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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07. 2020

안녕, 헤이즐

제니퍼 영화리뷰


내 장례식장에서도 나를 사랑하는 이가 날 위한 추도문을 읽어준다면 좋겠다,

고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추도문을 부탁할 수 있는 사이란, 왠지 축사를 부탁할 수 있는 사이보다 조금 더 특별하달까?

안녕, 헤이즐은 <500일의 썸머>못지않게 잘 만들어진 로맨틱 영화라는 평가가 자자했지만 그정도로 잘 만들어진지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손발이 부끄러운 장면이 없었고, 너무나 냉정한 현실앞에 차라리 저게 영화라 다행이다고 생각했던 장면들이 500일의 썸머의 대부분을 지배했다면 <안녕 헤이즐>은 조금은 작위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커트머리가 환상적으로 잘 어울리는 여자 주인공이 산소통을 가방에 짊어지고 콧줄을 끼고 등장해도 예쁘다는 점 외에는, 죽음이 곧 임박해있다는 설정 외에는 그렇게 마음을 움직일 수 없었던 영화였지만 그럼에도 야근을 마치고, 천둥번개가 치고,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 두세시간 나를 평안케 해주었기에 나름 의미가 있는 영화였다.  

 


하지만 정작 정말로 나를 사로잡은 영화 속 BGM은 두 주인공이 암스테르담에서 거리를 활보할 때 잠시 들렸던 거리 악사들이 연주한 비발디 사계(중 겨울, 1악장)였다. 그뒤로 한 보름은 그 곡만 들었을 정도로 그 곡 앓이를 했다.


안네 소피무터 버전, 정경화 버전, 클라라 주미강버전 등 다양한 버전으로 겨울 1악장을 들어봤지만 역시 영화 속 거리 악사들만큼의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유럽이 낭만적인 이유는, 클래식을 거리에서 너무나 손쉽게 들을 수 있어서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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