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 나를 스쳐간 아이들
2022년에는 나를 스쳐간 식물을 리스트업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다음는 내가 식물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2017년부터 기록한, 나를 스쳐간 꽃들에 대한 기록이다.
비록 지금은 함께있지 않지만 너희들을 <명예의 전당>으로 모셔둘께.
반.려.종.료. 식.물.들.에.대.하.여
2021
여름에 큰 얼음도 선물하고, 햇살도 넉넉하고 통풍도 잘 해줘서 폭풍성장했는데 겨울을 넘기지못했다.
구근이 있는 칼라디움은 어떻게 겨울을 나야하는걸까? 공부가 부족했다.
모두가 가슴아팠지만 작년에 개인적으로 제일 속상한 순간은 유칼립투스가 우리 가족의 무신경속에서 갈증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버린 사건이었다.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아이가 도착했음에 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 크다, 가정집에서 키우기 적합한 사이즈가 아니라면서 이미 집에 온 아이에게 이런저런 불만을 토로했다. 소중한 것은 떠난뒤에야 깨닫는다고 했던가. 떠난 후에야 알았다. 이 아이가 얼마나 멋지고 늠름하고, 기품있었는지를.
아디안텀 블루, 라는 책을 읽고나서 처음으로 아디안텀을 기르기 시작했는데 한번도 몇달이상을 키워낸 경험이 없다. 큰언니는 벌써 몇년째 풍성하게 아디안텀을 키우고있는데 말이다. 세번째 도전인데, 또 실패했다. 자주 물을 주고 돌봐야하는 식물을 잘 키워낼수없는 것 같다. 나의 패턴상.....
2020
예쁘게 피어있는 얼굴을 보면 매해 집으로 데려오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하지만 매번 한해를 넘기지 못해 올해는 유혹을 잘 참았는데, 애니 상무님이 써머에게 선물로 주신 덕에 사무실에서 한참 잘 감상했다. 써머의 카랑코에 역시 한해를 넘기지 못하고 예쁘게 꽃 다 피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창이. 식목일에 양재꽃시장에서 큰맘먹고 사왔다. (미리의 로즈마리 이름은 청이. 공교롭게도 둘다 같은해 우리곁은 떠났다)
일주일 사이 두번이나 분갈이를 했다. 영양이 과했거나 마사토를 섞지않아 배수가 안돼 과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줄리 판단에는 뿌파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5월에 줄리 옥상으로 치료를 위해 보내졌는데 한두달 후 결국 떠나버렸다. 오랫동안 미련버리지못하고 괴롭게 해서 미안해.
지금 그 꽃집 이름은 잊었지만 병든 허브를 개업 선물로 줬던 사실은 생생이 기억난다. 또 갈 곳이라면 기억했겠지만 다시는 안갈거라 꽃집이름도 저장해두지 않았다. 산책하다가 들어간 꽃집에서 개업선물로 주길래 받아왔는데, 일주일 지나고나서 진드기가 있음을 알게됐다. 나머지 식물들에게 옮길 것 같아
바로 처리했다.
세번의 화분갈이 끝에 4월말쯤 떠났다.
집앞에 새로생긴 꽃집은 꼭 한번씩 들러서 식물을 사드리는 편인데, 이 아이가 그 가게 한켠에서 참 청초하게 빛이 났었다. 다만, 집으로 오자마자 며칠뒤부터 꽃이 모두 졌고 다시 꽃을 피울둥 말둥 애쓰다 결국...이 아이도 분갈이를 했었는데, 뿌리가 다 내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내가 너무 안달복달했던 것 같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초보 가드너의 분갈이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과 분갈이는 절대로 절대로 한번 이상 하지 말아야겠다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잘 자라다, 갑자기 진딧물이가 생겨서, 돌아가셨다. 회사에 화분 돌봐주러 오는 분이 비를 맞게 두고, 분갈이를 해두면 진딧물이가 떨어진다고했는데 전혀, 전혀. 비맞으면서 화분 분갈이해서 남의 담장 위에 올려두었는데 다음날 확인해보니 비를 듬뿍 맞고 진딧물이가 더 통통하고 건강해져있었다. 바로 땅에 묻었다.
이맘때쯤 꽃시장에서 자주보이는 아이 애니시다.
지나가는 커피숍과 가게에 인테리어로도 많이 쓰이더라.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노란꽃과 초록 잎의 하늘하늘한 자태가 아름답다.
내년 봄에 다시 도전해보리라!
