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리 패밀리
무엇보다 제일 먼저 까망이 엄마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해야겠다. 잘 보살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까망이와 함께 하는 동안 행복했던 순간들이 참 많았는데 까망이를 떠올리면, 사후강직 후, 곧게 뻗어 힘없이 바닥에 누워있던, 가슴아픈 잔상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처음에 우리집에 왔던 그 꼬꼬마 시절엔 원래부터 같이 살던 진돗개 '꼬치'만 신경쓰느라 녀석을 많이 돌봐주지 못했다. 그러다 꼬치가 떠나면서, 까망이랑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자연스럽게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게 되면서, 뗄레야 뗄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가지런히 모은 발과, 예쁜 꼬리, 늘 축축한 코 그리고 짧은 뒷다리까지 어디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데가 없는 아이.
까망이는 씻고나면 오히려 더 더러워진다. 애써 씻기고 나면, 금세 발에 배에 흙을 묻히고 오는데 그럴때마다 화를 냈던게 미안했다.
삽살개 특성상 털이 눈을 덮을만큼 답답하게 내려오는 것이 당연한데 시원하게 해주고 싶어서 털을 밀어줘봤다. 털을 깎고나니 어찌나 참해보이던지, 까망이라는 본래의 이름대신 순이라는 닉넴을 하나 지어주게 됐다.
털이 덥수룩할땐 까망이, 몇달에 한번씩은 순이, 로 지냈던 우리 예쁜 까망이와는 산책은 물론이고 잠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 교회도 함께 갔고, 심지어 친구네 집에 갈때도 동행하곤 했다. 침이 좀 과하게 흐르는 것 빼곤, 그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기에, 어디든 데리고 다녔다.
하늘도 맑고, 바람도 잔잔했던, 어느 봄날 까망이 배필을 만났다. 마음이 어찌나 넓은지 아직 멋모르는 천둥벌거숭이 까망이가 다가가 그의 밥그릇에 담긴 족발 하나를 슬쩍 가져가도 못본척 해주고 처음 본 내게도 상냥하게 굴었다. 호시탐탐 제 밥그릇을 노리는 까망이에게 오히려 밥그릇을 밀어주기까지 한 걸 보면, 아마도 우리 까망이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둘은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함께 천서리 막국수 먹으러 가는 길, 그날의 풍경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가족들 반대를 무릅쓰고 몇차례나 우겨서 기어이 까망이를 뒷자석에 태웠던 날. 신나하는 녀석의 표정. 아마도 웃었던 것 같다. 조카녀석들은 까망이가 침흘릴때마다 나에게 sos 눈빛을 보내며 어떻게 좀 해보라고 떠넘겼지만 우리 둘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마냥 행복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순간들.
2013년 여름, 까망이는,
홀로 더위와 싸우다 죽었다.
까망이가 떠나기 불과 며칠전, 우리는 정말로 일주일 내내 꼭 붙어 있었다.
물병하나로 신나게 놀던 까망이. 책 읽는 내 옆으로 찾아와 가만히 제 몸을 기대오던 아이. 그애가 더울세라 매시간 새로 물을 갈아주던 그 여름날.
그 여름날 까망이는 우리 곁을 떠났다.
그 여름이, 우리가 함께하는 마지막 시간이 될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양평에 머물렀을텐데. 일주일 더 휴가를 내서라도 지켜줬을텐데.
했더라면, 좋았을 일들이, 아직도 나를 많이 괴롭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