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세월호 유가족들이 '바꿈세' 초청으로 양평집회에 참여했던 어느 토요일 처음으로 서동일 감독님을 뵈었다. 로빈슨의 소개로 인사를 나누었고, 이후 집회 현장을 모두 카메라에 담아내던 그를 보면서 처음으로 감독이라는 업에 대한 매력을 느꼈다.
숱한 날 영화를 보며 자랐건만 (심지어 중고등학교시절 밤새워 영화를 본다는 이유로 아빠가 급기야 비디오를 마당에 집어 던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었다;;) 그 멋진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되고싶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다. 경외심이 든 적도 있었고, 시나리오 작가에 대한 동경은 있었지만.
그런데 그날,
집회 현장을 기록하던 '그'를 보면서 (이전 작품, 두물머리를 통해 당시 4대강사업에 대한 기록을 남겼던 '그'다) 남다른 생각을 갖게 됐다. 글로 쓰던, 카메라를 잡던, 생생한 역사 현장을 기록하는 이에 대한 동경을 넘어 나도 그러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한 거다.
그리고 며칠뒤. 3년째 이어오고 있는 양평인문독서모임 한뼘의 송년회가 있는 날.
조르박으로부터 느닷없는 초대를 받았다. 다큐멘터리 <명령 불복종 교사>를 보고 송년회로 이동하자는 것.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명령 불복종 교사를 보게됐다. 보면서 국민학교 6학년때 갔던 '팔당 야영'이 생각났다. 지금의 조현초 교장선생님과 우리의 오랜 짝사랑상대 우모모 선생님을 비롯 지평, 양수 등 각지 아이들과 함께했던 야영이었는데 그때 또 잊지못할 사건이 하나 있었다. 지금은 아이아빠가 된 추모시기 군을 두고 당시 절친들과 그가 나를 더 쳐다봤네, 아니네 다퉜던 것. 스무살이 되어서도 '추모군이 촉촉한 눈빛으로 바라본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논란은 그치지 않고 회자되었다. (나중에 당사자를 만나게 될 기가막힌 인연이 생기고 말았다. 갑빠중 한명이 추모군의 친구와 결혼을 하게 된것. 결혼식 피로연에서 그날의 오해(?)는 말끔ㅎ게 해소되었다)
어쨌거나. 이 영화는 일제고사대신 체험학습을 택했다는 이유로 7명의교사가 해임을 당하거나 파면당하는 중징계를 받은 사건을 기록한 영화다.
명령불복종 교사
2008년 10월 13일 초등 6학년, 중등 3학년, 고등 1학년을 대상으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일명 일제고사)가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이 시험을 앞두고 서울의 몇몇 교사가 학부모에게 ‘담임편지’를 썼다. 편지에는 일제고사가 아이들과 교육현장에 미칠 교사로서의 우려가 담겨있었고, 시험을 원치 않을 경우 체험학습을 선택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가 시험대신 체험학습을 선택했고 시험 당일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당시 교육부(안병만 장관)와 서울시교육청(공정택 교육감)은 전교조 소속 7명의 교사(초등 6명 중등 1명)에게 겨울방학 일주일을 앞두고 해임, 파면의 중징계를 내린다. 중징계 사유는 국가공무원으로서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인문 독서모임, 한뼘, 문화송년회에서, 2015