크리소카디움은 미저리 언니네 집에서 데리고 온 아인데 한번 낙마사고가 있었다. 이후시들시들해지더니 결국 떠버렸다. 시페루스도 천천히 생명을 다했다.
셋 중 아스파라거스(서종에서 데려왔다)는 아직도 나와함께 있다. 참 대단한 생명력이다. 두번의 겨울을 함께 지냈다.
줄리네 옥상에서 데려온 마가렛. 잘 자라다 갑자기 마르더니 죽었다.
진딧물이나 응애도 없었는데. 뭐가 문제였을까? 어떠한 단서도 남기지 않고 6월의 어느날 갑자기 떠나버렸다.
줄리가 준 행운목. 오랫동안 들여다보지 않았더니 물과 함께 뿌리가 썩어있었다.
2019
한창 잘 자라다가 어느날 갑자기
떠난다는 그 어떤 인사도 시그널도 없이 떠나버렸다.
미리줄리랑 집앞 산책하다가 마음에 끌려 샀다.
보라색빛이 옅어져서 걱정하던 찰나, 연분홍 꽃을 피웠지만 그것도 잠시….사라져버렸다. 때가 지나서 떠난 것일수도 있고, 햇빛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많이 신경써주지 못해 미안해.
줄리가 선물해준 아이.
침대방으로 옮긴지 이틀 후부터 진분홍 꽃이 아이보리로 변하는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이 상황이 비현실적으로 여겨져서, 줄리에게 재차 물어봤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에 내게 선물한 보로니아가 정말 분홍색이 맞는지. 내 보로니아는 왜 때문에 하얀색으로 변한건지? 꽃을 피울시기 햇빛을 보지 못하면 색이 변한다고 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로즈데이에 내가 산 제라늄. 고수, 산초 혹은 수영장 왁스같은 꽤 독특한 향이 난다. 꽃이 죽어서, 엄마 집에 가져다두었는데 화분에서 나름 월동을 하는듯하다. 우리 엄마 페이보릿 꽃. 원래 맨드라미라고 하더니, 금사빠 아니랄까봐. 매해 최애꽃이 변하는 듯 하다 ㅎㅎ 모계유전의 힘.
유난히 기운이 안나는 어떤 날.
럭키라는 이름에 끌려 데려왔다.
과습이었을까? 머리털을 하나둘 뽑기 시작하더니 쑹쑹 뽑아내고 떠났다.
소개팅 후 돌아오는 길 그 쓸쓸한 마음을 이 녀석이 달래줬다. 양평에서 더 잘 자랄 줄 알고 고목나무에 매달아 두었는데 그만...죽고 말았다.
2012년도 회사 식구들이 집들이 기념으로 사준 수경이다. 수경이 오래간다는 소리를 듣고, 화초 잘 못키우는걸 잘아는 똑디 연이가 골라주었다. 7년째 용케 잘 살고 있다. 푸르매라는 이름답게, 그간 푸르게 잘 자라주었는데 유리병을 갈아주면서….아이들이 지금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결국 운명했다. 잘 자란다고 너무 자주 집을 옮겨줬는데 아마도 스트레스가 심했던 모양이다.
2018
율마는 세번째 도전이었다. 로빈슨을 도와 양평에서 지방선거를 치르고 돌아와보니 처참히 말라 있었다. 네번째 도전에 대한 용기가 아직은 나지 않는다.
놀라운 유월설의 생명력. 엄청나게 씽씽하더니 급 떠나셨다.
우리집에서 무슨 스트레스를 그리도 받았는지 풍성한 숱이 하나둘 빠지면서 마지막 잎새만 남기더니 결국은 떠나버렸다. 마지막 잎새 보는 것처럼 어찌나 슬프던지. 떠나려면 빨리 떠나줘. 지켜보는 것도 괴롭다 ㅠ
거북이 등을 닮은 아이 알로카시아. 잎이 새로 돋아나는 게 매번 기특하고 신기했는데 돋아날때마다 병이 든것처럼, 노랗게 죽어갔다. 결국, 돌아가셨다. 지금같았으면 줄리한테 농약이라도 주라고 부탁했을텐데.
의외로 수더분하다. 처음에 화려하던 꽃잎이 떨어진 뒤에도 초록이 빛나는 줄기는 꽤 오래 죽지 않고 자라서 일부러 방치해두었다. 이것도 여러해살이인가?
2017
티파니. 이사 간다고 잠깐 화분들을 밖에 내놓았은 사이 얼어버렸다. 추운날씨를 이겨내지 못하고 시들시들해지더니 결국 다시 회생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