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극히 사적인 <다니엘헤니>를 추억하며
고남리에서 가장 바쁜 김반장은 오늘도 딸네집을 갈 시간이 없습니다.
염소랑 똘이, 나비 밥도 줘야하고, 조개도 파야하는데, 집안 곳곳에 손볼 곳도 많아 하루 '24시간이 모자르기' 때문입니다. 한가로이 나들이를 하러 다닐 시간이 없네요. 나들이는 고사하고, 고남리 김반장은 오늘도 '전쟁'을 치르러 갯벌로 나갑니다. 자식들에게 한푼이라도 더 주기위해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많이 조개를 파야한다는 일념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고단한 몸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김반장님. 여러사람이 모여 경쟁하듯 조개를 파는 일은, 마치 전쟁을 방불케합니다. 그래서 김반장님은 조개파는 일을 종종 이라크 전쟁에 빗대곤 하는데, 가끔 물이 너무 차올라 닿을 수 없는 곳은 북한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의 아내는 요리 솜씨가 아주 좋습니다. 어제는 있는 재료로 솜씨를 한껏 발휘하여 바지락 호박국수와, 쭈꾸미 샤브샤브를 만들어서 서울서 놀러온 딸자식 친구들까지 융숭하게 대접했습니다.
김반장님 집안 서열에 대하여
김반장님의 집엔 그가 정해둔 나름의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그 우선순위에서 늘 밀려나는 딸내미는 속상할법도 한데, 실상 그렇게 속상하지만은 않다고 하네요. 왜냐믄~ 김반장님의 삶의 이유가 어디로 향해 있는지 너무도 잘 아는 까닭에서입니다.
1위: 고남리 부의 상징, 염소. 나이 모름. 특기 진돗개 똘이 괴롭히기. 마른 풀 뜯기. 뿔나는 일이 생기면 밥을 주는 주인이라도 들이받아버리는 저돌적인 성격. 부성애 지나침 주의. 아기염소에게 함부로 다가가지 말 것.
2위: 비운의 진돗개, 똘이. 얼마전까지 이집안 서열 1위였으나 흑염소에게 1위 타이틀을 내어줌. 나이 두살. 특기는 김반장 푸념 들어주는 것. 좋아하는 건 고기다. 목줄을 풀어주면 주인을 알아봐도 외면하고 천방지축으로 이밭저밭 동네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는 게 특징. 염소에게 꼼짝 못하나 새로 들어온 고양이에게는 텃새를 부림. 대체적으로 순박하고 착하고 사람을 잘 따르며, 쉽게 정을 주는 나름 쉬운 스타일.
3위. 고양이 나비.
4위. 이집 큰 딸래미.
_2014년 11월 고남리에서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