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식구가 하나 더 늘면 챙길것도 늘어나고 마음도 더 써야하는데, 나름 그 부산스러움이 좋다. 바라는 것은, 하나다.
이 아이가 우리집에서 부디 오래오래 수명을 다할 때 까지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
꼬치야 우리 조카들 공차기하다가 찻길로 위험하게 나가지는 않는지,
나쁜 사람들이 행여 괴롭히지는 않는지,
우리 엄마 마당에서 혹시라도 쓰러지지는 않는지, 니가 잘 지켜줘.
이모가 매주 보러올께,
잘 부탁해 우리 식구들. 알았다고?
그래, 멍멍? 멍멍!!
2011년11월 11일
에필로그
꼬치는 겨우 3년 정도를 함께 살다, 우리 가족을 떠났다.
꼬치가 떠나고, 까망이와의 잊지못할 인연이 시작된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